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에 다니는 황 상무는 신도시에 건설하는 장래 유망해 보이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특별히 자금부담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 프리미엄이 생기면 입주 전에 양도를 해서 최대한 양도차익을 남기고 소유권 이전 등기도 안 해도 되는 특혜를 받을 생각이었다.
분양받은 후 3년도 채 안돼 아파트가 준공되고 입주지정일이 정해졌다. 건설회사의 브랜드 프리미엄 덕도 있었고, 신도시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주변 환경이 변하자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많이 올랐다.
입주 시기에 맞춰서 바로 처분하려던 계획을 바꿔서 6개월 정도 더 기다렸다가 처분하기로 했다. 입주지정일까지 납부해야 할 잔금은 분양대금의 20%였다. 잔금을 입주지정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고율의 연체료를 부담해야 하므로 300만원만 남기고 나머지 잔금을 납부했다.
황 상무의 예상은 적중했다. 6개월 후 분양권 가격이 3000만원 더 오른 것이다. 분양권을 양도하고 매수자와 권리금은 최소의 금액만 신고하기로 합의했다. 잔금을 청산하기 전에 양도를 했기 때문에 권리의무승계가 가능했다. 그래서 소유권이전등기를 받지 않고 매수자에게 바로 분양권 권리를 넘겨줬다.
양도소득세는 주변에서 신고하는 프리미엄 정도로만 신고했다. 1년이 지나자 해당 신도시에 투기바람이 불어 분양권 전매가 성행했다. 분양권을 전매하고 거래가액을 낮춰서 양도소득세를 탈세한다는 언론보도가 나가고 나서 투기조사가 시작됐고 황 상무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양도세 신고를 하고 보니 분양권이 아니라 아파트를 양도한 것으로 과세가 됐다. 실제 프리미엄 가액 모두가 적출됐고 고의로 탈세했다는 이유로 40%의 중과세 가산세를 적용받았다. 결국 프리미엄으로 받은 금액의 약 70%가 세금으로 추징됐다.
▲ 삽화/변혜준 기자 jjun009@ |
아파트분양권은 재개발조합원 입주권과는 다르다. 건설업자가 건설하는 아파트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권리이므로 주택에 해당되지 않고 아파트분양권이 주택이 되려면 건설공사중인 아파트가 완성돼야 비로소 주택이 된다. 수분양자의 소유주택으로 되려면 분양대금을 모두 내야 한다.
아파트분양권도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에 해당돼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상 중간전매를 하더라도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서 소유자명의를 변경해야 한다. 정부는 1990년도 후반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아파트분양권에 한해 거래활성화를 위해 분양권이 전매될 경우 권리의무승계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권리의무승계가 되면 원분양자나 중간 전매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권리는 부동산을 취득한 상태가 아니므로 취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건설업자로부터 최종 권리를 승계 받은 자가 소유권이전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취득세도 소유권을 이전 받을 때 한번만 납부하면 된다. 분양대금을 완납하면 권리의무승계를 할 수가 없어서 취득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분양받은 아파트는 잔금납부 지정일에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고율의 연체료를 부과 받는다. 잔금을 납부하면 권리의무승계를 받을 수 없고 잔금을 지정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고율의 연체료를 물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수분양자는 잔금을 극히 일부만 남겨 연체료를 최소화하고 분양권을 전매해서 권리의무승계 혜택을 받는다.
그런데 이렇게 소액의 잔금만 남긴 상태에 대해 국세청은 분양권이 아니라 주택으로 본다. 따라서 황 상무는 아파트분양권 양도로 양도세를 신고하면서 보유기간이 2년 이상이므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양도세를 산출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잔금을 거의 납부한 날에 주택으로 취득한 것으로 보아 보유기간을 1년 미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단일세율 40%를 적용한 것이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와 신고불성실 가산세 40%, 납부불성실 가산세 10% 정도가 추가로 과세되니 양도차익의 70%를 양도세로 추징당한 것이다.
아파트분양권을 양도할 경우 극히 소액을 남기면 주택으로 취급돼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절세 Tip
소액의 잔금을 남긴 상태에서 다른 주택을 양도할 경우 아파트 분양권이 주택수에 포함된다. 일시적 1세대2주택인줄 알고 양도했다가 소액잔금을 남긴 분양권 때문에 1세대3주택이 돼 비과세도 못 받을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로 중과세를 받을 수 있다. 소액이 분양대금의 몇 %인지는 기준이 없지만 10% 이상 남긴다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