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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매장 맞아?'…BBQ가 '롤판'에 뛰어든 이유

  • 2022.03.31(목) 15:21

[르포]MZ세대 저격 '빌지워터점' 가보니
젊은층·여성 겨냥해 신제품 3종도 출격
치킨을 간식처럼…"다양한 소비자 니즈 연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치킨과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만남이 성사됐다. BBQ가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성지 '롤파크'에 '빌지워터점'을 열면서다. BBQ는 LCK의 열성 팬인 MZ세대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 빌지워터점을 준비했다. 이들을 겨냥한 신제품도 다수 선보였다.

BBQ는 빌지워터점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전개할 계획이다. 먼저 실내 경기장에서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간식' 이미지를 강화한다. 장기적으로는 빌지워터점에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신메뉴·매장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치킨 시장 경쟁에서 '젊은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빌지워터점, 치킨이 메인이 아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 그랑서울에 위치한 BBQ 빌지워터점을 찾았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기존 치킨 매장과 다른 인테리어가 한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원목 디자인이 적용됐고, 조명은 다소 어두웠다. 카운터의 분위기도 치킨집보다는 '펍'에 가까웠다. BBQ 관계자는 "빌지워터점은 이름처럼 갱플랭크·미스포츈 등 챔피언의 고향인 항구도시 빌지워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고 밝혔다.

빌지워터점은 치킨 매장이라기보다는 롤파크의 부속 시설로 보였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빌지워터점은 단순히 LoL에서 '콘셉트'를 빌려온 매장이 아니었다. 매장에서 치킨 매장 특유의 존재감을 최대한 줄였다. LoL의 세계관과 이를 즐기는 팬 문화에 녹아들기 위해서다. 매장 바로 옆에는 매년 LCK 경기가 펼쳐지는 롤파크가 위치했다. 반대편에는 LoL 굿즈를 판매하는 매장도 운영중이었다. 컵홀더에는 LoL 챔피언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었고, 세트메뉴의 이름에도 LoL 내 지명을 등장시켰다.

세트메뉴의 구성도 달랐다. 빌지워터점은 일반적 치킨 매장과 달리 커피·수제맥주 등 다양한 음료를 함께 제공했다. BBQ가 운영하고 있는 분식집 '올떡', 돈가스·우동 전문점 '우쿠야'의 메뉴도 판매중이었다. 편의성도 높았다. 키오스크를 별도로 설치해 경기 관람 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을 듯 했다. 이 외에도 매장 구석구석에서 LoL 문화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다.

게임 경기장에서 치킨 먹기, 과연 가능할까

BBQ는 빌지워터점 오픈과 함께 △황금올리브 콤보 △로제 △크런치버터 등 3개의 신메뉴를 선보였다. 이들은 기존 인기 메뉴를 재해석한 메뉴다. 특히 모든 메뉴가 부분육을 활용해 '핑거푸드'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외에도 닭가슴살 육포 '치즐링칩스', 레모네이드에 보이차를 담은 '스파클링레몬보이' 등 사이드 메뉴도 출시됐다. 실내에서 진행되는 LoL 경기를 관람할 때 간식으로 활용하기 위한 메뉴 구성이라는 설명이다.

빌지워터점과 함께 선보인 bbq 신메뉴는 대부분 '핑거 푸드'였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치킨은 정말 실내 종목의 간식이 될 수 있을까. 신메뉴를 모두 먹어봤다. 황금올리브 콤보는 기존 황금올리브와 같았지만, 닭다리·윙·봉 등 부위로만 만들어져 먹기 편했다. 닭 속안심(텐더)으로 만들어진 로제치킨 역시 먹기 좋았다. 로제소스의 맛은 다소 약했지만, 떡볶이가 함께 제공돼 먹는 재미가 있었다. 크런치버터치킨은 매콤한 '레드착착' 시즈닝과 콘버터가 어우러졌다. 단짠 맛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듯한 맛이었다.

사이드메뉴는 LoL 경기를 즐기며 먹기 좋아 보였다. 치즈볼에 초코·캬라멜 소스를 담은 리얼초코볼·씨쏠트카라멜볼은 치킨의 짠맛을 중화시켜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치즐링칩스는 맥주 안주로 즐기기 좋았다. 스파클링레몬보이는 치킨을 먹은 후 남아 있는 느끼함을 한 번에 씻어줬다. BBQ의 설명은 사실에 가까웠다. 모든 메뉴가 한 입에 먹을 수 있었고, 뼈 등 부산물도 적었다. 실내 경기를 관람하며 치킨을 먹기 어렵게 만드는 단점이 해소된 셈이다.

빌지워터점에 담긴 BBQ의 노림수

BBQ는 빌지워터점을 LoL과의 시너지만을 노리고 기획하지 않았다. LCK 등 e스포츠의 핵심 팬은 젊은 소비자다. 최근 중·장년층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30대 이하의 비중이 75% 이상이다. 특히 여성팬의 비율도 타 스포츠 대비 높은 절반에 달한다. 이들은 단순한 관객도 아니다.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세대다. BBQ가 이들을 공략해 젊고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치킨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경쟁 강도는 여전히 높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아울러 롤파크는 타 종목 경기장 대비 좁다. 같은 층에는 빌지워터점과 경쟁하는 식음료 매장도 없다. 따라서 BBQ는 빌지워터점을 통해 젊은 소비자가 밀집한 독특한 '상권'을 흡수할 수 있다. 공간의 이점을 살려 소비자 피드백도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신메뉴·신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BBQ가 타 메뉴를 판매하는 브랜드를 굳이 빌지워터점에 입점시킨 이유다. 나아가 이것이 빌지워터점에 담긴 BBQ의 '노림수'로 보인다.

BBQ 관계자는 "빌지워터점은 MZ세대 고객과의 소통을 목표로 오픈한 매장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제한이 있지만 앞으로 LCK 경기를 관람하며 다양한 메뉴를 먹고, e스포츠 문화도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고객의 트렌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신메뉴 출시, 이벤트 개최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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