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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롯데]제주리조트 주당 433원..'헐값일까'

  • 2016.06.16(목) 10:54

'롯데호텔과 합병' 제주리조트 가치 35억 불과
부동산 부자 호텔롯데↑..3년째 적자 제주리조트↓

지난 2013년 있었던 호텔롯데와 롯데제주리조트의 합병이 '헐값 논란'에 휩싸였다. 검찰은 호텔롯데가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값) 가치만 237억원에 이르는 롯데제주리조트를 35억원에 넘겨받아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헐값 인수 논란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롯데제주리조트 처럼 수 년째 적자가 이어진 기업은 합병 가격 산정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내려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 롯데제주리조트                                                       [사진 = 롯데제주리조트 홈페이지]


◇ 논란 가중 왜?..168억 땅 매입해 리조트 세워 

호텔롯데가 롯데제주리조트와 합병한 때는 2013년 8월이다. 호텔롯데와 롯데제주리조트의 합병비율은 1대 0.0037740. 롯데제주리조트 1주당 호텔롯데 0.0037740 교부한다는 얘기다. 이 합병비율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이 측정한 두 회사 가치를 통해 구했다. 안진은 호텔롯데와 롯데제주리조트의 주당 가치를 각각 11만4731원, 433원으로 평가했다.

헐값 논란은 롯데제주리조트 가치가 너무 낮게 측정되지 않았냐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롯데제주리조트 주식총수(800만주)와 주당 가치(433원)를 곱하면 회사 가치가 34억64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제주리조트는 2007년 호텔롯데로부터 168억원에 매입한 37만6776㎡규모 토지(제주 서귀포시)로 만든 시설이어서, 헐값 논란은 가중됐다.

 

▲ 이명근 기자 @qwe123


◇ 회사 가치 어떻게 구했나

2013년 8월 호텔롯데와 롯데제주리조트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두 회사의 주식가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법)에 따라 평가됐다. 상증법은 비상장사의 주식 가치를 '[3년간 가중평균 순손익액/10%×60% + 순자산가치×40%]×(1+ 최대주주 할증)' 방식으로 구한다. 간추려보면, 순손익과 순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비상장사 주식 가치를 평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롯데제주리조트는 이 방식을 따르지 않고, 순자산 가치만으로 산정했다. 롯데제주리조트가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어서다. 상증법에 따르면 청산절차가 진행중인 법인과 3년째 결손이 발생하는 법인 등은 순손익과 순자산 가중평균이 아닌, 순자산가치만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안진은 롯데제주리조트의 1주 가치를 433원으로 평가했다. 순손익이 빠지면서 회사 가치가 확 내려간 셈이다.

상증법에 따른 회사 가치와 실제 회계 장부상 회사 가치는 큰 차이가 난다. 2012년 롯데제주리조트 감사보고서의 순자산(자본총계)은 237억원에 이른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으로, 청산가치라고도 한다. 롯데제주리조트가 당장 회사 문을 닫고 자산과 부채를 정산해도 237억원이 남는다는 얘기다. 이를 주주가 나눠가지면, 1주당 가치는 2962원이 된다. 상증법에 따른 주당 가치(433원)보다 6배 넘게 많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 회계와 달리 상증법은 자산과 부채에 조정 항목이 반영된다"며 "재무제표만으로 비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이명근 기자 @qwe123


◇ '부동산 부자' 호텔롯데, 주당 11만원

합병 당시 호텔롯데 주당 가치도 상증법에 따라 11만4731원으로 평가했다. 이익이 계속 나던 호텔롯데의 회사 가치는 순자산과 순손익 가치를 더해 평가했다. 호텔롯데의 순자산가치에 의한 1주 평가액은 22만6499원, 순손익가치에 의한 주당 평가액은 4만220원이다. 

여기에 부동산 비중이 높은 호텔롯데는 순자산가치와 순손익 가치에 각각 2배와 3배의 가중치를 주고, 가중치를 준 순자산과 순손익의 합을 5로 나눠 최종 주당 가치인 11만4731원이 나왔다. 상증법에 따른 호텔롯데 주식 가치는 올해 상장을 추진했던 호텔롯데가 내놓은 공모가 8만5000~11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으로 기업 가치를 산정 할 수 없다"며 "외부 평가법인이 적법한 평가 절차에 따라 가격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이 호텔롯데와 롯데제주리조트 뿐만 아니라 안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이는 만큼, 헐값 논란에 대해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회계법인이 기업 쪽에 유리하게 합병가격을 조작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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