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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훈련 효과 두 배로]⑨목표를 기록하라

  • 2020.01.29(수) 08:00

간절한 목표 있어야 '훈련 성과' 좋아
넋두리 바람 보다 글로 써 놓으면 효과 커

목표를 세우고 종이에 쓰면 마법처럼 이뤄진다. 목표 없는 동계훈련과 목표가 뚜렷한 동계훈련 중 어느 것이 더 성과가 있을 지는 물어보나마나다. 사진은 뱁새 김용준 프로 친구이자 애제자인 이경훈 회계사이다. 언더파 한 번 꼭 쳐 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마침내 지난해 평생 처음 언더파를 기록했다. 더구나 실력자들이 여럿 참석한 아마추어 친선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말이다.

잔디는 죽었다. 땅은 얼었다. 찬바람 기세를 어찌 이기랴. 눈이라도 쌓이는 날은 천지분간마저 어려울 터. 당신과 나, 우리는 골프를 당분간 접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 골프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는가? 라이벌이 한 조롱을 되갚아줄 비기를 연마할. 뱁새 김용준 프로가 ‘동계훈련 효과 두 배로 높이는 법’ 시리즈를 준비했다. [편집자]

 

8년 vs 1년. 언제 골프가 더 많이 늘었을까?

엥? 앞뒤 없이 숫자만 제시하면 답이 뻔한 것 아니냐고?

당연히 8년이지!

아차, 듣고 보니 그렇다. 고쳐서 질문하겠다.

‘즐겁게만 골프를 친’ 8년 vs ‘프로 골퍼가 되자는 목표를 가진’ 1년. 언제 골프가 더 많이 늘었을까?

누구 이야기냐고? 바로 뱁새 김용준 프로 얘기다.

자, 이제 답을 할 수 있겠는가?

뱁새 김 프로는 지난 2006년에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선발전을 통과한 것은 언제라고? 이걸 기억한다면 애독자다. 맞다. 2015년 10월 말이다. 프로 골퍼가 되기로 마음 먹은 것은 2014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고. 그러니까 도전한 지 1년 조금 못 돼서 합격한 셈이다.

나는 처음 채를 잡을 때부터 프로 테스트에 도전하기까지 8년 동안은 ‘즐겁게만’ 볼을 쳤다.

물론 막연하게 ‘잘 쳐보자’라는 목표는 있었다. ‘100타를 깨 보자’거나 ‘8자를 써보자’거나 ‘7자를 그려보자’거나 ‘죽기 전에 언더 파 한 번 쳐보고 죽자’라는 목표야 당연히 세웠고. 그 바람에 제법 열심히 연습하기도 했다.

그런데 프로 골퍼가 되자는 목표를 세우고 나자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높은 산에 도전할 때 느끼는 것 같은 큰 압박감 말이다.

취미로 하는 것과 수험생이 되는 것. 이 둘은 근본적으로 달랐다.

똑 같은 스코어카드인데 무게가 달라졌다. 여태까지는 스코어카드가 공연 티켓이었는데 그 때부터는 수험표였다.

당연히 설렁설렁 하던 연습은 ‘죽자 사자’하는 연습으로 바뀌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습을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어깨가 내려앉을 것처럼 무거울 때도 채를 휘둘렀다. 누워서도 온통 골프 생각만 했다. 굴리고 또 굴리고. 때리고 또 때렸고. 친선 라운드 나가서도 한 타 한 타가 다른 무게로 느껴졌다. 원래도 잘 마시지 않는 술은 일절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그리고 두 번 떨어진 뒤에 마침내 합격했다.

처음에 독자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내 답은 ‘1년’이다. 즉, ‘8년 < 1년’.

프로 골퍼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친 1년 동안 내 골프가 더 많이 늘었다는 얘기다. 즐겁게만 골프를 친 그 전 8년 동안 보다 더 많이.

나는 목표를 분명하게 세우고 밤 낮으로 되뇌인 덕에 프로 골퍼까지 됐다. 기량이 눈에 띄게 는 것은 당연지사고.

독자도 동계훈련을 하고 있다면 꼭 목표를 세우기 바란다. 동계훈련도 안 하고 있다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채를 들고 나가기를.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종이에 적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말한다. 꼭 종이에 목표를 써야 한다. 넋두리로 목표를 말하지 말고.

허공에 내뱉은 목표는 희미하다. 그런데 써서 지갑이나 다이어리에 넣고 다니면 더 분명해진다. 신기하다.

목표가 있는 동계훈련과 없는 동계훈련은 성과가 다르다. 물어보나마나이다.

목표가 없다면 이른 겨울 아침이나 혹은 밤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칼을 갈기가 어디 쉬운가?

에이, 나는 목표를 세우고 연습하는데도 잘 늘지 않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내 친구들이 내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독자도 설마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조금 냉정하다.

그 목표가 진짜 목표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대답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따져 보기 바란다. 진짜 간절한 목표가 아닌 것은 아닌지 말이다.

내가 이렇게 답하면 친구들은 반발한다. ‘무슨 소리야? 나도 절실하다고’ 라면서.

그럴 때면 나는 되묻는다. ‘자네 공 치다가 울어 봤는가’ 하고.

친구들은 ‘울기까지 해야 하냐’고 되묻곤 한다.

지난해 일이다. 나와 함께 골프를 수련한 두 사람이 처음 언더파를 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것도 며칠 차이를 두고 각각.

나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 두 사람이 얼마나 간절하게 언더파를 치고 싶어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 두 사람도 나처럼 울기까지 했는지 여부는 물어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를 만날 때마다 ‘꼭 한 번 언더파를 쳐보고 싶다’는 되풀이 한 것만은 틀림 없다.

김용준 프로 & 경기위원(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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