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그는 경남 마산(현 창원시)에 세탁소를 차렸다. 창원공단에 있던 그의 직장은 IMF외환위기때 부도가 났다. 공고 졸업 후 '기름밥'을 먹던 그도 여느 실직자처럼 창업시장에 내몰린 것이다. 세탁에 대해 무지했던 그는 손쉬운 세탁 전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길을 택했다.
어디서 한번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창업 스토리'다. 그의 인생이 남들과 달라진 순간은 3개월뒤 찾아왔다. 그는 가맹본부 운영방식에 대해 '이래선 안되겠다. 내가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고 한다. 가맹점 세탁소를 접고, 월드크리닝이라는 동네 세탁소를 열었다. 일본을 200번 넘게 오가며 어깨너머로 세탁 기술을 배워왔다.
18년뒤 그를 경기도 수원에서 만났다. 월드크리닝 400호점 오픈을 기념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세제를 얼마나 넣고 원단에 따라 물 온도를 조절하는 것을 지난 20여년간 경험과 공부를 통해 적립했다"며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세탁 프랜차이즈인 월드크리닝 한정남 대표다.
▲ 지난 10일 한정남 월드크리닝 대표가 400호점 매장 안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 = 안준형 기자] |
- 영남지역 세탁 프랜차이즈 1위라는 성과를 내고 올해초 수도권에 진출했는데 상황은?
▲ 올봄 고생을 많이 했다. (경남 양산 본사에서) 직원들이 서울로 올라와 수도권 매장에 1대1로 붙었다. 가맹점주도 초보, 세탁공장도 초보, 모두가 수도권에서 처음이라 진짜 어려웠다. 올해 수도권에 60개 매장을 열었다. 매출은 정상궤도에 오르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로선 경이로운 숫자다. 중요한 것은 가맹점속에서 가맹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맹점주가 다른 사람에게 가맹사업을 소개해주는 건데, 수도권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 수도권 진출 목표는?
▲밑(영남)에서 목표를 세워두고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왔다. 하지만 수도권은 다르다. 흔히들 얘기하는 것처럼 사업 한번 하자는 얘기다.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다. 밑에선 시스템이 있어 자연스럽게 뻗어갔는데 여긴 아무것도 없다. 가맹점 모아야 하고, 세탁공장 만들어야 하고 모든 것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 지금은 세탁공장이 수원과 광명에 있는데 연말에 구리공장이 문을 연다. 3년안에 수도권에 공장 10개, 가맹점 300개를 만들려 한다. 속전속결이다. 7년 뒤에는 위(수도권) 1000개, 밑(지방)에 1000개가 목표다.
- 세탁시장은 상황이 어떤가?
▲ 이제 시작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얼마나 많나. 전국에 세탁소도 몇만개 있지만 전국적으로 두각을 보이는 브랜드는 크린토피아와 우리밖에 없다. 전국 동네 세탁소는 주로 50~60대분들이 장사하는데, 60대 중반이 넘으면 폐업한다. 세탁일이 힘들고 어려우니 이어받을 자식이 없다. 그래서 60대 중반을 넘기면 주로 폐업한다. 동네세탁소 비중은 수도권이 70%, 영남권이 99% 정도 된다. 나중에 이 동네세탁소가 없어지면 누군가는 채워야 한다.
- 월드크리닝만의 핵심 기술은?
▲ 첫째도 둘째도 세탁물을 깨끗하게 하는 거다. 세탁은 화학이다. 세제, 온도, 물량, 시간 등을 과학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원단에 따라 물 온도를 조절하고, 세제를 얼마나 넣을지는 지난 20여년간 경험과 공부를 통해 적립했다. 이것(세탁법)은 우연이 아니다. 일률적인 품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식을 가지고 있다.
- 세탁 노하우는 어디서 배웠나?
▲1999년 창업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 빨래가 제대로 안됐다는 고객불만이 나오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국 투어를 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세탁기계를 사러 일본에 간 김에 살짝 세탁공장도 가보고 했다. 집념을 가지고 계속 파고들었다. 일본은 200번 넘게 다녔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어디 있겠냐. 사람도 성장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하나하나 도전해왔다. 그 시간이 10년 걸렸다.
- 월드크리닝의 경쟁력은?
▲ 첫째는 깨끗함, 둘째는 요금, 셋째는 편리한 서비스, 마지막은 빠른 배송이다. 우리는 2박3일안에 세탁물의 90%를 배송한다. 4~5일씩 가면 경쟁력이 있겠나. 그것을 지키기 위해 계속 토론하고, 혁신하고, 세탁방식을 바꾸고 있다. 우리만 세탁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빨리 캐치해야 한다. 요즘 일본 '산요'에서 세탁기계를 단독으로 수입하려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어떤 코인세탁기가 비어있는지도 알 수 있다.
▲ 한정남 월드크리닝 대표.[사진 = 안준형 기자] |
- 세탁소 전에 무슨 일을 했나.
▲창원공단에 있는 자동화라인을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녔다. 이 회사가 IMF외환위기때 부도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뒀다. 세탁소는 생계형으로 시작했다.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단순히 남이 차려주는 것을 하는 성향이 아니다. 무엇인가 발전시켜야 하는 타입이라 이렇게 도전했고 진화했다. 새로운 걸 해보자, 체계화해서 사업화해보자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 20여년간 경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부적으로 기술이나 장비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이익이다. 가맹점에 이익이 날 수 있게 해주기가 가장 어렵다. 대부분의 가맹점이 생계형이다. 임차 보증금 외에 2000만원 투자하고, 점주는 대부분 주부다. 월 200만~250만원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맹점주에게 이것을 달성해주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 요즘 프랜차이즈 업계가 갑질 문제 등으로 시끄럽다.
▲ 뉴스를 보니 어떤 가맹본부는 매출 700억원에 200억원이 남는다고 하더라. 그게 가능하냐. 지난해 광고 송출료가 7억~8억원 나왔는데 가맹점주, 직영점, 세탁공장 등이 매출에 따라 10원짜리 하나 착오없이 분배했다. 그외 광고제작비와 모델료가 2억원 정도 나왔는데 그 돈은 내가 개인적으로 냈다. 가맹점주에게 차마 더 내놓으라는 소리를 못하겠더라. 지난해 가맹점에서 거둔 로열티 등이 55억원이었는데, 작년 비용으로 56억원을 썼다. 매출 700억원 회사가 어떻게 200억원을 남기는지 물어보고 싶더라. 올해는 가맹매출 100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익을 좀 내야 하지 않겠나.
- 경영 소신은?
▲현장 중심 경영이다. 요즘도 출근하면 사무실보다 세탁공장에 먼저 간다. 지금도 공장 작업자와 똑같은 속도로 일할 수 있다. 작업자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시스템 전문가다 보니 기계가 있는 공장에 있는 게 더 즐겁다. 그리고 사업을 오래 하려면 속이고 기만해선 안된다. 물건을 똑바로 안주고 가맹점이 이익이 나겠나.
- 다른 사업엔 관심 없나.
▲ 능력도 안되고 해보고 싶지도 않다. 그만한 여유도 없다. 세탁보다 잘할 수도 없다. 세탁 프랜차이즈가 이익이 엄청나는 사업은 아니다. 지출할것 하고 손해 안보고 이끌고 나가면 만족한다. 동네세탁소와 프랜차이즈 비중은 7대 3정도다. 그 사이에 잘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전력하는게 맞다. 우린 아직 성공한 게 아니다. 이제 기초를 다졌다. 밥은 먹고 살 수 있겠지만 제대로 하려면 전국에 퍼져야 한다.
- 어떤 회사를 만들고 싶나.
▲ 일단 고객에 부담이 안되면서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세탁소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변화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탄탄히 뿌리를 내리고 싶다. 그곳에서 가맹점주와 지사, 본사 직원들과 성과를 형평성 있게 나누고 싶다. 우리 조직에서 한평생을 같이 보낼건데 업무 외에도 인간적인 부분을 같이 느끼면서 같이 한세월을 보내고 싶다. 훗날 시간이 흘렀을 때 서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어서 서로에게 고맙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