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샘표식품과 일동제약이 예상치 못한 걸림돌에 발목이 잡혔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회사 '문턱'을 자산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올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개정을 예고하면서다.
두 회사가 추진 중인 지주회사의 자산은 1000억원 안팎으로 오는 9월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외견상 두 회사는 공정거래법의 지주사 규제를 피하게 되지만, 각종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샘표·일동, 지주사 전환 '차질'
5일 업계에 따르면, 샘표식품과 일동제약은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고민은 지난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6일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높이고, 지주회사 자산 요건을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올리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규모가 커진 카카오 등 벤처기업이 삼성과 같은 대기업 규제를 받게 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 개정안의 불똥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튀었다. 올 초부터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샘표식품과 일동제약이다. 샘표식품과 일동제약이 추진 중이 지주사 자산은 각각 837억원, 1304억원이다. 두 회사는 최근 임시주주총회까지 열어 정관까지 변경하는 등 지주사 설립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이 예고되면서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샘표식품과 일동제약 측은 "아직 입법예고 단계로 확정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공정위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갑작스러운 공정위의 결정에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며 "현재 공정위와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지주회사로 전환한 바이오 기업 휴온스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4일 발표한 지주회사 휴온스글로벌의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지분 비율을 맞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 전에 지주사 전환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채찍보다 더 큰 당근
기업들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되려는 이유는 채찍보다 당근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현재 공정거래법은 지주사를 규제하는 법이다. 공정거래법은 지주사의 부채비율을 200%이내로 유지하고, 지주회사 체제내 출자구조를 3단계로 제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현물출자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이연 ▲자회사로부터의 배당소득 익금불산입 ▲과점주주 취득세 면제 등 지주회사 전환 회사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기업입장에선 규제보다는 혜택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피라미드 구조로 회사를 지배하는 모양일 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자산규모에 상관없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정거래법은 규모가 큰 지주회사가 무한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채비율과 자산요건 등의 규제를 두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세제 혜택을 보기위해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되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입법예고기간(6월13일~7월25일)을 거쳐, 오는 9월 개정이 완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