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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기사회생' CJ푸드빌, 승부수 던졌다

  • 2021.12.17(금) 06:50

매각 앞뒀던 '뚜레쥬르'가 실적 견인
올해 7년 만에 '흑자 전환' 기대감 높아
외식 사업이 관건…RMR 확대에 총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수년간 실적 악화로 고전하던 CJ푸드빌이 기사회생했습니다. CJ푸드빌은 한때 국내 외식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외식 트렌드 변화와 해외 사업 부진 탓에 꽤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알짜였던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했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과 점포를 대거 정리하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작년에는 신규 투자 중단을 선언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CJ푸드빌은 CJ그룹 내에서 해외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해오던 곳입니다. CJ그룹은 오래전부터 '한식 세계화'를 기치로 CJ푸드빌을 앞세워 해외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비비고'입니다. 비비고는 CJ푸드빌의 해외 진출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맥도날드처럼 한식 패스트푸드를 전 세계 곳곳에 심겠다는 CJ그룹의 야심은 결국 실패합니다.

이후 CJ그룹은 전략을 변경합니다. 비비고 브랜드를 CJ제일제당의 냉동, 냉장 식품 브랜드로 전환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비고 왕교자'입니다. 비비고는 CJ푸드빌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CJ제일제당을 통해 이룹니다. 비비고 왕교자는 현재 미국 만두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결국 CJ푸드빌은 비비고 브랜드 상표권을 작년 CJ제일제당에 넘깁니다.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CJ푸드빌은 마지막 보루였던 뚜레쥬르 매각을 추진합니다. 사실 뚜레쥬르 매각설은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때마다 CJ그룹과 CJ푸드빌은 부인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CJ그룹은 결국 뚜레쥬르 매각을 공식화합니다. 국내 제빵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와 격차는 있지만 업계 2위로 매물 가치는 충분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사모펀드가 인수를 타진했고 최종 단계 직전까지 갔습니다. 하지만 가격 등 세부 조건에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서 뚜레쥬르 매각은 무산됩니다. 그런데 매각될 뻔했던 뚜레쥬르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CJ푸드빌이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미국 등 해외에서 한국 베이커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뚜레쥬르의 매출이 급증합니다. 실제로 올 3분기까지 뚜레쥬르 매출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28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CJ푸드빌에서 뚜레쥬르가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했습니다. 예전까지는 뚜레쥬르가 절반, 나머지 절반은 빕스 등 외식 사업이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분기까지 CJ푸드빌 전체 매출에서 뚜레쥬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75.1%까지 증가합니다. 뚜레쥬르가 이처럼 반등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 덕분입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고 케이크 판매를 늘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뚜레쥬르의 반등으로 CJ푸드빌의 실적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CJ푸드빌은 지난 2분기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분기 실적도 좋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CJ푸드빌이 올해 7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랜 부침 끝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되는 셈입니다.

CJ푸드빌은 이제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뚜레쥬르가 고공행진한 반면 외식 사업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외식 인구가 확 줄면서 타격을 입었습니다. CJ푸드빌이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제 외식 사업이 궤도에 올라야 합니다. 뚜레쥬르의 고공행진에 외식 사업까지 안정화된다면 CJ푸드빌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CJ푸드빌의 RMR 제품 라인업 / 사진제공=CJ푸드빌

CJ푸드빌은 외식 사업 부활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승부수를 던집니다. 바로 '레스토랑 간편식(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입니다. RMR은 레스토랑 레시피를 기반으로 만든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제품을 말합니다. CJ푸드빌은 빕스 등 많은 외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인력과 노하우, 레시피 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는 겁니다.

사실 CJ푸드빌이 RMR에 이렇게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CJ푸드빌은 작년 12월 RMR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RMR 육성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 결과 1년 만에 RMR 매출이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빕스 RMR 제품인 ‘빕스 폭립’은 최근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네 곳의 협력공장이 풀가동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외식 트렌드가 변화한 상황에서 RMR의 성공은 CJ푸드빌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았습니다. 가능성을 확인한 CJ푸드빌은 이제 본격적으로 RMR에 뛰어들기로 합니다. RMR은 밀키트 형식으로 제조, 판매됩니다. 밀키트로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CJ푸드빌은 자체 레시피를 활용한 밀키트 제조를 위해 국내 밀키트 1위 기업인 프레시지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더불어 현재 50여 개인 RMR 메뉴를 내년부터는 100여 개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습니다. 내년 RMR 매출액 목표도 올해 대비 300% 이상으로 잡았습니다. 그동안 실적 악화에 눌려 옴짝달싹 못했던 CJ푸드빌의 모습이 아닙니다. 작년 수익성이 악화돼 신규 투자 중단을 선언했던 CJ푸드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CJ푸드빌의 이번 RMR 승부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CJ푸드빌이 보유한 역량에 배송, 라이브커머스 등 CJ그룹 계열사들이 가진 역량이 시너지를 낸다면 생각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뚜레쥬르에서 시작된 반등의 바람이 CJ푸드빌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CJ푸드빌의 승부수 RMR은 과연 성공할까요? 제2의 뚜레쥬르로 도약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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