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세무서 주변을 보면 수많은 세무사와 세무법인 사무실이 몰려 있습니다. 세무서에 볼 일이 있는 납세자는 이들 중 한 곳을 선정해 세금 문제에 대한 도움을 받게 되는데요. 과연 어느 사무실을 찾아가야 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납세자 입장에선 실력이 출중한 세무사나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세무법인에게 맡기고 싶지만 포털에 '세무법인 순위'를 검색해도 속 시원한 정보는 나오지 않습니다. 매출 순위만 알아도 납세자가 세무법인을 고르는데 도움이 될텐데 말이죠. 그래서 비즈니스워치가 지난해 초에 이어 두 번째로 세무법인들의 매출 순위를 공개합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 매출 순위는 어떻게 집계할까
회계법인은 매년 금융감독원이 사업보고서를 발표하기 때문에 매출액이나 순이익 등 재무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법인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소재한 세무법인은 536개, 소속 세무사는 3724명인데요. 이들의 재무 정보는 일종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납세자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규모가 큰 세무법인이 어디인지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매년 초 인사혁신처가 공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법인 명단을 보면 매출액이 50억원 이상인 세무법인이 나옵니다. 공직자가 퇴직 후 3년 이내에 취업할 수 없는 세무법인을 명시해 놓은 것인데요. 올해는 48곳이 취업제한 세무법인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들 48개 세무법인의 재무정보를 중소기업 신용평가 전문회사인 한국기업데이터를 통해 산출한 결과, 2015년 매출액이 확인된 세무법인은 총 15곳입니다. 이제부터 세무법인의 매출 순위를 살펴보겠습니다.
# 세무법인 매출 'Big4'
세무법인 중 매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세무법인 다솔'입니다. 2015년 매출액 491억원으로 2014년에 이어 1위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관련기사☞ 세무법인 매출 1위 다솔..하나·예일 추격
국내 최고의 양도소득세 전문가인 안수남 대표세무사를 중심으로 국세청 출신인 임성균 회장, 강석원·김세한·황희곤 부회장, 서윤식 고문 등 실력파 세무사들이 모여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양도세와 상속·증여세의 적정성 여부를 무료로 검증해 주는 등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매출 2위를 차지한 '광교세무법인(247억원)'은 송동복 대표와 조세심판원장 출신 박종성 세무사, 국세청 고위직을 지낸 김영근·김명섭 세무사가 이끌고 있습니다. 3위에 오른 '예일세무법인(143억원)'에는 세무대 1기 출신인 임승환 대표를 비롯해 김창섭·권오철·김상진·장경상·류득현 세무사 등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세무법인 하나(110억원)'는 창업자인 이규섭 대표를 중심으로 김정복·허병우·이동훈·김상현·김호업 세무사 등 지방국세청장 출신 임원들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2년 전 업계 최초로 조세연구소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불우이웃돕기를 통해 기부 활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 매출 90억대 '이촌-세광-천지'
빅4를 위협하는 5위권 경쟁도 치열한데요. '이촌세무법인(94억원)' '세무법인 세광(92억원)', '천지세무법인(91억원)' 등은 2015년 매출액이 90억원을 넘었습니다. 모두 전년에 비해 매출액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촌세무법인은 조세심판 불복과 공기업 자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 서울지방국세청장 출신 이병국 회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정태언 회장을 주축으로 국세청 일선 세무서장 출신 박외희 대표, 박창규·전희재·박수영 부회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세무법인 세광은 세무대 1기 출신인 강신성 대표를 중심으로 부산지방국세청장 출신 김창환 세무사와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을 지낸 백종한 세무사가 포진해 있습니다.
천지세무법인은 설립자인 박점식 회장이 업계 최초로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했고 직원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감사경영을 실천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밖에 '세무법인 창신', '세무법인 명인', '세무법인 택스코리아'도 톱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 다크호스 세무법인들
신용평가 회사에 매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규모가 큰 세무법인들도 많습니다. 2014년 매출액 86억원이었던 '이현세무법인'은 세무사들 사이에서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무법인 석성'에는 세무사회장을 두 번이나 지낸 조용근 회장이 있고 '세무법인 오늘'은 2년 전 세무사회장에 출마한 손윤 대표세무사가 이끄는 곳입니다.
'세무법인 티엔피'는 국세청 조사국장 출신인 김영기 세무사와 세무대(1기) 동기인 김창환 세무사, 백용호 전 국세청장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세무법인 가은, 나이스, 문정, 미추홀, 삼익, 신한, 신화, 아세아, 이레, 중원, 진명, 참, 탑코리아, 태영, 택스홈앤아웃, 티엔비, 한맥 등도 매출 규모가 큰 세무법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새로 취업제한 대상 법인에 지정된 세무법인 가람, 명가, 문정, 봉정, 세연, 세인, 송정, 올림, 지율, 청담, 호연도 대형 세무법인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취업제한 대상 세무법인은 2015년 28곳에서 2016년 34곳, 올해 48곳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요. 세무법인들의 매출 경쟁은 앞으로도 점점 치열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