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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에 꽂힌 CJ제일제당, 더 큰 것 노린다

  • 2022.07.18(월) 16:40

'블루오션' 식물성 식품 시장…선점 나선다
"2025년 매출 2000억 목표"…기술력 확보
대외 리스크 높아…관건은 인내와 기술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J제일제당이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론칭했다. 왕교자, 주먹밥, 떡갈비, 스테이크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식물성 식품 시장은 아직 '원톱'이 없는 블루오션이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시장 주도권을 쥐고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핵심은 '맛'…어떻게 잡았나

CJ제일제당은 18일 '식물성 식품(Plant-Based) R&D Talk' 간담회를 열고 식물성 식품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식물성 고기가 당장 육식을 대체할 수 없지만 '공존'하면서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내연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 연초 담배와 전자담배 등을 예로 들었다. 대체육이 시장에서 충분히 '새로운 카테고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건은 '맛'이다.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의 인지도는 과거보다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맛을 이유로 이를 외면해 왔다. CJ제일제당의 고민도 맛이다. 

식물성 고기의 관건은 육즙과 식감이다. CJ제일제당은 연구 개발을 통해 이를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독자 개발한 식물성 소재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가 대표적이다. 이 소재는 대두와 완두를 배합해 만든 식물성 단백질이다. 조직이 서로 촘촘히 영겨 붙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고기와 같은 식감과 육즙을 구현할 수 있었다. 다양한 국, 탕 찌개 등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대체육은 그동안 조직감이 약해 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어려웠다. 

정현학 CJ제일제당 식품 전략기획담당 부장 / 사진=CJ제일제당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왕교자 등에 적용했다. 결과는 좋았다. 출시 후 6개월 만에 미국, 일본, 호주 등 20개국 이상으로 수출국이 늘었다. 특히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소비자 반응이 좋아 취급 품목을 더욱 확대했다. 인프라도 늘렸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인천 2공장에 연 1000톤 규모의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향후 글로벌 사업 확대에 맞춰 추가 증설도 검토한다. 이밖에 식물성 식품 사업 관련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궁극적인 타깃은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다. 건강과 친환경을 생각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맛과 경험'을 원하는 수요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플랜테이블을 만든 이유다. 정현학 CJ제일제당 식품 전략기획담당 부장은 "자체 조사 결과 소비자들의 절반은 식물성 제품에 대해 알고 있다"며 "최근 1년동안 10% 정도의 소비자가 구매했다. 소비자 불만사항 중 1위인 '맛'을 잡아주면 27%까지 구매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식물성 시장 '콕' 집은 이유

CJ제일제당이 미래 먹거리로 식물성 식품을 선택한 이유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환경과 동물보호 등을 이유로 대체육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18년 150만명으로 10배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는 250만명까지 늘었다. 업계에서는 비건뿐만 아니라 건강 등을 이유로 최근 식물성 단백질을 찾는 수요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특히 대체육은 식품 사업 중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분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0년 1740만 달러(228억원)로 2016년 대비 23.7% 증가했다. 2025년에는 2260만 달러(약 298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아직 일반 육류에 비해 작은 시장이지만 잠재력은 높다는 평가다. 기술 발전이 고도화하면 제조 단가를 육류보다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식물성 식품 사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 와도 맞닿아 있다. 전통적 육류 생산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는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윤효정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상무는 "소고기 100g을 만들려면 20㎏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식물성 단백질은 100g에 불과하다"면서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다. 농사나 사육을 할 수 있는 토지는 한정되어 있다. 식물성 단백질이야말로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얻을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식물성 단백질, 통할까

다만 시장이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인내가 필요해 보인다.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아직 일반 육류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대체육은 제조 원가 등에서 아직 육류를 따라잡지 못했다. 식물성 단백질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직까지 대체육은 '소비력이 높은 사람들이나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배양육 등 사업도 아직 초기 단계다. 관련 법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장기간의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곡물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큰 위협이다. CJ제일제당이 처음 식물성 식품 사업에 진출했을 당시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고환율 등의 대외 리스크가 없었다. 특히 식물성 식품 사업에는 대두 등 곡물류의 수급이 필수적이다. CJ제일제당 측은 제조상 고정비를 낮춰 이를 상쇄해 나가겠다고 했다. 다만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윤효정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상무 / 사진=CJ제일제당

무엇보다 신규 경쟁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기업들은 CJ제일제당뿐만이 아니다.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아워홈, 농심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도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는 더 많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플푸드' 등 글로벌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맛이나 가격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빠르게 도태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건 트렌드가 확산하며 최근 대체육 등 식물성 식품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기술 수준도 높아지며 맛이 없다는 인식도 전보다 옅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종교나 신념 등 '이유'가 있는 사람들만 먹는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대체육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마케팅을 다르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맛과 가격 등 CJ제일제당만의 '페이 포인트'를 갖춰 나가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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