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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총리님, 농심 미국 라면값도 내려야 하나요?

  • 2023.06.24(토) 10:00

[주간유통]라면값까지 간섭하는 정부
가격 통제 아닌 해외 사업 지원할 때

지난 18일 한 방송에 출연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 가격 인하 발언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라면 제조사들은 정부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주식 시장에선 라면회사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이 자본 시장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 절실히 보여주는 사례죠.

이날 방송에서 사회자는 라면회사가 가격 인상 이후 이익이 많이 늘어난 것을 지적하며 "가격을 지나치게 많이 인상한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들여다보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추 부총리는 "밀 가격이 올랐고 그 다음에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 이런 이유로 작년 9~10월에 라면값을 크게 올렸는데 사실은 그때 대비, 1년 전 대비 지금 약 50% 밀 가격이 내렸고 작년 말 대비로도 약 20% 정도 내렸다. 그것을 이유로 올렸으면 제조업체에서도 밀가루 가격으로 올랐던 부분에 관해선 다시 적정하게 가격을 좀 내리든지 해서 대응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국내 1등 라면회사인 농심의 영업이익을 얼마나 늘었을까요. 최근 5년간의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8년 886억원 △2019년 788억원 △2020년 1603억원 △2021년 1061억원 △2022년 1122억원 등으로 들쭉날쭉합니다. 매출대비 영업이익의 비중을 볼수 있는 영업이익률은 △2018년 4% △2019년 3.4% △2020년 6.1% △2021년 4% △2022년 3.6% 등에 머뭅니다. 

물론 올해 1분기 실적은 대폭 개선됐습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6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6%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7.4%를 기록했죠. 지난해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결과죠. 그렇다고 간신히 영업이익률 5%를 넘기고 있는 라면회사에 가격 인하압박을 펼칠 정도는 아닙니다. 오뚜기, 삼양라면 등 다른 회사의 처지도 비슷합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 치킨회사의 작년 영업이익률은 28%에 이른다"며 "왜 라면을 콕 짚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무엇보다 올 1분기 농심의 국내외 성적을 보면 해외의 성장이 뚜렷합니다. 지난 1분기 농심은 미국에서 1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작년동기대비 6배 가까이 이익이 늘어났죠. 이 기간 미국의 영업이익률은 12%가 넘습니다. 지난 1분기 해외를 제외한 한국에서 번 영업이익은 386억원 수준입니다. 전체 이익의 40%는 해외에서 벌고 있는 것이죠. 올 1분기 농심의 이익 증가 원동력은 가격 인상보다 미국 성과가 더 큰 것입니다.

농심은 작년 2분기 미국에서도 평균 9% 라면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추 부총리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에서도 가격을 내려야 할까요? 추 부총리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선 안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라면과 같은 품목들은 사실은 시장에서 업체와 소비자 간에 결정해 나가는 가격"이라며 "정부가 하나하나 개입을 해서 원가 조사를 하고 가격을 통제하고 이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죠. 

가장 무서운 것은 추 부총리의 발언 이후 국내 전체 식품 기업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치, 라면, 만두 등 안방 시장에 머물러 있던 국내 식품이 해외에서 성적을 낼 때 찬물을 부은 격입니다. 오히려 해외 사업에 필요한 것이 없는지 정부가 나서 살펴볼 때죠. 미국에서 라면이 국내 시장만큼 성장한다면, 규모의 경제에 따라 국내 라면 가격 걱정은 오히려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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