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베트남에서 2년 가까이 골머리를 앓던 가짜 초코파이 고민을 해결했다. 특허 소송을 비롯해 우여곡절 끝에 현지업체가 생산해 수출까지 하던 초코파이 카피제품의 판매를 막는 데 성공했다.
오리온의 사례가 최근 알려지면서 동남아 시장에서 사업 중인 국내 소비재 기업들에도 희망을 주고 있다. 상표권(브랜드) 인식이 아직 자리 잡지 않은 동남아에서 비슷한 문제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처럼 말끔하게 해결된 경우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베트남 호텔에 비치된 초코파이.출처/VONG XUA HOTEL |
◇ 베트남 특허청 오리온 손 들어줘
오리온이 동남아 가짜 초코파이를 두고 고민을 시작한 건 2015년 7월이다. 베트남의 한 제과회사가 무단으로 'ChocoPie' 상표를 단 제품을 생산해 동남아 국가와 인도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오리온은 베트남 지적재산권조사기관(VIPRI)에 상표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했고, 그해 '상표권 침해가 맞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그런데도 해당 제과회사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듬해 베트남 특허청(NOIP)에 오리온을 상대로 초코파이 상표권 취소 심판 소송까지 냈다.
이에 베트남 특허청이 조사에 나섰고, 그 결과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독점,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표권'이라고 판정하면서 지난해 7월 사건이 종결됐다.
이 사건 이후 베트남 지식재산협력단이 지난달 30일 서울 오리온 본사를 방문했다. 쩐 흥 베트남 시장관리국 부국장 등으로 구성된 협력단은 이경재 오리온 대표와 국내 특허전략개발원, 한국발명진흥회, KOTRA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한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상호협력을 약속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이 40년 넘게 지켜온 원조 브랜드 초코파이의 세계적인 위상을 이번 승소로 재확인했다"면서 "오리온 브랜드를 무단 도용한 제품들로 국내외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상표권 보호 체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동남아 진출 국내 기업들도 개선 기대감
오리온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현지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카피제품이 난립하고 있는데도 현지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 탓에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언론(Hải quan)에 따르면 베트남 시장관리당국은 2016년 지적재산권(IP) 침해 조사를 통해 4700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주요 품목은 식·의약품과 화장품, 자동차·전자 부품 등이었다. 실제 상표권 침해 규모는 적발 건수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최근 2~3년간 상표권 침해 피해자가 대부분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오리온 외에 CJ제일제당의 백설, 광동제약의 우황청심환,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등 한국 기업들의 상표권이 다수 도용당했지만 마땅히 손을 쓰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2003년부터 백설 빵가루 상표 도용 사실을 인지하고, 해당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진출할 때마다 해당 국가에 상표권을 등록하지만 한글 등록이 불가능한 데다 동남아에선 아직 상표권 인식이 낮아 현지당국에 신고해도 처리가 오래 걸리거나 제대로 종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다만 현지당국의 대응이 점점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어 이번 건을 계기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