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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내년 세금]②병주고 약주는 소득공제

  • 2013.11.20(수) 14:08

신용카드 공제율 축소…"약발 다 끝났다"
세액공제로 대폭 전환…여가·저축엔 稅감면 신설

직장인들의 쏠솔한 보너스였던 연말정산은 점점 야박해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근로소득공제율 축소와 함께 각종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줄이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산층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도 예전만 못하다.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시켜 자영업자의 세원을 노출시키려는 정책 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한 만큼, 세금 혜택도 거둬들인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반면 도서구입비나 스포츠관람료, 재형저축 등에 대한 소득공제는 새롭게 추진되고 있다. 각기 독서 장려와 문화여가·저축 활성화 등 나름의 목적이 담겨 있다. 연말정산의 큰 틀은 세금 환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정하고, 잔챙이 소득공제들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통과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신용카드의 배신…지하경제 활성화(?)

 

지난 10여년간 '연말정산의 꽃'으로 자리매김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예전의 영광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낮추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때 30%에 달했던 공제율을 1/3 수준으로 내리는 셈이다.

 

예를 들어 올해 연봉(총급여) 4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신용카드로 1500만원을 썼다면 75만원(총급여 25%의 15% 공제율 적용)을 공제받지만, 내년에는 50만원(공제율 10%)만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만약 1000만원 이하로 쓴다면 총급여의 25% 이상 사용해야 하는 '공제 문턱'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혜택 자체가 없다.

 

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는 이유는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라는 정책 목표를 이미 달성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신고된 신용카드 등 사용액은 2001년 81조원에서 2011년 577조원으로 7배 넘게 늘었고, 민간소비 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88%로 크게 올랐다. 민간에서 소비하는 거래 내역이 대부분 국세청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과소비 우려가 있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을 유도하는 목적도 있다. 정부는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공제율은 30%로 신용카드보다 훨씬 높게 가져갈 예정이다.

 

 

반면 신용카드 공제율을 낮추다보면 카드 사용금액 자체가 줄게 되고, 현금거래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하경제를 양성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활성화'하는 부작용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에 비해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높아지면서 조세 저항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신용카드 소비는 최근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9월 신용카드 승인금액은 37조8410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하락했다. 통계산출 이래 최초로 마이너스 증가를 보인 것이다. 체크카드를 포함한 전체 카드사용 증가율도 1.0%로 역대 최저치였다.

 

◇ 신개념 세액공제…고소득자 '울상'

 

직장인이 한해 지출한 의료비나 교육비 등 비용 성격의 소득공제 항목들이 내년부터 세액공제로 바뀐다. 연말정산의 계산 골격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고소득자의 세부담은 늘리고, 저소득자는 세금을 적게 내도록 설계됐다.

 

올해 교육비로 100만원을 썼다고 가정할 때 가장 높은 38%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고소득자는 소득공제를 통해 38만원의 감면 효과가 있지만, 최저 수준인 6% 세율을 적용하는 저소득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6만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교육비 지출액의 15% 세액공제가 적용되는데, 연간 100만원을 썼다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1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와 기부금도 교육비와 같이 15%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연금계좌납입이나 보장성보험료는 12%로 규정했다.

 

당초 기재부는 세액공제 전환으로 총급여 3450만원을 넘는 근로자의 세부담이 늘어난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총급여 5500만원 초과 근로자의 세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총급여 3450만~5500만원 사이 근로자들은 일단 내년 세부담 증가 걱정을 덜었고, 총급여 5500만원을 넘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세금이 더 많아진다. 물론 자녀 수가 많거나 의료비·교육비 등 지출 규모가 큰 세대의 직장인은 상대적으로 세금을 더 돌려받을 수 있다.

 

◇ 잔챙이 소득공제…"여가생활 즐겨라"

 

굵직한 소득공제들은 대체로 혜택이 줄어들지만, 세부 항목별로 보면 세금 감면 조항을 새로 넣는 법안들도 있다. 특정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제 지원의 성격으로 해당 직장인들은 재테크 차원에서 고려해둘 만 하다.

 

도서구입비에 대해 소득공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연간 200만원,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연간 100만원 한도 내에서 도서구입비용을 연말정산에서 공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직장인 가족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인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가 생활을 즐기는 과정에서도 세금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이 나와 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스포츠관람료에 대해 연간 3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주고, 같은 당 김광진 의원은 공연과 박물관 입장료를 포함한 문화예술 경비 100만원까지 공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직장인들이 잘 쉬고 잘 놀아야 노동력도 높아진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고소득자들에게 감면 혜택이 집중된다는 점에서 '부자 감세' 논란의 소지도 안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1/3 수준인 과세미달자들에겐 아예 해당 사항이 없는 세금 혜택이다.

 

지난 3월 출시된 재형저축(근로자 재산형성 저축)에도 소득공제를 붙이는 법안이 속속 나온다. 현재도 이자와 배당소득세 면제 혜택이 있지만, 납입액에 대해서도 소득공제를 허용하자는 내용이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연간 400만원,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100만원 한도의 소득공제를 제시했다.

 

다만 금융상품은 비용이 아닌 자산이기 때문에 소득공제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축상품에 대해 비과세와 소득공제를 동시에 부여한 경우는 2009년 장기주택마련저축이 마지막이었다(2010년 소득공제 혜택 폐지). 18년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이 달라진 조세 환경에서 소득공제를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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