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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신세계백화점이 '라방' 품은 이유

  • 2022.03.17(목) 07:01

이마트로부터 신세계라이브쇼핑 지분 인수
'계열분리' 보다 '교통정리'에 무게감 실려
사업 시너지 이마트보다 커…2016년의 '데자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그룹의 T커머스·라이브커머스 사업 '컨트롤 타워'가 최근 바뀌었습니다. 이마트가 자회사 신세계I&C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라이브쇼핑의 지분 전부를 신세계로 넘겼는데요. 이번에 매각된 신세계라이브쇼핑의 지분은 76.08%, 매각 대금은 2255억원에 달합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한동안 이마트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이마트 계열사로 편입된 2015년 이후 2019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마트가 수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수혈하기도 했죠. 이는 지난 2020년부터 빛을 발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쇼핑 트렌드가 정착하며 T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덕분에 신세계라이브쇼핑은 2020년부터 흑자를 내며 이마트의 '알짜 계열사'로 거듭났죠.

이마트는 사업재편과 자산효율화를 위해 신세계라이브쇼핑을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마트는 최근 2년간 SSG랜더스·이베이코리아·스타벅스코리아 등 인수합병(M&A)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을 마련하려 본사 건물을 내놓기도 했죠. 신세계라이브쇼핑 매각으로 이 과정에 들어간 투자금을 조금이나마 상쇄하려는 구상입니다. 아울러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이 이미 있으니, 비중이 크지 않은 라이브커머스를 포기할 수 있었겠죠.

신세계라이브쇼핑은 2020년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런데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T커머스의 시너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백화점의 핵심 상품은 오프라인 비중이 높은 명품이니까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사업정리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신세계는 계열분리를 위한 내부거래를 많이 해 왔죠.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보유중인 신세계 지분을 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이마트 지분과 교환했습니다. 반년 후에는 광주신세계 경영권 지분도 신세계로 넘겼죠.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남매경영' 체제를 갖췄습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를 담당하죠. 따라서 광주신세계 경영권 지분 매각과 지분 맞교환 사례는 '영역 정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남매가 서로의 사업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반면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원래 '이마트 계열사'였습니다. 이를 신세계로 넘긴 것인 만큼, 필요에 따른 내부거래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설명입니다.

신세계에게 신세계라이브쇼핑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경쟁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현대백화점은 이미 홈쇼핑 계열사를 무기로 이커머스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홈쇼핑 앱을 통해 라이브커머스 사업 강화에도 힘쓰고 있고요. 하지만 신세계는 패션·뷰티 전문 SI빌리지, 리빙 전문 굳닷컴 등 버티컬 온라인 플랫폼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만으로는 '통합 플랫폼'에 가까운 경쟁사의 온라인 사업과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백화점이 이커머스에 직접 뛰어들기는 더 힘듭니다. 백화점은 패션·뷰티 등 고가 상품이 주력입니다. 이커머스는 대중 상품이 주력이고, 핵심 경쟁력은 배송 등 서비스입니다. 때문에 백화점식 사업 구조로 이커머스 주요 플랫폼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반면 홈쇼핑·T커머스의 주력 상품은 백화점과 겹칩니다. 방송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만큼, 백화점과 유사한 쇼핑 경험도 줄 수 있고요. 백화점이 이커머스보다 홈쇼핑·T커머스와 더 어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좌),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우).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신세계는 신세계라이브쇼핑으로 '미래의 큰 그림'도 그릴 수 있습니다. 신세계의 명품 경쟁력은 독보적입니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모두 보유한 백화점 점포가 4곳으로 업계 최다입니다. '명품=신세계'라는 공식이 통할 만큼 고객 신뢰도 높습니다. 이에 힘입어 신세계는 신규 출점 때마다 '지역 1번점' 전략을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명품 이커머스 사업에서도 핵심 경쟁력이 될 겁니다. 명품만큼은 '싼 곳'보다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사려는 소비자가 더 많을 테니까요.

이런 가운데 명품 이커머스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트렌비·발란 등 주요 플랫폼의 거래액이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죠. 주요 명품 브랜드들도 하나둘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요. 명품 이커머스의 약점이었던 보증 문제도 해결되고 있습니다. 대체불가토큰(NFT) 등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보증서를 제공하는 등의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죠. 신세계에게 신세계라이브쇼핑이 약점을 보완하고 미래를 만드는 카드가 되는 셈입니다. 이것이 이번 거래가 성사된 이유입니다.

이번 건과 비슷한 신세계그룹 내부거래는 지난 2016년에도 있었습니다. 신세계가 운영하던 프리미엄 슈퍼마켓 'SSG푸드마켓'이 이마트로 넘어갔죠. 신선식품이 주력인 대형마트가 시너지를 더 크게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백화점과 주력 분야가 비슷한 T커머스 계열사가 매물인 이번 거래와 거의 같죠. 결국 이마트와 신세계는 계열분리라는 미래보다 당장의 최선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마트는 여력을, 신세계는 가능성을 얻을 수 있는 거래였으니까요.

신세계는 신세계라이브쇼핑을 통해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패션·뷰티 역량을 앞세워 라이브커머스 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이커머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죠. 나아가 라이브커머스로 유입된 소비자가 백화점에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어떻게 보면 '온·오프라인 통합 1번 백화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인 셈이죠. 신세계는 새로운 무대에서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한 번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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