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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외도'를 바라보는 시선들

  • 2017.04.12(수) 17:14

잇따라 식음료 시장 진출
"본업 경쟁력 약화" vs "R&D 자금 마련위해"

"여기는 10원 단위에 민감한 시장이예요. 제품개발이 쉬워 보인다고 함부로 뛰어들었다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을겁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무서운데요. 우리가 오래 해봐서 잘 알죠."

제약사들의 식음료 관련 사업 진출·확대에 대해 국내 한 식품업체 관계자가 한 말이다. 수십년 식품회사 경험상 트렌드와 평판이 판매순위를 좌우하는 식음료시장과 제약시장이 달라 무작정 뛰어들어선 안된다는 얘기다.


◇ 제약업계, 음료·건강기능식품 경쟁


최근 제약사들은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등을 담은 건강기능식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달 사이 동아제약(덴마크 프로바이오틱스)과 일동제약(지큐랩 비피도 플러스), CJ헬스케어(
홍삼애(愛)유산균), JW중외제약(엔커버, 뉴먼트 비타민C1000) 등이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와 함께 유통채널도 다양화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그동안 약국 전용으로 판매해 온 건강기능식품 프로비마게 플러스를 지난 11일 홈쇼핑에도 선보였다. 비타500 등으로 앞서 식음료시장에 진출한 광동제약의 경우 뉴미디어인 팟캐스트 행사를 지원하는 등 판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광고전도 치열하다. 일동제약과 광동제약은 최근 각각 아로골드D, 헛개차와 옥수수수염차의 모델을 바꾸거나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등 광고를 업그레이드했다. 기술력 보다 친근한 이미지 등을 앞세워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제약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신약 개발 여력이 떨어지는 제약사들의 '외도'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고, 신약개발을 위해서라도 캐시카우가 필요하다는 옹호론이 있다. 

◇ "외도 길어지면 본업 경쟁력 떨어진다"

지난해 R&D(연구개발)에 1000억원 이상을 쓴 제약사는 한미약품·종근당·대웅제약·녹십자 등 4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신약 보다 복제약(제네릭)으로 경쟁하고 있다.

많은 제약사들은 오히려 식음료시장에 관심이 높다. 제약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여러가지 규제 리스크가 있다보니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업이 어려워지면서 유관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보완하려는 시도가 식음료시장 진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보건의료 분석평가 전문기업 팜스코어가 국내 81개 상장 제약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78개사(실적 기준을 변경한 일동제약·일양약품·휴온스 제외)중 절반에 가까운 37개사의 수익성이 나빠졌다. 25개사가 영업이익이 줄었고 12개사는 적자를 냈다. 평균 영업이익률(개별 기준)도 8.3%로 전년 8.5%대비 0.2%p 떨어졌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외도'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연구개발이 느슨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 의존도가 높아지면 로열티와 수수료가 커 약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다른 측면에서는 식음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우려의 시선도 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식품시장은 트렌드와 대외리스크 관리에 밝아야 한다"며 "딱딱한 분위기의 제약사들이 쉽게 보고 덤빌 시장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 "연구개발 자금 확보 차원으로 봐달라"

제약업계는 식음료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든다. 개발에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더구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입하고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국내에는 매출 1조원 이상의 제약사가 한미약품·녹십자·유한양행·광동제약 4곳에 불과하다.

상장 제약사들의 경우 기술·재무적 한계에 더해 투자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익잉여금을 연구개발적립금으로 많이 쌓아둘수록 그만큼 배당금이 줄어든다. 장기적 시각의 경영철학만을 앞세워 신약개발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신약개발을 독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적게는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조원이 드는 신약개발을 하기에는 국내 제약사들이 영세한 수준"이라며 "정부의 R&D 지원금 가운데 제약산업으로 가는 비중이 7%에 불과하다. 이를 벨기에 등 다른 선진국들처럼 40% 선까지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식음료시장 진출이 늘고 있는데 대해서도 "제약사들이 R&D 자금 마련을 위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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