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8시께,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3번 출구 앞엔 긴 줄이 늘어섰다. 출근을 위해 지하철을 타려는 직장인들로 보였다. 출구로 나오는 사람 중엔 입시학원으로 향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길 건너 노량진수산시장 뒤로는 여의도 63빌딩이 보였다.
노량진초등학교를 끼고 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지난달 분양한 '드파인 아르티아(2구역)'가 보였다. 이른바 '국민평형'인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27억6000만원에 책정된 단지다. 그 옆엔 4월 분양한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6구역)', 5월 분양한 '아크로 리버스카이(8구역)'가 위치했다. 국평 최고 25억8510만원, 27억9580만원에 각각 분양했던 곳이다.
강남에 달던 '하이엔드', 노량진 총집합
노량진역부터 이곳까지 걸어오면서 파란색 현수막이 종종 보였다. 1·3구역을 수주한 포스코이앤씨가 내건 '서울시 통합심의 통과', '관리처분계획인가' 축하 문구였다. 이들 사업지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으면서 노량진 재개발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량진뉴타운은 8개 구역 모두 건설사의 하이엔드(고급) 브랜드를 달고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DL이앤씨의 '아크로', SK에코플랜트의 '드파인', 대우건설의 '써밋' 등이다.
다만 3구역의 경우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선보이기 전에 수주해 1구역과 다른 이름이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신반포21차도 최종적으로 '오티에르 반포'가 된 것처럼 노량진3구역도 분양 시점에 내부 심의를 거쳐 오티에르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구역 옆 5구역은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10월까지 공사를 마치겠다며 인근 주민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3구역과 인접한 4구역 펜스 안쪽은 이미 철거를 마친 채 잠잠한 모습이었다. 7구역은 최근 철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오늘이 제일 싸다"…호객 나선 부동산
노량진이 새 옷 입을 채비를 하는 동안 인근 부동산엔 매물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매물은 줄었는데 프리미엄이 18억원대로 오르면서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4구역 근처에서 만난 공인중개사는 기존 주택 매도와 재개발 매수를 동시에 진행할 것을 권했다.
그는 "이거 나가면 (초기 투자금) 20억원대로 진입이 불가하다. 돈이 급한 경우 아니면 매물이 나오지도 않는다"라며 "어제 저녁까지도 젊은 손님들이 보고 간 물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계약금이라도 넣어서 물건을 확보해 놓고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셔라"라며 "3주 시간을 벌면서 집을 팔면 몸값도 올릴 수 있고 우리가 매수·매도를 한 번에 컨트롤해 주니 제일 안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1' 물건을 쪼개 파는 부동산도 있었다. 전용 84㎡와 59㎡, 두 채를 받는 물건을 공유지분으로 매수하면 프리미엄을 절반씩 부담할 수 있는 구조다. 통상 친인척간 이뤄지는 거랜데 모르는 사람끼리 연결해 주겠다고 한다. 1구역 매물을 보여준 한 공인중개사는 "이거 보고 가면 다른 물건은 못 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개사는 "6구역 분양가가 비싸다 해도 완판됐고, 2·8구역은 더 높게 나오지 않았냐"라며 "(쪼개기 물건의) 최종 투자금이 20억이면 전용 59㎡ 분양가보다 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유권이전 등기 후 3년간 처분이 불가하지만 그 뒤로는 단독 소유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다른 중개사는 "지분 거래는 하면 안 된다. 준공되고 나서도 최소 5년은 이해관계가 얽혀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없어서 안 파는 게 아니라 위험해서 권유 자체를 안 한다. 조합장들도 그런 물건은 중개하지 말라고 전화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러한 거래가 법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는 합법이다. 매도자가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인 경우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희창 변호사(법무법인 센트로)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지분 거래는 (매수자) 둘이 합쳐 조합원 지위 1개를 유지하게 된다"라며 "소유권 이전등기 이후 매매나 증여, 교환 계약 등 별도의 법률 행위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 투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 만큼 구체적인 법령 검토를 통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한 사례인지 재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