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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코리언보드카? 소주는 소주다"

  • 2017.11.24(금) 16:19

하이트진로 황정호 해외본부장 인터뷰
"소주 세계화는 많이 파는 것보다 널리 알리는 것"
"하이트, 홍콩 7위…가격아닌 제품력 인정받아"

올해 9월 한국문학번역상을 받은 한 터키 번역가는 "소주는 한국인에게 고유의 심상을 전하지만 터키인에겐 설명해가며 번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강의 소설을 번역한 프랑스 번역가는 "편집인이 처음에 소주를 코리언보드카로 번역해달라고 제안했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해외에서 소주는 아직 낯선 술이다. '참이슬'은 16년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에 이름을 올렸지만 해외에선 코리언보드카나 스피릿(증루쥬)으로 불릴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반면 증류주에 속하는 보드카, 럼, 브랜디 등은 각자의 고유의 이름으로 불리며 세계인이 마시고 있다.

지난 23일 만난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본부장(상무)은 "보드카는 보드카"라며 "소주도 코리언보드카도 스피릿도 아닌 그냥 소주"라고 강조했다. 황 상무는 하이트진로가 올해부터 추진중인 '소주의 세계화'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소주의 세계화는 단순히 소주를 많은 국가에 파는 것이 아니다"며 "세계에 소주를 알리기 위한 작업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황정호 해외본부장은 한달에 열흘 정도 해외에 머문다. 그는 "해외본부를 총괄하면서 본부 전략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고자 미국 법인장도 겸직하고 있다"며 "영업 현장에서 아직도 뛰고 있다"고 말했다.[사진 = 안준형 기자]


- 해외에선 소주를 어떻게 설명하나?

▲ 한국 맥주를 보면 맥주라고 인지하지만 소주를 보면 '이게 뭐지'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소주 원료로 설명할 수도 없다. 위스키나 보드카를 설명할 때 어떤 원료로 만든 술이고 제조 방식은 이렇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소주는 코리언보드카도 아니고 스피릿도 아니고 그냥 소주라고 설명해 준다. 마시기 깔끔하고 다음날 머리가 많이 아프지 않다고. 증류주 시장에서 소주를 대체할만한 술은 없다.

- 소주의 세계화는 어떤 의미인가?

▲ 단순히 소주를 많은 국가에 판다고 소주의 세계화가 됐다고 말할 수 없다. 과연 위스키나 보드카 회사들이 우리를 인정해 줄까. 소주 카테고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브랜드 빌딩, 면세점 입점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글로벌 주류회사 이너서클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소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증류주이지만 글로벌 주류회사는 한국에서만 많이 팔리는 술로 폄하한다. 통상 소주는 해외 세관 분류 명칭이 스피릿으로 표기되는데 이것을 소주로 명기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관세회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관세환경에 대한 조사, 소주관세의 포지셔닝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예전에도 소주를 수출하지 않았나?

▲ 그동안 교민시장에서 국내 소주 브랜드끼리 경쟁했다. 올해부터는 한국 소주회사와 경쟁을 넘어서 현지 시장을 뚫겠다는 계획이다. 외국인이 보면 '참이슬'이나 '처음처럼'(롯데주류), '좋은데이'(무학)는 모두 똑같은 ‘녹색병’이다. 그렇다고 소주의 세계화 작업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작은 교민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끼리 치고받고 싸우지 않고 해외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

- 소주에 대해 반응이 좋은 지역은?

▲ 동남아시아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올해 각각 16만 상자(360㎖ x 30병) 정도 팔릴 것으로 기대된다. 베트남에선 지난 10월에 회사가 운영하는 술집 '진로포차'도 열었다.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소주를 알리기 위해서다. 닭갈비, 치킨, 떡볶이 등이 잘 팔린다. 캄보디아는 그동안 교민시장 위주로 관리하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현지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는 현지 증류주도, 수입브랜드도 없어 소주가 무혈입성했다. 올해는 360% 성장이 예상된다. 베트남은 최근들어 술을 많이 마시는 추세다. 남성 위주 시장인데 요즘은 여성음주도 늘고 있다.

- 주류문화에 따른 영업 방식도 다르지 않나?

▲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지리적으로 붙어있지만 영업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캄보디아는 가정시장 중심, 베트남은 유흥시장 중심이다. 캄보디아는 술집이 모여있는 상권 자체가 없다. 최근 컨테이너를 수십개를 자르고 붙여 상점으로 만드는 신 유흥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반대로 베트남은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영업한다. 영업방식도 다르다. 캄보디아는 유통력이 좋은 도매상이 영업한다. 하지만 베트남 도매상은 배달과 채권회수만 하고 영업은 주류회사가 직접한다. 지난해 베트남에 법인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 [사진 = 안준형 기자]


- 맥주는 홍콩에서 잘 팔리고 있다고 들었다.

▲ 지난해 홍콩 닐슨의 가정용시장 자료를 보면 '하이트'가 7위에 올랐다. 우리 뒤로 '하이네켄'과 '아사히', '기린' 등이 있다. 올해 시장규모는 사업 첫해인 2012년에 비해 7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2년 브랜드는 '스타우트' 하나였지만 지금은 모든 '하이트' 맥주를 취급하고 있다. 홍콩은 시장 특성상 유흥보다 가정시장이 크다. 현재 편의점 등 2000개 매장에 입점했다. 한국 편의점과 동일하게 홍콩에서 '하이트'를 팔고 있다.

- 홍콩 주류시장은 어떤가?

▲ 주류시장에서 홍콩만이 갖는 상징성이 있다. 알코올 도수 30도 이상 주류를 제외하곤 모든 주류가 면세다. 현지에 생산공장도 없다. 결국 100% 수입 맥주란 얘기다. 홍콩에서 전 세계 수입맥주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가격이 아닌 브랜드만으로 싸워 하이트의 위치를 확인했다. 우리의 오랜 양조 노하우와 맛을 홍콩에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9월엔 홍콩에 발포주 '필라이트'도 수출했다. 면세 지역이라 '필라이트'가 하이트와 같은 가격에 팔리는데도 초도 물량 1만 상자가 모두 팔렸다. 가격 메리트가 아닌 제품력으로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 국내에선 국산맥주가 싱겁다며 수입맥주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속상하지 않나?

▲ 국내에선 그런 이미지가 브랜드 평가와 연결돼 폄하되고 있다. 홍콩에서 하이트가 7번째로 많이 팔리는 이유는 그만큼 대중이 선호한다는 얘기다.  열심히 노력해서 그 이미지를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 맥주와 소주의 세계화 추진전략은 다른가?

▲ 맥주는 글로칼리제이션(세계화와 현지화 합성어), 소주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맥주는 현지에 맞게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고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생산하는 등 탄력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소주는 '진로' 브랜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 브랜드를 그대로 알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아울러 소주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현재 82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국가 수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태국, 영국 등을 중점국가로 보고 있다.

 

- 내년 계획은?

▲ 캄보디아 등 올해 도전해 일부 성과가 있던 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성과를 증폭하고 확산시키겠다. 추가적인 해외진출 지역도 발굴할 계획이다. 중앙아시아는 기대되는 지역중 한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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