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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김용준의 골프 규칙]⑨'컨시드'와 얽힌 규칙들

  • 2020.01.16(목) 08:00

컨시드를 한번 주면 취소 못해
스트로크 플레이엔 컨시드 없어

이렇게 홀 가까이 붙었어도 컨시드를 주지 않을 수 있다. 사진은 뱁새 김용준 프로가 출연하는 골프 쇼 '필드 위의 사냥꾼' 4경기 3번홀 장면이다. 김경민 프로(왼쪽)와 윤민정 프로(오른쪽)와 경기를 하고 있다. 3번 홀에서 뱁새 볼이 홀에 상당히 가까이 붙었는데도 두 숙녀가 '마크하라'고 한 상황이다. 야박한 인심에도 불구하고 뱁새는 이 볼을 집어 넣어 이 홀에 걸린 상품을 차지했다.

[시시콜콜]은 김용준 골프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규칙 이야기다. 김 위원은 현재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이자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주관하는 경기위원 교육과정 '타스(TARS, Tournament Administrators and Refree's School)'의 최종단계인 '레벨3'를 최우수 성적으로 수료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이 맛깔나게 풀어갈 [시시콜콜]은 매주 한 차례씩 독자를 찾아갈 예정이다. [편집자]

 

이번에도 문제 하나 풀고 시작하자. 중급자만 돼도 어렵지 않게 답을 맞힐 수 있는 문제다. 얼마 전 이 질문을 내게 한 독자가 있었다. 처음엔 ‘설마 그걸 모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초보 골퍼에게 알송달송한 골프 규칙이 어디 한 두 개인가? 그 때도 친절하게 설명했다.

자, 문제 나간다. 문제를 읽고 보기 중에서 정답을 고르기 바란다.

문. ‘매치 플레이 때다. 퍼팅 그린에서 퍼팅을 했는데 홀에 들어가지 않았다. 남은 거리는 두어 뼘쯤. 다른 플레이어가 컨시드를 줬다. 컨시드를 받은 플레이어는 볼을 바로 집어 올리지 않고 퍼팅을 한 번 더 했다. 그런데 볼이 홀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 경우 직전에 컨시드 받은 것은 무효가 되는가?’

보기 1 ‘무효다’

보기 2 ‘여전히 유효하다’

보기 3 ‘연습 퍼팅을 한 번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무효다’

정답은? 10,9,8,7,6,5,4,3,2,1.

1번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는 손을 들어보기 바란다. 흐흐. 그렇게 알고 있었다면 그 동안 상수에게 놀림을 당한 것이다.

3번을 정답으로 꼽은 독자 있는가? 골프 규칙을 상당히 진중하게 접근하는 독자다. 그런데 아쉽게도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 정답은 2번이다. 컨시드는 ‘한 번 주면 끝’이다’. 컨시드를 받고 나서 연습 퍼팅을 했는데 안 들어갔다고 해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번 주면 끝’이라는 말에는 ‘컨시드를 줬으면 취소할 수 없다’는 뜻도 들어 있다.

무슨 얘기냐고? 아주 가까이 붙은 줄 알고 컨시드를 줬다고 치자. 그런데 가서 보니 웬걸! 옆 경사에 거리도 생각 보다 멀다. 이럴 때 ‘컨시드 준 것 취소. 마크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왜 컨시드를 줬다가 취소할 수 없다는 조항이 규칙에 있을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냉정한 승부 세계에서 컨시드 ‘줬다 뺐기’로 다른 플레이어를 농락한 골퍼가 그 전까지 한 명도 없었겠는가? 명색이 ‘신사’ 스포츠이고 보니 그런 ‘악당’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규칙에 못을 박은 것이다.

그렇다면 컨시드를 받은 뒤에 연습도 못하냐고? 해도 된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또 경기를 부당하게 지연시키지 않는다면.

엥? 그런데 왜 매치 플레이 대회 중계 할 때 선수들은 컨시드 받고 나서 연습 퍼팅을 하지 않느냐고? 이 질문을 한다면 진짜 진지하게 골프에 접근하는 멋진 독자다.

그렇다. 공식 대회 때는 로컬 룰로 연습 퍼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대회를 본 것이다.

로컬 룰로 연습 퍼팅을 못 하게 한 매치 플레이에서 컨시드를 받은 뒤에 연습 퍼팅을 하면 어떻게 돼냐고? 벌을 받는다. 그렇다면 컨시드는 취소하고 한 타 더 친 것으로 치느냐고? 그렇지는 않다. 연습 퍼팅을 한 그 홀 결과는 컨시드 받은 그대로 끝이다. 컨시드를 받아 ‘파’를 했다면 ‘파’로 끝난다는 얘기다. 그러면 어떤 벌이 주어지냐고? 바로 ‘다음 홀 패’라는 패널티가 주어진다. 다음 홀 칠 필요도 없이 진 것으로 치는 것이다.

너무 과한 벌 아니냐?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TV 중계 시간 등을 감안해 경기 속도를 내야 하는 공식 대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실제로 국내 이벤트 매치 플레이에서 양용은 프로가 컨시드 받은 뒤에 연습 퍼팅을 해서 다음 홀 패라는 패널티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양용은 프로는 연습 퍼팅을 금지한 로컬 룰을 채택한 지 몰랐던 것이다.

공식적으로 컨시드는 홀 별로 승부를 가리는 ‘매치 플레이에만’ 있다’. 18홀 점수를 합산해 겨루는 스트로크 플레이 때는 컨시드가 없다. 이거 은근히 모르는 골퍼가 많다. 친선 경기 때 서로 적당한 거리면 컨시드를 주고 받은 탓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홀아웃(홀 인으로 홀을 마무리 하는 것) 하자고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디 국내 골프 환경이 그런가? 다 마무리 하면서 라운드 하기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물론 기량이 뛰어난 상급자들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매치 플레이에서는 줄 수 있고 스트로크 플레이에서는 줄 수 없는 것이 컨시드라는 사실은 다 알았다. 그렇다면 레크리에이션 골퍼가 흔히 하는 스킨스(이른바 홀 빼먹기) 경기 때는 어떨까?

스킨스는 매치 플레이와 비슷하다. 그러니 컨시드를 줘도 된다. 매치는 두 명 혹은 팀을 이뤄 하는 경기다. 이와 비교해 스킨스는 여럿이서 각자 나머지 플레이어 전부와 겨룬다.

스킨스 경기 때 한 선수는 내게 컨시드를 줬는데 다른 선수는 컨시드를 주지 않는다면? 은근히 자주 나오는 상황이다. 보통은 한 사람이 컨시드를 주면 그만이다. 냉큼 볼을 집으면 된다. 그런데 심각한 내기라도 할라치면 어디 그런가? 컨시드를 놓고 마음 상하는 쪽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컨시드 거리를 미리 정하는 것이 좋다. ‘퍼터 길이’ 혹은 ‘퍼터 길이에서 손잡이만큼을 뺀 것’으로 말이다.

스킨스를 하면서 두 사람끼리는 ‘타당 얼마’하는 식으로 스트로크 경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때 컨시드는 두 종류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 스킨스 승부가 이미 정해져서 그 홀에서 이미 망가진 플레이어에게 컨시드를 주려고 하니 스트로크를 하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가 못 주게 따지고 드는 상황 말이다. 이것 때문에 진행이 늦어지기도 한다. 의리 상하는 것은 둘째 문제고. 그래서 골프 규칙은 스트로크와 매치 플레이 경기를 동시에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경기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용준 프로 & 경기위원(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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