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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 짜는 이커머스]②'쿠팡·티몬·11번가'의 상장 레이스

  • 2020.12.08(화) 17:14

이커머스, 줄줄이 '상장 도전'…수익성 높이기 안간힘
계속되는 '치킨 게임'…지속 적자에 탈출구 절실

이커머스 시장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로 짜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곳곳에서 '합종연횡' 소식이 이어지면서 예상과는 다른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유통 공룡인 아마존의 한국 진출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편집자]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들이 대거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치킨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에서 압도적인 승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 같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할 것이다.- 2020년 10월 13일, 현대차증권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그동안 급격하게 성장해왔다. 당분간 이런 성장세를 지속하리라는 전망에도 이견은 없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하면서 시장의 성장률은 더욱더 가팔라지고 있다.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2030세대는 물론 오프라인의 주 고객이었던 5060세대까지 대거 유입되면서 온라인은 말 그대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성장세만 본다면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잔칫집 분위기가 연출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당장 생존을 위해 투자금을 구하고 있거나 상장을 통해 벼랑 끝에서 벗어나려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거래액과 매출은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수익성은 지속해 바닥을 치고 있는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마존이나 네이버 등 자금력이 막강한 경쟁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가격 경쟁의 늪에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곳곳에서 투자금 유치나 상장 추진설이 들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너도나도 돈을 쏟아붓고 있다 보니 자금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쿠팡이다. 쿠팡은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고 있지만, 지속적인 적자로 '탈출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꾸준히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블룸버그 통신은 쿠팡이 내년을 목표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나스닥 상장을 위한 로드쇼(설명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나스닥 상장이 쉬운 일은 아니다. 쿠팡이 국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3%에 불과하다"면서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이라고 평가하기는 무리인 만큼 이런 상황을 뉴욕 투자자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현재 사업 구조로 상장을 진행할 수도 있고, 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쿠팡이 최근 꾸준히 재무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쿠팡은 지난해 말 IGT PLC라는 세계적인 게임회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던 알베르토 포나로를 CFO로 영입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앞서 나이키와 월마트 출신 재무 전문가인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선임하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이사를 지냈던 케빈 워시를 새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는 등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티몬의 경우 올해 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미래에셋대우와 IPO 대표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티몬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티몬은 최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에이디티캡스(ADT캡스) CFO를 역임했던 전인천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했다. 전 부사장은 영실업에서도 CFO와 대표를 맡은 바 있는 재무 전문가다. 전 부사장 영입으로 상장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에는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4000억 원 수준의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왼쪽부터)알베르토 포나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영준 SSG닷컴 전략기획담당 상무, 전인천 티몬 재무부문 부사장.

SSG닷컴의 경우 지난 2018년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와 비알브이의 1조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당시 투자 조건에는 5년 내 매출 10조 원, IPO 추진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SG닷컴 역시 티몬에서 CFO로 있던 최영준 재무담당 부사장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티몬의 재무 수장을 지내면서 지난 3월 첫 월간 흑자 등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최 부사장이 SSG닷컴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향후 상장 작업을 추진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을 등에 업은 11번가 역시 상장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의 경우 지난 2018년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오는 2023년까지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약속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금을 유치하는 동시에 수익성 관리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언제까지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이어갈 수는 없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언젠가는 자금 회수를 해야 한다. 

다만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을 과점하는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고 소셜커머스 1~3위인 쿠팡, 위메프, 티몬 등은 최근 5년간  막대한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라며 "약육강식과 치킨게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쉽게 답이 나올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3~4개의 업체가 전체 시장점유율 50~60%를 차지하는 과점화 구조로 변화되면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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