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신약 기술수출 이야기입니다. 국내 제약산업의 최대 목표는 글로벌 신약 개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연구개발 도중에 기술수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속사정을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편집자]
새해 첫 달부터 대형 신약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해 기술수출의 포문을 연 곳은 유한양행입니다. 유한양행은 지난 7일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7억8500만달러(한화 약 8823억원) 규모의 지방간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어 GC녹십자도 8일 중국 캔브리지에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신약 기술수출은 자체적으로 연구개발(R&D)한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에 제공하거나 권리를 이전하고 그 대가로 로열티를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내 제약사들이 체결하는 기술수출은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거나 해당 물질에 대한 개발 및 판매 권한을 이전하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로열티는 계약 조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반납 의무가 없는 계약금과 단계별 성과기술료인 마일스톤, 판매에 따른 수익분배 등으로 나뉘어 지급됩니다.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 일단 계약금만 받고, 나머진 성과 보수 형식으로 받게 되는 겁니다.
국내 제약산업에서 기술수출의 첫걸음은 우리나라에 물질특허가 도입된 지난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의약품 특허를 받으면 20년간 독점권을 확보할 수 있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됩니다. 이전까지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하는데 그쳤던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인 셈이죠.
국내에서 신약 연구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글로벌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글로벌 신약은 전에 없던 혁신적인 신약을 의미합니다. 정부가 국산 신약으로 30개 제품을 허가하긴 했지만 대부분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제제나 제형을 변경해 약간의 차별화를 둔 개량신약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대부분 내수용에 그쳤고, 오리지널 의약품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지곤 했습니다. 일부는 적정한 약가를 인정받지 못해 허가만 받아 놓고 국내 출시를 포기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위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신약'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죠.
▲ 지난 7일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지방간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을 수출한 유한양행. (사진제공: 유한양행) |
글로벌 신약 개발은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사업입니다. 단 1개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려면 최소 10년 이상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나마 신약 개발이 최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모든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1만여 개의 후보물질 중에서 1개의 진주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역량으로는 지극히 낮은 확률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특히 의약품의 허가 및 시판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임상시험이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임상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과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효능과 독성, 부작용 등을 관찰하는 임상1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3상을 거쳐야 합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로 연구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고 계약이 도중에 파기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면서 "지금은 글로벌 신약 탄생을 위해 더 많은 연구 경험을 쌓는 준비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통해 선지급받는 계약금으로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또 다른 후보물질을 연구하는데 투자한다는 겁니다. [핀셋] 다음 편에서는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이 이뤄낸 신약 기술수출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