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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한끗]④진로 '끝' 참이슬 '시작'

  • 2021.10.13(수) 14:30

치열했던 진로 인수전…총 14곳 참여
하이트, '통 큰 베팅' 인수…시장 평정
합병 후 '참이슬'로 소주 시장 압도적 1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역사적인 사건에는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느냐에 따라 역사책의 내용이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은 꼭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늘 우리 곁에서 사랑받고 있는 많은 제품들에도 결정적인 '한 끗'이 있습니다. 그 한 끗 차이가 제품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비즈니스워치는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에 숨겨져 있는 그 한 끗을 알아봤습니다.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제품의 전부를, 성공 비밀을 함께 찾아보시죠. [편집자]

진로(眞露)의 진로(進路)는?

지난 2005년 국내 유통 업계가 들썩입니다. 국내 최대 소주 업체 진로가 매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소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누가 얼마에 가져갈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롯데와 두산, CJ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은 물론 하이트맥주와 대한전선, 대상, 동원, 무학 등 총 14곳의 기업이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인수전은 시작 전부터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롯데나 두산, CJ 중 한 곳이 진로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데다, 인수 의지도 강했기 때문입니다. 세 곳 모두 오너의 관심이 지대했던 터라, 사내에 별도로 진로 인수팀을 조직해 '총력전'을 펼쳤다는 후문입니다. 업체별로 그야말로 인수에 사활을 걸었던 겁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밖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초 진로의 몸값은 2조원 안팎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인수전이 과열하다 보니 몸값이 계속 올랐습니다. 본입찰에서 CJ와 두산, 대한전선 등은 2조8000억~2조9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통근 베팅이었죠.그런데 복병이 있었습니다. 하이트맥주입니다. 하이트맥주는 3조원이 넘는 가격을 베팅했고 결국 진로를 품게됩니다. 업계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이트맥주는 본계약에서 최종적으로 3조4100억원에 진로를 사들였습니다. 국내 기업 매각 사상 최고가가 경신된 순간입니다. 인수 금액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당시 각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임했는데요. 하이트맥주 역시 한국교직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 산업은행, 새마을금고 등과 '팀'을 이뤄 진로 인수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주류에서 비주류로 눈 돌렸다 '쓴맛'

당시 진로는 창업한 지 80년이 된 국내 대표적인 장수기업이었습니다. 주력인 소주 사업이 잘 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진로가 무너진 건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진로는 1990년을 전후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종합 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소주 사업을 넘어 유통과 건설, 유선방송 등의 여러 분야로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창업자의 2세인 장진호 회장이 취임한 건 1988년입니다. 그는 지난 1996년 진로의 새로운 경영 전략을 내놨습니다. 물과 환경, 유통, 상사 등 4대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그룹을 재편해 2010년에는 38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당시 진로그룹의 연 매출이 2조원대 초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IMF 사태가 터지자 진로는 무너졌습니다. 당시 진로는 기업을 확장하면서 자금 대부분을 외부에서 차입했는데요. 경기가 안 좋아지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1997년 부도를 냈습니다. 화의 신청을 해 회생 절차를 밟게 된 겁니다.

장진호 회장이 새로운 경영전략을 내놨다. 1996년 11월 26일 매일경제 기사. /자료=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물론 바로 회사를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간 벌려왔던 사업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회생을 꿈꿨습니다. 카스 맥주를 생산하던 진로쿠어스는 오비맥주에 넘겼고요. 남부터미널 부지도 매각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1998년에는 '참이슬(참眞이슬露)'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참이슬은 출시 14개월 만에 5억병이 판매되며 국내 소주 업계 최단 기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소주 대표 기업의 저력을 보여준 겁니다. 2003년에는 1조600억원 규모의 외국 자본 유치를 발표하면서 재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진로의 채권자인 미국계 금융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가 법원에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재기보다는 '이익'을 원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진로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터널의 끝이 눈 앞에 보이는데 갑자기 매각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매각 절차가 시작된 겁니다.

참이슬, 공룡 품에서 장수를 이루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하자 시장에서는 주류 업계의 '공룡' 탄생에 술렁였습니다. 그럴만도 했습니다. 당시 하이트맥주는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58%를 차지하는 맥주 1위 기업이었습니다. 여기에 소주 시장 점유율 55%로 1위를 기록하던 진로까지 가세했으니 공룡이라고 볼 만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국내 주류 시장을 평정하게 된 겁니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닙니다. 당시 하이트맥주는 영남권에서는 강했지만 수도권에서는 오비맥주에 밀려 점유율이 35%에 불과했습니다. 진로의 경우 수도권 소주 시장을 꽉 잡고 있었죠. 하지만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로 서로 강한 지역의 유통망을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이트맥주에게 진로는 '천군만마'였던 셈입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009년(왼쪽)과 2012년에 내놓은 인쇄 광고. /자료=하이트진로.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지난 2010년 합병했습니다. 이후 2011년에 사명을 '하이트진로'로 변경했고요. 당시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매출 합계는 1조7300억원가량이었는데요.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연 매출은 2조500억원 정도로 지속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참이슬’은 2001년 이후 전 세계 증류주 시장에서 18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1998년 출시한 이래 2006년 판매량 100억병을 돌파했고요. 2018년에는 300억병을 넘어섰습니다. 매각 당시 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55%가량이었는데요. 이제는 65%로 더욱 높아졌습니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지만 참이슬은 결국 국내 소주의 대표 브랜드로 '장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5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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