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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소주에 라면까지…'미투' 넘치는 K-푸드

  • 2023.05.27(토) 11:05

동남아에서 현지 기업이 만든 미투 소주 인기
일본 닛신식품은 삼양식품·농심 라면 카피해
글로벌 식품시장서 높아진 K-푸드 위상 방증

동남아에서 판매 중인 로컬 소주/사진=KOTRA

올해 초 부모님을 모시고 태국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러 번 다녀와 익숙했던 기자와 다르게 평소 해외여행이 잦지 않은 부모님에겐 낯설면서도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도 부모님의 인상에 많이 남았던 건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있었던 한국 식품이었습니다. 한국 라면과 소주는 물론 과자와 김치까지, 웬만한 건 다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죠. 특히 눈에 띄는 건 다양한 과일소주였습니다.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순하리,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등 온갖 과일소주가 편의점과 대형마트 주류 코너 한 켠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국 소주라고 생각했던 제품의 태반은 한국 소주가 아니었습니다. '태양', '건배', '선물' 등 한글로 브랜드명이 적혀 있고 생긴 것도 녹색 소주병이었는데 말이죠. 심지어 대마를 넣은 소주도 있습니다.

사실 이 제품들은 모두 동남아시아 기업들이 생산하는 '로컬 소주'입니다. 과일소주 '건배'는 태국의 '타이 스피리츠'가 생산하는 제품이구요. '태양'은 '타완당1999'사가, '선물'은 '시암 와이너리'가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모두 현지에서 주류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입니다.

한국 과일 소주가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자 현지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생산한 거죠. 한국 제품처럼 보이기 위해 제품명을 한글로 만드는 건 기본입니다. 싱가포르 소주인 '초롱초롱'은 참이슬의 캐릭터인 두꺼비 대신 거북이를 사용하는 '센스'도 발휘했죠.

싱가포르의 로컬 소주 '초롱초롱'/사진=초롱초롱소주 인스타그램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순하리, 좋은데이 등 현지에서 판매 중인 K-소주가 병당 120~130바트(4500~5000원)에 판매되는 반면 로컬 소주는 병당 80~90바트(3000~3500원)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오리지널 대신 로컬 소주를 구매하는 소비자도 상당히 많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로컬 소주'가 등장한 건 당연히 K-컬처의 영향이 큽니다. 한국 문화가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소주도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고, 현지 기업들이 인기 소주를 모방해 '한국 소주'를 만든 겁니다.

올 초 라면업계에도 비슷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일본의 닛신식품이 한국 라면을 베꼈다는 거였죠. 닛신식품이 출시한 'UFO 볶음면'이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과 흡사했기 때문입니다.

제품명에 아예 한글로 '볶음면'이라고 써 놨던 만큼 K-라면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는 건 명백했습니다. 닛신은 최근에도 농심의 '매콤달콤 양념치킨' 컵라면과 흡사한 '한국풍 아마카라 양념치킨맛 야끼우동'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패키지부터 맛까지 농심 제품과 지나치게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죠.

닛신의 UFO볶음면(왼쪽 위), 양념치킨맛 야끼우동(왼쪽 아래)와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오른쪽 위), 농심의 매콤달콤 양념치킨(오른쪽 아래)/사진제공=각 사

식품 기업들은 최근의 이 흐름이 감개무량할 겁니다. 늘 미국이나 일본 제품을 베꼈다는 지적만 받아 왔던 K-푸드가 이제 미투 제품을 걱정하는 위치까지 올라선 셈이니까요.

카피 제품의 범람은 그만큼 현지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동남아 소주 시장은 확대일로입니다. 코트라와 태국 상무부에 따르면 2017년 67만 달러였던 태국의 소주 수입액은 2021년 201만 달러로 3배 급증했습니다. 태국 젊은 층 사이에서 과일소주가 인기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부 저품질 제품들이 한국 기업의 제품인 것처럼 혼동을 줄 수 있다는 건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카피 제품을 맛본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제품에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같은 경우 HACCP이나 iso 등 기준에 따라 공장시설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검증된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아닌 카피 제품들은 주원료의 품질 면에서 보장이 어려울걸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해결책은 결국 '원조'의 차이를 보여주는 겁니다. 품질과 맛에서 카피 제품과 차별화된다면 참이슬이든, 불닭볶음면이든 현지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원조 'K-푸드'를 찾을 겁니다. 우리 기업들이 그 옛날 한 광고처럼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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