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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내년 세금]④장인정신을 물려주마

  • 2013.11.22(금) 14:27

가업상속공제 이용실적 저조…수혜폭 확대 움직임
정부-여-야 개정 방향 일치…내년 시행 가능성↑

최근 정부가 직장인이나 대기업을 상대로 세수 짜내기에 골몰하면서도 중소기업을 향한 세금 혜택은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가업승계 세제지원이 단연 돋보인다.

 

현재 매출액이 2000억원 이하인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자가 2세에게 가업을 물려주면 자산의 70%를 최대 300억원까지 공제해준다. 정부와 정치권은 내년부터 가업승계 적용대상이나 공제폭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법을 바꿀 계획이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장인정신'을 이어가는 기업들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것이다. '가업승계 = 부의 대물림'이라는 삐딱한 시선을 극복하고,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무늬만 가업승계…세금부담 여전

 

22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일본과 독일의 경우 200년 이상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이 각각 3113개, 1563개로 집계됐지만, 우리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100년 넘은 기업으로 범위를 좁혀도 두산과 동화약품, 몽고간장 3곳에 불과하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10년 이상 된 곳은 106만개로 전체의 33%였다. 30년 이상 전통을 가진 중소기업은 2.4%에 그친다. 중소기업 중 대부분이 30년도 버티지 못하고 대(代)가 끊긴다는 의미다. 기업의 영속성이 떨어질수록 국가경쟁력이나 일자리 창출에서도 적잖은 손실을 가져온다.

 

 

기업의 수명을 늘리는 대안으로 가업승계를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해소해야 할 걸림돌중 큰 부분이 세금문제다. 중소기업들은 가업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등 조세부담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의 2배에 달한다. 반면 가업상속 공제율은 독일(85%)과 일본(80%)에 비해 낮은 70% 수준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가업상속 공제를 이용한 건수는 지난해 58건이었고, 세금 공제규모는 307억원으로 크게 미미했다. 가업상속을 적용받는 기업의 범위가 너무 좁게 형성돼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 '화끈하게' 세금 1000억 쏜다

 

가업승계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이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가업상속 공제율을 70%에서 100%로 늘리고, 공제한도 역시 최대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끌어올리는 세법 개정안을 냈다. 경영기간에 따라 차등을 두던 공제율 규정도 아예 없애버렸다.

 

예를 들어 20년 넘은 중소기업에서 100억원의 가업상속이 발생했다면 현재 70억원(70%)을 공제받을 수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100억원(100%)으로 공제 규모가 늘어난다. 이 기업의 가업상속 자산이 1000억원이라면 기존 300억원의 한도 제한이 풀리면서 공제액이 700억원이나 불어나는 효과도 있다.

 

가업상속 수혜 기업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나와있다. 나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매출액 기준을 2000억원 이하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높이고, 물려주는 기업 오너(피상속인)의 경영 기간은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줄이는 등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중견·중소기업으로 가업상속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냈다. 2011년 기준으로 매출액 2000억원 기준에 해당하는 중견기업은 925개(65%)지만, 정부안이 통과되면 1055개(74%), 나 의원안은 1219개(86%)까지 늘어난다.

 

민주당도 가업상속 공제 확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정식 의원은 지난 5일 가업상속공제 기업의 매출 기준을 5000억원 이하, 공제율을 100%로 높이는 법안을 제출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14일 가업상속 공제 한도를 1000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냈다. 두 법안은 나 의원의 법안과 거의 유사한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가업상속에 대한 세금 문제는 정부와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연말 국회에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의 시행 시기는 모두 내년 1월1일로 정해져 있다. 2세에게 가업을 물려줄 계획이 있는 중견·중소기업 오너들은 내년부터 더욱 풍성해질 가업상속 공제 혜택을 눈여겨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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