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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약품, 10년 뒤 나올 신약 전략 공개한 까닭

  • 2017.09.25(월) 15:06

내분비계 바이오개량신약 개발전략 공개
"중소제약사, 오픈 이노베이션 해야 가능"
녹십자 등 대형사도 콜라보 나서

"우리는 생산시설이 없기 때문에 경기바이오센터와 대전테크노파크에서 비임상 시료생산을 하고, 그 다음 CMC(Chemistry Manufacturing Control: 화학합성, 생산, 품질관리)는 강원대와 하면서 추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케이바이오에서 받았습니다."


"사전 파일럿 테스트는 일본기업 SNBL과 PK(Pharmaco Kinetics, 혈중 약물농도)에 대해 진행했고, PD(Pharmaco Dynamics, 약의 효과)는 미국기업 바이오모델스와 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있는 회사들을 따라잡아야 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서 빨리 넘어가는 겁니다."


장기호 안국약품 바이오사업부 이사는 안국약품이 10년 뒤 시판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내분비계 바이오개량신약(바이오베터) 개발프로젝트 AG-B1512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전략을 설명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협업을 통한 신약개발을 의미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함께 공유하자며 마련한 제1차 바이오 오픈플라자에서다.

▲ 9월21일 열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1회 바이오 오픈 플라자에서 장기호 안국약품 바이오사업부 이사가 회사의 첫 바이오신약 개발전략에 대해 발표중이다. 사진/방글아 기자

안국약품이 진행중인 AG-B1512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사(GSK)의 AlbudAb, 벨기에 아블링스(Ablynx)사의 나노바디 등 유사기술과 비교해 약효의 지속기간을 2배 이상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내분비계 바이오개량신약 프로젝트다. 안국약품은 현재 AG-B1512의 임상1상을 호주에서 추진중이다. 해외를 타깃으로 개발하는만큼 유럽과 미국 등을 저울질하다 호주가 CMC(화학합성, 생산과 품질관리) 허들이 낮다는 점을 높이 사 호주로 정했다.

장기호 이사는 "동시에 임상2상을 구상중인데, 2상은 유럽이나 미국을 놓고 고민중"이라면서 "200억원 이상이 드는 유럽과 미국 임상의 부담을 나누기 위해 공동임상에 나설 해외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 1상을 마치는대로 관심을 보이는 다국적제약사 가운데서 파트너십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상 공동임상 파트너가 유럽 제약사로 구해지면 개발을 이어가고, 아닐 경우 2019년 라이센스 아웃(기술판매)할 계획이다. 강원대학교내 벤처인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라이센스를 확보한 신약기술에 안국약품의 장점을 보탠 뒤 다시 다른 기업으로 넘기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다. 

안국약품은 2013년 8월 강원대 시스템면역학과 차상훈 교수와 만나 관련 기술에 대해 전해들은 뒤 사업성 검토 등을 거쳐 2015년 6월 품목을 도입했다.


◇ "중소제약사 자체 신약개발 어려워 콜라보해야"

안국약품의 첫번째 바이오개량신약 개발과정에는 다양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 어느 기업과 협업하는지 등은 사업기밀이 될만큼 주요한 개발전략이지만 회사는 이를 모두 공개하고 나섰다. 이는 오픈 비즈니스연구개발(BR&D)을 강조하는 회사의 신약개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연구개발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는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파트너들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매출 1713억원을 기록한 중견제약사다. 회사의 여건을 감안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는 오픈 BR&D을 위해 첫번째 신약프로젝트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장기호 이사는 다른 중견·중소 제약바이오사들에게도 오픈 BR&D를 제안했다.

장 이사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직원수 100명 이하의 회사가 38%, 100~1000명이 21%"라며 "1000명 이하 회사는 영업직원 등을 제외하면 신약 자체 개발이 어렵다고 봐야 하는데, 업계에서 이런 제약바이오기업이 60%나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장 이사는 "안국약품은 연구인력이 열여섯인 작은 기업이라 자체개발 부담이 커 연구기관들과 협업을 많이 한다"며 "파트너사와 어떻게 콜라보 할건지 밸런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비임상, 임상, 생산 등에 대한 통합적인 전략 콜라보 모델을 많이 개발한다면, 최종 목표에 조금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내 대형사도 오픈 이노베이션..녹십자, 항암치료제 개발에 적용

안국약품과 같은 전략적인 오픈은 중소·중견제약사뿐 아니라 국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 2위권 제약기업이자 글로벌 90위권에 드는 녹십자 역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NK(Natural Killer)세포 기반의 항암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녹십자는 2008년 보건복지부 연구과제에 참여해 서울대로부터 NK세포 치료제 관련 기술을 받아왔다. 2011년 자회사 녹십자랩셀이 설립된 뒤 이 기술을 다시 녹십자랩셀로 넘겼다. 이듬해 회사는 서울대와 공동특허를 낸 뒤 현재 간암치료제로 국내에서 임상2상을 추진하는 한편 미국에서 임상허가신청을 앞두고 식품의약품안전청(FDA)와 미팅을 진행중이다.

녹십자랩셀은 약효군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항암제(작년 753억달러)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목표다. 임상2상에 이르기까지 서울대 외에도 녹십자 목암연구소,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삼성서울병원, 미국 PBS 바이오테크사 등 다양한 기관이 협력해왔다.

황유경 녹십자랩셀 CTO는 "NK세포 치료제 개발은 녹십자렙셀 혼자 힘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던 일"이라며 "아카데미(연구기관) 기술이 곧바로 인더스트리(산업)으로 갈 수 없듯, 각자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풍성한 신약들이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콜라보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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