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는 상반된 얼굴을 가진 세금입니다. 담배소비에 따라 세수입을 확보하면서도 담배소비를 억제하겠다는 정책목적도 가지고 있죠.
나아가 담뱃세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사람들이 담배를 끊어서 담뱃세가 걷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담뱃값에 새로운 세금을 붙이거나 기존 세금을 인상하는 정책이 주로 쓰였습니다. 세금이 더 붙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이에 부담을 느낀 흡연자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동안의 담뱃세 인상의 결과를 보면 담배소비 억제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세수효과는 톡톡히 봤죠. 좀 차갑게 말하면, 담뱃세(인상)의 본 모습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선의의 목적을 내세워 세금을 더 뜯어내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 세금에 끊었지만 곧 다시 불 붙인 애연가들
담배에 붙는 세금은 예전에는 담배소비세뿐이었습니다. 하지만 1996년 교육세, 1999년 부가가치세가 붙었고, 2015년에는 개별소비세도 추가됐죠.
그 사이 담배소비세 세율도 조금씩 인상됐는데요. 1994년, 2001년, 2015년에는 담배소비세가 인상되면서 담뱃값이 크게 올랐습니다. 1994년에 출시된 'THIS(디스)'를 기준으로 보면 출시 당시 900원이던 디스는 2015년에 4000원으로 가격이 크게 뛴 것을 알 수 있어요.
껑충 뛴 담뱃값에 애연가들은 쉽게 흔들렸습니다. 그리도 또 쉽게 돌아왔습니다. 값이 오를 때마다 담배를 끊었다가도 오른 가격에 익숙해지면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죠.
담배판매량을 들여다 보면 갈대같은 애연가들의 마음이 금방 드러납니다. 연도별 총담배판매량을 보면 1992년에 50억4000만갑에서 담배소비세가 인상된 1994년에는 47억2000만갑으로 떨어졌고, 다시 1997년에 53억4000만갑으로 오른 판매량이 1999년 부가가치세가 붙기 시작한 해에 46억8000만갑으로 떨어졌거든요.
이후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이 신설된 2002년(45억6000만갑), 건강증진부담금이 인상된 2004년(39억만갑)에 판매량이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특히 담배소비세 인상과 개별소비세 부과 등 세금 탓에 담뱃값이 갑절로 오른 2015년에는 담배판매량이 30억6000만갑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담배판매량은 2016년에 37억갑 , 2017년 35억2000만갑으로 다시 회복하고 있는데요. 다행히 이번에는 담배소비의 회복수준이 예년같지는 않은 모습니다. 가격이 워낙 크게 오른 탓도 있고, 담배 갑에 혐오그림을 삽입하는 등 다른 금연정책이 병행되면서 좀 더 오래 참거나 완전히 끊는 사람들이 늘어난거죠.
# 금연자 세수감소분 < 애연가 세수 증가분
애연가들의 흔들림 속에서 전체 담배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는 셈인데요. 하지만 담배에 붙은 세금 수입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비는 어중간하게 줄은 대신 세금은 확실하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연도별 담배소비세수부터 보면 1992년 1조7240억원에서 담배소비세가 인상된 1994년 2조433억원으로 갑자기 오르고 마찬가지로 담배소비세가 인상된 2001년(2조5086억원)과 2004년(2조7224억원)에도 세수가 증가했습니다. 담배판매량은 크게 줄었던 해였지만 세수는 늘어난 것이죠.
담배소비세가 가장 많이 올랐던 2015년에는 담배판매량이 큰 폭으로 떨어졌었는데요. 하지만 담배소비세수는 오히려 역대 최고액인 3조44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더 주목할 것은 그 다음해인데요. 2016년에는 담배소비세수가 3조7460억원으로 다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당연히 역대 세수 최고액도 갈아치웠죠. 세금이 크게 올랐는데도 등 돌렸던 애연가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면서 판매량이 늘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담뱃세 인상이 소비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전체적으로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 판매량이 줄었으니까요. 하지만 흡연자들이 줄었다고 해서 세금이 덜 걷힌 것은 아닙니다. 세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거든요. 예전보다는 적은 수의 흡연자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