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사고 여객기의 음성기록장치(CVR)의 음성파일 추출이 예상보다 하루 빨리 완료됐다. 이로써 조사관들이 사고 당시 음성을 들으며 사실 관계 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전국 공항을 대상으로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 특별점검도 착수했다. 다만 논란이 지속되는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 둔덕' 설치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주종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2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해 제13차 브리핑을 열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 음성기록장치 추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금일 오전 완료해 조사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행기 블랙박스는 크게 음성기록장치(CVR)비와 행기록장치(FDR)로 분류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조위는 CVR의 로우데이터(최초 입력 자료)를 추출해서 이를 음성 전환하는 작업을 마쳤다.
주 실장은 "조사관들이 음성을 들어면서 내용을 파악하고 사고 관련 자료와 비교하면서 사실 관계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며 "이달 1일 전환 작업을 시작해서 3일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돼 오늘 아침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원인 규명에 핵심적 역할을 할 비행기록장치는 일부 부품이 파손된 탓에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할 예정이다. 주 실장은 "FDR은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와 이송 일정이 협의되는 즉시 사조위측 조사관을 파견해 자료 분석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FDR 해독 소요 시간에 대해선 "단정하기 어렵다. 최대한 신속하게 정보가 추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인 제작사 보잉에게 유리하게 해독할 가능성에 대해선 "사조위 조사관도 함께 조사하게 되기 때문에 편향될 것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국토부는 사고기와 동일기종인 'B737-800'을 운영 중인 6개사 항공기 운영체계에 대한 항공사 특별안전점검을 시행 중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 이스타, 대한항공, 에어인천 등이 대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이들 항공사의 엔진, 랜딩기어 등 주요계통 정비 이력, 운항·정비기록 실태 등을 점검한다. 주 실장은 "점검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어떻게 할지(조치 등)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전국 공항으로 대상으로 활주로 주변 항행안전시설의 설치 위치, 높이, 재질 등에 대한 특별점검에도 착수했다. 주 실장은 "이달 8일까지 기존 산발적 자료들을 토대로 현장에서 실제 상황을 정확히 알아본 다음 (현황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사조위와 별도로 경찰도 이날 오전 9시부터 무안공항 담당부서 사무실,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 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주 실장은 "사조위에서도 조사 과정에 필요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경찰과 긴밀하게 협의·협조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사고기와 충돌한 로컬라이저의 적절성, 조류 충돌 경고와 메이데이(조난) 선언 직전 관제탑과 조종사가 주고받았던 교신 내용, 기체 정비 이력 등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로컬라이저 둔덕'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선 "검토 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7C2216편(방콕-무안)은 무안공항 활주로에 비상 착륙인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활주로를 넘어서 로컬라이저 및 지지대와 외벽을 연이어 충돌하며 폭발했다. 이 사고는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로컬라이저가 '콘크리트형 둔덕' 위에 설치되면서 화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모두 관련 규정에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내용과 반대되는 규정들이 발견되자 적법성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한 상태다.
우선 로컬라이저의 위치가 '종단안전구역' 안인지 밖인지가 관건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종단안전구역 안에 위치했다면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지지대를 설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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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연도별 '무안공항 남측 로컬라이저'(1월2일)
국토부는 로컬라이저의 위치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한다고 보고 있다. 주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도 관련해서 "여전히 같은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관련해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등의 다른 규정을 제시해서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