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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도 옛말?…'분식집'보다 비싼 편의점 도시락

  • 2022.10.12(수) 06:50

편의점 도시락 평균 4000~5000원대
4000원 미만 도시락 브랜드당 1~2종
가성비보다 만족도 높이는 게 트렌드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가성비 식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편의점 도시락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평균적인 도시락 가격은 어느새 4000원대로 올라섰다. 여름 보양식 한정으로 한 개에 1만원이 넘는 고가 도시락도 등장했다. 맛있는 도시락을 찾는 소비자와 객단가를 높이려는 편의점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편의점 도시락도 '프리미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편도' 가격 만만찮네

편의점 도시락의 프리미엄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까지 가격은 저렴하지만 그만큼 내용물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편의점 도시락은 2010년대 들어 GS25의 '혜자 도시락', 세븐일레븐의 '혜리 도시락', CU의 '백종원 도시락' 등이 등장하며 전환기를 맞았다. 가격이 최우선 가치였던 편의점 도시락에 '맛'이 주요 지표로 자리잡았다.

편의점 도시락은 싸지만 맛이 없다는 편견이 사라지자 편의점들도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명절이 되면 다양한 나물류와 전을 곁들인 '명절 도시락'을 내놨고 무더운 한여름에는 장어·오리 등 고급 보양식을 이용한 '보양 도시락'을 선보였다. 이런 '한정판 도시락'은 편의점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1만원대 가격표를 붙여도 불티나게 팔렸다. 

CU의 추석 한정 도시락./사진제공=BGF리테일

일반적인 도시락의 가격대도 크게 올랐다. 현재 4대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에서 상시 판매 중인 도시락은 총 89종이다. 이 중 2000원대 도시락은 이마트24의 '새콤달콤유부초밥도시락' 1종 뿐이다. 3000원대 도시락도 각 사마다 1종씩만 운영 중이다. 전체의 60%인 53종이 4000원대에 몰려 있고 5000원대 도시락이 25종(28%)이다. 사실상 4000원 미만 도시락은 찾아보기 어렵다. 

편의점 도시락 중 가장 고가는 CU가 시즌 한정으로 선보이고 있는 '한국의집소갈비한상'이다. 한 개에 8900원으로 웬만한 식당의 1인분 메뉴 수준이다. 전체 도시락 중 6000원이 넘는 도시락은 총 6종이다. 이 중 CU가 4종을 운영하고 있다. CU는 최근 '듀록 돼지고기'를 이용한 6900원짜리 '듀록 프리미엄 도시락'을 내놓기도 했다. 

비싸도 팔린다? 비싸야 팔린다

편의점업계는 소비자들이 구성이 좋은 고가 도시락을 선호해 고가 도시락 비중을 높였다는 입장이다. 중저가 도시락보다 고가 도시락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프리미엄 구성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CU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5000원 이상 도시락 매출 비중은 전체의 26.1%로, 전년 대비 14.3%포인트 늘어났다. 4000~5000원짜리 도시락 매출 비중은 75.7%에서 65.4%로 줄었고 4000원 미만 도시락 비중도 12.5%에서 8.5%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25에서도 4000원대 도시락 매출이 25.6% 늘어나는 동안 5000원대 도시락은 39.3% 증가했다. 햄버거도 1000원대 제품은 28.3% 늘어났고 3900원 제품은 50% 넘게 늘었다.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CU는 소비자들의 편의점 도시락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5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도시락 소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원재료 대량 구매, 지자체 특산물 등을 활용해 고품질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책정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의 고물가 기조도 편의점 도시락의 강세에 일조했다. 지난해와 올해 주요 외식·식품 기업들이 연달아 가격 인상을 선언하면서 상대적으로 편의점 도시락이 '가성비 높은' 식사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6269원이었던 서울 지역 김치찌개백반 평균 가격은 올해 8월 7500원으로 19.6% 올랐다. 짜장면 가격도 4962원에서 6300원으로 27% 올랐다. 편의점 도시락이 5000원대여도 '가성비 높은' 식사가 된 연유다. 

저렴한 도시락 어디 없나요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도시락을 많이 구매하는 것은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편의점들이 저렴한 도시락을 단종시키면서 자연스럽게 평균 가격대를 높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체 편의점 도시락 89종 중 4000원 미만 도시락은 5종 뿐이다. 유일하게 2000원대 도시락을 운영 중인 이마트24가 2종이며 CU, 세븐일레븐, GS25는 김치제육도시락 1종씩만 운영 중이다. 종류가 적으니 매출 비중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선호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편의점들은 "소비자 선택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구성이 빈약한 중저가 도시락을 잘 구매하지 않아 단종시키고 잘 팔리는 고가 도시락을 늘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저가 도시락은 가격을 맞추기 위해 반찬 1~2개와 메인 반찬, 밥으로 구성되거나 반찬이 없는 덮밥류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고르고 있는 소비자./사진제공=GS리테일

반찬 구성이 빈약한 제품은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낮고, 덮밥류의 경우 종류가 다양한 컵밥 형태의 제품들이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 중저가 도시락은 마진도 많지 않다. 만들어 봐야 잘 팔리지도 않고, 팔려도 남는 게 별로 없으니, 편의점들이 공들여 중저가 신메뉴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 팔리고 소비자 평가도 좋다면 중저가 도시락이라고 해서 팔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아무래도 반찬 가짓수가 많고 메인 반찬의 퀄리티도 높은 제품이 평가도 좋고 잘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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