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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무안 사고 2달…초미의 관심 '공항 둔덕 철거' 언제쯤?

  • 2025.03.06(목) 17:23

인명 피해 키운 둔덕, 첫 삽도 못 뜬 국토부
시설 발주 지연에 안전도 밀릴까 업계 불안↑

무안공항 둔덕이 제주항공 사고의 불씨로 지목된 지 두 달, 현장은 그대로다. 국토교통부가 부랴부랴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개량 사업 설계 발주에 나섰지만 고질적인 탁상행정으로 둔덕이 치워지는 데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종사들은 지금도 둔덕 아래로 착륙 중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 구조물./그래픽=비즈워치

제주항공 사고 발생 이후 항공업계는 로컬라이저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해왔다. 사고 초기에는 조류 충돌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탑승객 대다수가 사망한 결정적 요인은 활주로 끝단의 둔덕과 충돌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항공 안전을 위한 필수 시설이 오히려 사고를 키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조종사노조연맹)은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에 전국 7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장애물을 즉각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조종사들은 지금도 항공기들이 둔덕 아래를 비행하며 착륙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방위각시설은 원래 활주로로 정확히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오히려 착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됐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후속 조치를 더 늦출 경우 항공 안전 불안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문제는 최근 열린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안실련) 재난안전포럼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조류 충돌이지만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핵심 원인은 활주로 끝단의 둔덕 충돌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강준 극동대학교 글로벌대학원 항공안전보안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조류 충돌 사고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형 항공기의 양쪽 엔진이 동시에 조류를 흡입해 주요 기능이 불능 상태에 빠진 사례는 처음"이라며 "조종사는 엔진이 멈춘 극한 상황에서도 남은 속도를 이용해 동체착륙을 시도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사고의 핵심 문제는 조류 충돌이 아니라 착륙 과정에서 항공기가 활주로 끝단의 둔덕(로컬라이저 시설)과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공당국과 공항운영자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책임이 크다"며 "사고 후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시설이 규정 위반은 아니다'라고 발표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큰 실망을 줬다"고 비판했다.

둔덕 치우는 데 3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재설치 방안./ 자료=국토교통부

국토부는 향후 3년간 2470억원을 투입해 방위각시설 개편, 조류탐지레이더 설치, 활주로 이탈방지시스템(EMAS) 도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단 예산부터 걸림돌이다.

올해만 670억원이 투입되지만 이 비용을 한국공항공사가 선투자해야 하는 구조다. 공항공사는 2020년 적자로 돌아선 뒤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손실 8211억원, 당기순손실 8443억원을 기록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올해 1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로컬라이저 시설을 신속히 교체·보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물리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2월 계획이던 설계 발주는 한 달 뒤로 미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사전 규격 공고를 완료했고 이르면 이번 주 중 본 발주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TF를 운영해 조종사와 공항 관계자 의견을 반영했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늑장 논란을 해명했다. 

국토부의 늑장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항공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때늦은 조치로 논란을 키웠다. 일정이 또다시 밀릴 경우 공항 안전에 대한 불신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둔덕은 언제쯤 치워질지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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