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버거'의 대명사였던 편의점 햄버거가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들과 비슷한 4000원대 버거로 편의점 햄버거에 대한 편견을 깬다는 구상이다. 이미 GS25와 CU가 4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버거를 선보였고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이 대열에 합류할 예정이다.
빅맥만큼 비싸네
GS25는 지난주 프리미엄 햄버거 '찐오리지널비프버거'를 출시했다. 호주산 소고기 100% 패티를 사용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대형 프랜차이즈 못지 않은 진한 패티 맛을 구현했다. 가격도 4000원으로, GS25의 햄버거 23종 중 가장 비싸다.
CU도 지난 20일 '리얼비프치즈버거'와 '리얼더블슈림프버거' 등 프리미엄 버거 2종을 내놨다. CU 역시 호주산 소고기 100% 패티를 강조하며 프랜차이즈 버거 시장을 노린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CU의 리얼비프치즈버거의 가격은 편의점 버거 중 최고가인 4800원이다.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빅맥(단품 4900원)과도 불과 100원 차이다.
다른 편의점들도 4000원대 프리미엄 버거 출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이미 한 차례 한정판 프리미엄 버거를 내놔 재미를 봤다. 인기 게임 검은사막과 협업한 '검은버거 그릴드스테이크'를 4500원에 2개월간 한정 판매했다. 비싼 가격에도 판매 기간 중 햄버거 카테고리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프리미엄 버거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확인한 만큼 차별화된 프리미엄 버거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3000원대 프리미엄버거 4종을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도 패티의 품질을 높이고 다양한 원물 재료를 넣은 4000원대 비프버거와 스테이크 버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편의점 버거가 달라졌어요
'편의점 버거' 하면 '1000원 버거'가 연상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편의점 버거는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맛과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간식'이었다. 축축한 번에 물컹한 패티, 형식적으로 넣은 상추 한 장 정도가 편의점 버거의 기본 구성이었다.
이후 편의점 도시락과 냉장식품은 고속 진화를 거듭했다. 햄버거 역시 치즈버거, 치킨버거 등 다양한 라인업이 등장했다. 그럼에도 쉽게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이진 못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 등 전국에 자리잡은 버거 전문점 때문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주 고객층이 10~30대로 편의점과 겹친다. 특히 점심 시간에 진행하는 런치 할인은 버거에 음료, 감자튀김까지 더한 구성을 5000~6000원대에 판매 중이다. 가성비가 매우 높다. 단품 기준으로도 맥도날드 치즈버거가 2000원, 에그불고기버거가 2500원이다. 편의점 버거가 오랜 기간 '3000원의 벽'에 막혀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점심 혹은 저녁을 해결하는 '편도족'이 늘면서 시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접근성과 시간이 더 중요한 소비자가 늘어났다. 특히 편의점에서 재빠르게 저녁을 먹고 학원에 가는 학생들은 빨리 먹을 수 있는 편의점 버거를 선호하면서도 맛을 포기하지 않는다. 편의점이 프리미엄 버거를 시도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편의점 버거가 프랜차이즈 버거보다 앞서는 점은 또 있다. 접근성이다. 국내 3대 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에 매장 수 1위인 맘스터치를 더한 전국 매장 수는 3500여개 수준이다. 상위 4사만 5만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과 차이가 크다. 주문이나 조리대기 때문에 기다려야 하는 일도 없다. 편의점만이 가진 장점이다.
GS25 4000원 버거·CU 4800원 버거 맛은
'편의점 BIG 2'는 프리미엄 버거를 출시하면서 모두 '소고기 100% 패티'를 강조했다. 그와 함께 가격도 치솟았다. 햄버거의 대명사 '빅맥'에 버금가는 가격이다. 편의점 프리미엄 버거는 맛도 빅맥을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 GS25의 '찐오리지널비프버거'와 CU의 '리얼비프치즈버거'를 맥도날드 '빅맥'과 비교해 봤다.
'편의점 최고가 버거' CU의 리얼비프치즈버거는 치즈가 2장 들어 있는 '더블 치즈 버거'다. 치즈가 2장이나 들어 있고 소고기 패티도 두툼해 기존 편의점 버거와 차원이 다른 진한 맛을 보여 준다. 일반적으로 '햄버거' 하면 생각하는 토마토, 양상추 등 채소는 없고 오이피클과 양파만 약간 들어 있다. 다른 제품들과 달리 브리오슈번을 이용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강조했다. 소스는 케첩에 가까운 맛이다. 가격이 비싼 만큼 무게도 213g(536Kcal)으로 다른 편의점 버거들과 차이가 크다.
GS25의 찐오리지널비프버거는 상당 부분 빅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 제품이다. 깨가 뿌려진 글레이즈 번에 두툼한 소고기 패티를 넣었고 토마토와 양상추를 더했다. 소고기 버거의 정석과도 같은 구성이다. 허브 '딜'을 넣었다는 특제 소스는 마요네즈맛에 가까워 빅맥 소스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맛이다. 186g에 497Kcal로 CU 제품보다 다소 양이 적다. 버거 자체 크기는 비슷했지만 CU의 리얼비프치즈버거가 치즈 2장 구성인 만큼 무게가 더 나간 것으로 보인다.
양 사가 마케팅을 집중한 '100% 소고기 패티'는 만족스러웠다. 빅맥의 얇은 패티 2장보다 씹는 맛이 좋고 풍미도 있었다. 특히 CU의 리얼비프치즈버거는 그간 편의점 버거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본격적인 치즈버거였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등 버거 전문점이 없는 지역이라면 치즈버거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는 제품이다. GS25의 찐오리지널비프버거는 보다 일반적인 소고기 버거의 공식을 따른 만큼 무난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다만 두 제품 모두 번이 축축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미리 만들어 레인지업을 하는 편의점 버거와 주문이 들어온 뒤 빵을 굽고 패티와 채소를 채우는 프랜차이즈 버거의 가장 큰 차이다. 일반 번보다 부드러운 브리오슈번을 이용한 CU의 리얼비프치즈버거는 아래쪽 번이 젖어 뭉개지는 현상이 더 심했다. 내용물이 흘러내려 손에 묻히지 않고 먹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제품 자체의 만족도가 높았던 만큼 더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