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진 않아도 기본을 지키고 커피 하나만 바라보고 왔다.”(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빠르고 쉬운 성과에 집중하면서 본질(커피 맛)을 놓쳤다.”(최승우 카페베네 대표이사)
카페베네와 이디야가 잇따라 간담회를 열고 비전을 발표했다.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두 브랜드지만, 현재 처한 상황은 극명히 엇갈린다. 한때 국내 최대 매장을 보유했던 카페베네는 매출이 반 토막 나고, 주인이 바뀔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반면 이디야는 싸구려 커피 이미지를 벗고 매장수를 1800여개까지 늘리며, 안정적 성장괘도에 올라탔다.
무엇이 운명을 갈랐을까? 두 회사 대표는 한눈팔지 않고 본질 집중했느냐 여부가 성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사진 =회사 제공) |
◇ 이디야 “커피 외길..앞으로 커피맛 충실”
31일 문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1년 1호점을 연 뒤, 15년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며 “우직하게 커피만 바라보고 외길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금융권 출신인 문 회장은 2003년 인수한 이디야를 내실이 튼튼한 회사로 키웠다. 이디야는 커피 전문점 중 점포수가 가장 많음에도 폐점 매장수는 가장 적다. 이디야 가맹 점주들이 그만큼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문 회장은 2020년까지 매장 3000개를 열어, 매출 1조원(가맹점 제외 시 5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비전도 내놨다. 지난해 가맹점 매출을 제외한 이디야커피 매출은 1355억원으로, 5년 내 규모를 약 4배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문 회장은 규모를 키우겠지만 기본은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기본인 커피 맛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디야가 성공의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2005년 중국 베이징에 이디야 매장을 냈다가, 쫄딱 망했다. 문 회장은 “성질이 급하게 중국에 진출했다”며 “당시 살이 10kg 빠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국을 우습게 봐선 안 된다”며 “완벽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문 대표는 해외 진출을 위해 처절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태국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업체와 합작사 설립 준비를 했는데, 상대가 욕심을 부려 계약서 서명하기 직전 사업을 접어버렸다”며 “2005년보다 더 많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승우 카페베네 대표이사 (사진 = 회사 제공) |
◇ 카페베네 “커피맛 없다..본질 집중 못해 반성”
반면 지난 28일 열린 카페베네 기자간담회 분위기는 이디야와 달랐다. 회사 비전을 발표하기 전 최 대표는 왜 회사가 위기에 처했는지에 대해 뼈아픈 반성을 내놨다. 작년 말 구원투수로 영입된 최 대표는 “신사업으로 빚어진 손실 탓에 커피 맛과 서비스 등 본질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이나 주위 지인들이 카페베네 커피 맛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창업자인 김선권 전 회장의 경영성과에 대해 뼈아픈 반성문을 내놓은 것이다. 2008년 김 전 회장이 창립한 카페베네는 스타마케팅을 앞세워 초고속 성장했다. 매장수는 900개를 넘어섰고, 매출은 2012년 2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성공신화는 쉽게 무너졌다. 작년 매출은 1101억원으로 3년 만에 반토막났고,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마인츠돔(빵집), 블랙스미스(레스토랑) 등 새롭게 손을 댄 사업마다 실패했다. 중국내 매장 500개를 돌파하며, 성공했다고 자부했던 중국 사업은 합작사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경영권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지난해 김 전 회장은 회사를 사모펀드(K3)에 넘겨야만 했다. 커피 프렌차이즈의 성공신화가 8년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최 대표는 "국내서 가장 빨리 1000호점을 개설하고 해외서 상당한 성공한 신화가 있었다"며 "하지만 양적 성장에 집중하다보니 질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본질을 놓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