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최근 더페이스샵과 씨앤피코스메틱스, 미용제품 재료 수입 및 도‧소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캐이엔아이 등 자회사 3곳을 흡수합병했습니다. 오는 30일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11월 26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더페이스샵은 2010년 11월, 캐이엔아이는 2013년 3월, 씨앤피코스메틱스는 2014년 11월에 각각 인수한 자회사입니다.
◇ 사업 부진 지속 ‘더페이스샵’ 등 3사 합병
LG생활건강은 지난 2010년 당시 국내 화장품업계 3위였던 더페이스샵 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매출 비중이 컸던 중국 시장이 럭셔리 브랜드로 돌아섰고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의 인기로 개별 브랜드 로드숍들이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LG생활건강은 2018년 중국에서 더페이스샵 오프라인 매장을 전면 철수합니다.
스킨일일사닷컴으로 2000년 3월 설립된 씨앤피코스메틱스는 ‘차앤박(CNP)’으로 알려져 있는 더마 화장품 브랜드로 성장해 온 기업입니다. LG생활건강이 더마코스메틱으로 화장품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14년 11월 인수했죠.
또 2000년 8월에 훠룩시스템코리아로 설립, 사명을 변경한 캐이엔아이는 실크테라피를 비롯해 치(CHI), 바이오실크 등 헤어케어 위주의 생활용품을 수입 및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품목 다변화를 위해 2013년 3월에 캐이엔아이를 인수했습니다.
이들 자회사 3곳 모두 LG생활건강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합병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합병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합병으로 LG생활건강의 경영, 재무, 영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LG생활건강은 이들 3개 자회사를 합병해 경영효율성을 제고하고 사업의 통합 운영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씨앤피코스메틱스의 경우 더마 화장품의 인기에 힘입어 조금씩 성장세하면서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하지만 인수 초기 효자 노릇을 톡톡히했던 더페이스샵은 중국과 국내에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캐이엔아이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죠.
◇ 뉴에이본‧피지오겔 인수 등 中‧북미 시장 확대
그렇다면 중저가 화장품, 더마 화장품, 헤어제품 등 각기 다른 분야가 주력인 자회사 3곳을 흡수합병하는 데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있을까요. 숨은 의도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LG생활건강이 지난해와 올 2월 인수한 ‘뉴에이본’과 ‘피지오겔’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2월 중국 내 화장품 및 생활용품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뉴에이본 광저우 공장 지분 100%를 취득했습니다. 중국에서 더페이스샵의 오프라인 매장은 철수했지만, 중국 시장을 재공략할 계획을 도모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온라인과 H&B 스토어의 유통채널로 변화하는 추세죠.
또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8월 에이본 캐나다 공장 지분 100%를 취득했습니다. LG생활건강이 지난 2월 글로벌 더마 화장품 ‘피지오겔’의 북미 사업권을 손에 쥐면서 결국 북미 화장품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흡수합병하는 씨앤피코스메틱스도 더마 화장품 브랜드를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는 피지오겔과 함께 국산 더마 화장품 브랜드로 북미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보려는 겁니다.
◇ 차석용 부회장의 선택…성공 여부에 관심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마법이 통할지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자회사 3사 흡수합병도 차 부회장이 그린 큰 그림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LG생활건강의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중국 시장은 올 1분기 246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제자리걸음 수준입니다. 북미 시장은 2018년 1분기 194억 원에서 지난해 1243억 원으로 성과를 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LG생활건강 입장에서는 중국과 북미 시장에서 성장할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겁니다.
차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아시아를 넘어 미주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북미 시장 진출을 도모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더불어 최성장하고 있는 더마 화장품을 키우는 3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차 부회장은 10년이 넘는 재임기간 동안 활발한 인수합병(M&A)을 전개해왔습니다. 2007년부터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 한국음료, 해태음료 등을 인수하면서 음료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어 바이올렛드림, 일본 긴자스테파니, 캐나다 후르츠앤패션, 태극제약 등을 인수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사업 다각화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때마다 차 부회장의 선택은 성공했습니다.
차 부회장의 이번 자회사 3사에 대한 흡수합병 결정이 LG생활건강의 성장을 한 단계 더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