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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오다]'보복회식' 돌아왔지만…상처는 '여전'

  • 2022.05.04(수) 06:50

[르포]거리두기 완화 효과 나타난 번화가
회식·모임 재개되며 소상공인·업계 한숨 돌려
커진 피해 메우기 어려워…"실질적 보상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가 엔데믹에 접어들며 '일상'이 돌아왔다. 많은 기업이 정상 근무를 시행하거나, 시행 계획을 내놨다. 저녁 회식과 모임도 재개됐다. 지난 2년간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했던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주류업계도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변화도 있었다. 회식·모임이 돌아왔지만, 자정을 넘기면서 모임을 이어가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 지하철역 인근을 빽빽히 메우던 택시도 자취를 감췄다. '저녁이 있는 삶'을 추구하는 직장인들의 트렌드가 사회 문화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상회복은 시작됐지만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는 여전했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영업 재개에도 마음 놓고 웃지 못했다. '현상 유지'만 가능할 뿐, 과거의 피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의 상처를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숙제로 남았다.

'젊음의 거리'에 젊은이가 돌아왔다

"단체손님을 받아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그 동안 몇 번씩 거리두기 완화·강화가 반복되면서 지쳤는데 이번에는 정말인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제대로 영업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달 2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 젊음의 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 A씨(48·남)의 말이다. 그는 "매출이 드디어 오르기 시작한 것도 기분 좋지만, 일을 제대로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가장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종로 인근 식당은 모처럼 몰려든 손님들로 붐볐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A씨의 말처럼 이날 젊음의 거리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인기가 많은 식당에는 모처럼 웨이팅 줄이 길게 늘어섰다. 손님 구성도 다채로웠다. 양복 차림의 퇴근길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 연령대 소비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10명 이상의 인원이 모여 잔을 부딪히는 광경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식당의 직원들은 분주하게 이들 사이를 오가며 땀을 흘렸다. 3년 전 흔히 볼 수 있었던 봄날 '불금'의 모습 그대로였다.

소비자들은 돌아온 일상에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 식당에서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던 김지후(21·남) 씨는 "대학 입학 후 이 정도로 많은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신 것은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일상이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내기 직장인 윤지원(27·여) 씨도 "얼마 전 입사 후 처음으로 동기끼리 모여 회식을 했다"며 "팀 회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다소 힘들어질 수는 있겠지만, 삭막한 것보다는 훨씬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주류업계도 '웃음'…'문화'는 바뀌었다

돌아온 '보복회식'은 주류업계도 모처럼 웃게 만들고 있다. 자취를 감췄던 판촉 입간판과 영업사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적도 빠르게 회복됐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 1주일 간의 매출은 2주 전 대비 3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유흥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40%대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흥 시장의 비중이 40%대를 넘은 것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초의 일이다.

오후 10시 이후 젊음의 거리는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다만 회식 문화는 과거와 다소 달랐다. 오후 10시가 넘자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떴다. 소규모로 따로 모여 카페로 향하거나 이른 귀갓길에 올랐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전후 취업한 젊은 직장인들이 주도했다. 회식에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소재 한 대기업 과장 B씨(37·남)는 "간단히 즐기는 회식을 선호하는 동료가 많다"며 "일시적 현상일지, 문화가 변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확실히 과거와 다르다"고 밝혔다.

귀갓길 '택시 대란'도 심해진 모습이었다. 종각역 인근을 가득 메우던 택시가 자취를 감췄다. 기자도 호출앱을 통해 택시를 찾아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코로나19 이후 택시 기사들이 택배기사, 배달 라이더 등으로 전직한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전국 법인택시 운전자는 7만4750여명이었다. 2년 사이 27%나 줄어들었다.

'상처'는 여전…실질적 손실보상 필요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도 이전 대비 눈에 띄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과거 일시적 거리두기 완화 시에 비해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의 후유증도 여전했다. 많은 손님들이 다수가 모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칸막이를 설치하고, 자리를 떼어둔 식당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홍대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34·여)는 "거리두기 완화로 손님이 늘었지만, 대부분 일찍 자리를 떠 매출이 그만큼 늘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아직은 낮은 모습이다. 이날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은 당분간 형편이 나아지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거리두기 완화로 매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이 금액 대부분이 빚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200조원 이상 늘어났다. 게다가 물가가 치솟고 있어 매출 회복 속도가 더욱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실질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았다. 일시적 금전 지원이 골자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손실보상안도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비판이 많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과거 마련된 손실보상법이 소급 적용도 되지 않았고, 임대료·인건비도 보상되지 않아 제대로 된 손실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여기에 물가까지 오르고 있어 소상공인의 회복은 더 늦어질 수도 있다. 실제 피해를 기준으로 한 실질적 피해보상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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