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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에 빠진 국회]① 세금 27조 깎아줘요

  • 2014.06.11(수) 16:20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수 가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세당국이 걷은 총국세가 당초 목표보다 8조원 모자란 데 이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속도로 세금을 걷는 중이다.

 

막대한 복재 재원이 필요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 부자 증세 등을 통해 허리띠를 죄고 있다. 반면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에선 세금을 깎아주는 법안을 쏟아내 정부의 애를 태우는 모습이다.

 

올해 국회에 제출된 세법 개정안들이 각각 어떤 사연을 가졌고, 법안이 통과할 경우 국민들의 실생활이나 국가 재정에 끼칠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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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세법 개정의 '포스트시즌'을 마무리한 국회가 올해 새롭게 내놓은 세법은 9일 현재 50건으로 집계됐다. 1월부터 5월까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49건의 세법이 제출됐고, 6월에는 아직 1건에 불과하다.

 

세법 제출 건수는 지난해보다 현저히 줄었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제출된 80건에 비해 올해 31건(39%) 감소했고, 월평균으로는 같은 기간 16건에서 10건으로 떨어졌다. 6월 지방선거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된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의 활동이 미진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월별로는 임시국회가 열린 4월에 세법이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올해 4월에 제출된 세법은 15건으로 지난해 21건에 이어 상반기 중 가장 많은 월별 실적을 기록했다.

 

◇ 더 강력해진 '감세 기운'

 

정부가 세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틈틈이 증세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국회는 감세법안을 더욱 활발하게 내놓고 있다. 올해 1~5월 사이 제출된 49건의 세법 가운데 감세 성격의 개정안은 33건으로 2/3(67%)를 차지했다. 증세는 1건(2%)에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감세법안 비중이 58%, 증세법안은 11%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세금 깎기'의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개별 세법에서도 세금 감면을 별도로 규정해 놓은 '조세특례제한법'이 24건으로 절반에 육박했고, 국민 생활과 밀접한 소득세법(6건)과 관세법(4건)이 뒤를 이었다.

 

세수 규모도 지난해보다 한층 부풀었다. 올해 49개 법안이 모두 통과된다고 가정할 때 소요되는 재원은 27조원(중복 포함)으로 지난해 7조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다. 농업ㆍ어업ㆍ임업용 석유류와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일몰기한을 5년 연장하는 법안(새정치민주연합 김재윤 의원 대표발의)은 통과될 경우 2019년까지 15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필요하다.

 

금전소비대차 증서에 대한 인지세의 부과조항 삭제하는 법안(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 대표발의)도 5년간 1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소요되고, 택시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는 법안들도 수천억원의 국고를 열어야 한다. 농협을 비롯한 조합법인의 법인세 과세특례 일몰을 2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새누리당 박명재 의원 대표발의)은 5000여억원의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을 담았다.

 

반면 증세 성격을 띈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이 내놓은 소방안전세 신설안이 유일하다. 담배를 과세대상으로 소방안전세를 걷자는 내용인데, 통과되더라도 지방세로 분류돼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충당한다.

 

◇ 일몰 연장의 꿈

 

유효기간이 다 된 세금 감면 제도들을 연장하기 위한 법안들도 상당수에 달한다. 일몰을 연장하거나 삭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9건으로 전체 감세법안 가운데 27%를 차지했다.

 

농업·어업·임업용 석유류와 기자재 등의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법안은 5월에만 세 건이 제출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올해 말 종료하는 공동주택 관리용역과 영유아용 기저귀·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기간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정부는 올해 일몰 예정인 비과세·감면 규정을 종료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벌써부터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쏟아지면서 연말 국회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올해 시한이 끝나는 규정은 임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와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 감면 등 9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조세형평성을 해치는 비과세·감면은 가급적 잘라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조세감면 제도는 항구화와 기득권화 경향에 따라 세수 기반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며 "일몰 도래시 원칙적 폐지와 엄격한 검토를 통해 재설계 후 도입한다는 정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News Inside : 모범생들의 활약

 

통상 국회의 세법 개정은 연말에 집중되기 때문에 상반기는 '비수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꾸준히 세법을 내는 국회의원들이 눈에 띈다.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 세법개정안을 가장 많이 제출한 국회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과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으로 각각 4건씩 냈다. 정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5건의 세법 개정을 추진하며 1위에 오른 인물이다. 박 의원은 농어민 지원과 조세범처벌 강화 등 폭넓은 제도 개선 법안을 제출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 4건에 이어 올해도 3건의 제도개선 법안을 제시했고, 국회 조세개혁소위원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조정식 의원도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각각 3건씩 추진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세법을 2건 이상 제출한 국회의원이 24명이었지만, 올해는 9일 현재 7명으로 1/3에도 못 미친다. 하반기에는 세금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분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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