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이 바이오 신약개발 중심 제약사로 바뀌고 있다. 2014년 바이오 전문가를 영입해 바이오본부장과 바이오사업부장 등 지휘봉을 맡기고 글로벌 바이오사업을 위한 연구개발과 마케팅 분야에서 실탄을 장전중이다.
1959년 설립된 안국약품은 현재 직원 500여명 수준의 중견 제약사다. 하지만 60년 가까운 역사에서 제법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다.
안국약품은 1995년 간판제품 눈영양제 토비콤 을 출시하면서 성장페달을 밟은뒤 ▲2000년 코스닥 상장 ▲2002년 44.5%로 업계 최고 성장률 기록 ▲2006년 첫 S-암로디핀 항고혈압제 레보텐션 출시 ▲2010년 스페인 유리악(Uriach)의 항히스타민제 루파핀(Rupatadine) 라이센스 인과 자궁경부암 진단 유전자칩 벤처 바이오메드랩 인수 ▲2011년 중국 진출 ▲2013년 스위스 에프락스(Effrx)의 골다공증치료제 비노스토(Binosto) 라이선스 획득 등이 대표적이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오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 시기 안국약품에 합류해 바이오·신약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장기호 이사를 만나 안국약품의 신약개발 스토리를 들었다. 장 이사가 합류한 뒤 회사의 바이오 연구인력은 6명에서 16명 수준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장 이사는 동아제약과 LG생명과학을 거쳐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국내 바이오의약품의 해외수출과 국내외 기업간 사업제휴를 두루 성사시킨 전문가다.
▲ 장기호 안국약품 바이오·신약사업부 이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안국약품에 온 뒤 사업성 검토를 거쳐 AG-B1511와 1512 두가지 바이오베터를 파이프라인으로 도입했습니다. 바이오사업이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혁신적인 타깃보다 알려진 타깃중 충족되지 않은(Unmet) 니즈가 있으면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것, 이렇게 두가지를 주되게 고려했습니다. AG-B1512는 약효가 오래가는 지속형 성장호르몬결핍치료제, 1511은 G CSF(백혈구 증식인자) 계열의 지속형 호중구감소증치료제입니다."
성장호르몬과 백혈구 증식인자를 토대로 한 1세대 바이오의약품은 이미 시중에 나온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많지만 장 이사는 기존제품의 환자편의성이 낮다는 데 주목했다. 안국약품이 후발주자인만큼 무리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대신 앞으로 바이오사업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에서 득이 될만한 글로벌개발경험을 쌓으면서도 실제 글로벌 라이선싱으로 이어질만한 품목을 선정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기존 성장호르몬결핍치료제의 경우 대부분이 환자가 매일 투여받아야 하는 형태다. 주기가 가장 긴 것이 1주일인 LG화학의 Sr-HGH정도다. AG-B1512에서도 기존제품 대비 약효 지속시간을 2주 이상으로 늘린 제품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실패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AG-B1511이 1년의 시간차를 두고 1512의 단계를 따라가는 순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개발단계가 1년 앞서는 AG-B1512는 전임상을 성공적으로 매듭 지으면서 임상1상을 준비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2013년 8월 강원대 시스템면역학과 차상훈 교수와 만나 관련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사업성 검토를 거쳐 AG-B1512를 2015년 6월 파이프라인으로 기술도입했다. 전임상 시험인 PK(혈중 약물농도) 테스트는 일본에서, PD(약효) 테스트는 미국에서 했다. 초기 단계 생산(CMC)은 국내에서 진행했다. 개발초기부터 제형 등 결정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는대신 효율적으로 임상 1상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두 바이오베터 모두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만큼 제반여건을 고려해 1상은 호주, 2상은 유럽이나 미국에 무게를 두고 검토중이다. 앞선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1상을 유럽에서 진행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장벽이 낮은 호주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유럽에선 임상단계마다 QP(Qualified Person)를 거쳐야 해 개별상황에 따라 더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1상부터 디테일한 리뷰를 받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봤다.
두 바이오베터 모두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는만큼 제반여건을 고려해 1상은 호주, 2상은 유럽이나 미국에 무게를 두고 검토중이다. 앞선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1상을 유럽에서 진행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장벽이 낮은 호주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섰다. 유럽에선 임상단계마다 QP(Qualified Person)를 거쳐야 해 개별상황에 따라 더 까다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1상부터 디테일한 리뷰를 받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봤다.
AG-B1512는 앞선 동물실험 결과에서 기존제품 대비 반감기가 20~40배 향상되고, 약의 지속효과도 1회 투여만으로 20일까지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9월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신약개발 비임상·임상시험 지원과제'에 선정되면서 2년간 총 연구비 17억6000만원중 10억5000만원을 지원받게 돼 연구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2018년 임상1상을 승인받고, 이르면 2019년말까지 마무리해 2020년부터 다국적제약사들과 본격적인 기술수출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안국약품 바이오사업부 직원들은 대부분 국내외 학회에 참석한다. 신약개발은 최신 정보와 동향 파악,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학회에서 바이오신약 아이디어와 자문을 얻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는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베터는 합성의약의 개량신약 정도로 비유되곤 하지만 실은 베스트인클래스 신약에 더 가깝습니다. 합성 개량신약에서처럼 단순히 새로운 물질을 넣어 복합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접목돼야 해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바이오시밀러가 각광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오베터 내지 바이오신약, 그중에서도 항체신약에서 앞서나가는 기업이 글로벌경쟁력을 갖게 될 겁니다."
장 이사는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바이오베터를 넘어 항체신약에 도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안국약품의 바이오사업도 항체신약을 향하고 있다.
장 이사는 "두 바이오베터를 글로벌임상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신약개발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쌓일 것"이라며 "이러한 인프라를 자산으로 안국약품이 항체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는 실패확률이 최소화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끝으로 마지막 한마디를 묻자 장 이사는 "안국약품을 빅파마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한국의 암젠'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를 끝으로 마지막 한마디를 묻자 장 이사는 "안국약품을 빅파마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한국의 암젠'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장 이사는 "국내에서 글로벌임상을 진행하는 제약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안국약품은 자신있게 도전하고 있다"며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안국약품에서 많은 연구진과 기관들이 함께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