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겹살 시장에서는 캐나다산 '보리 먹인 삼겹살'이 대세다. 100g당 가격이 1000원 중후반대로 국내산 한돈의 절반 수준인 데다 맛도 뛰어나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먹돼' 혹은 '보먹삼'으로 불리고 있다.
유럽산 따라잡는 캐나다산
한국은 유명한 '삼겹살 소비국'이다. 돼지 삼겹살은 다른 나라에서는 등심이나 안심에 비해 인기가 없는 부위지만 국내에서는 언제나 가장 잘 팔리는 1등 부위다. 이 때문에 한국은 매년 10만톤 이상의 삼겹살을 전세계에서 수입한다.
그간 수입 삼겹살 시장을 점령한 건 유럽산 냉동 삼겹살이었다. 전체 수입 삼겹살의 88%가 냉동으로 유통된다. 유럽산 수입 삼겹살 시장의 선두 주자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산 냉동 삼겹살은 지난해에만 3만3430톤이 들어와 네덜란드(2만4794톤), 오스트리아(1만9710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1만6394톤이 수입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캐나다산 삼겹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40% 급증했다. 캐나다산 삼겹살을 찾는 키워드 검색량도 6배 이상 늘었다. 쿠팡에서도 수입 삼겹살 랭킹 2~3위를 캐나다산 삼겹살이 차지했다.
이는 수입량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2021년 6177톤이었던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 수입량은 지난해 9293톤으로 50% 급증했다. 올해엔 상반기에 6600톤을 돌파, 역대 최고 물량이 수입될 전망이다.
보리 먹이고 안 얼렸다
캐나다산 삼겹살의 최대 장점은 얼리지 않은 냉장 삼겹살이라는 점이다. 냉동 삼겹살보다 부드럽고 냄새도 덜하다. '보리를 먹고 자란' 삼겹살이라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로 작용하며 입소문을 타는 데 도움이 됐다.
냉장 삼겹살은 통상 유통기한을 2개월로 본다. 냉동 삼겹살은 최대 2년이다. 배편으로 수입되는 삼겹살의 특성상 유럽산 삼겹살은 냉장 유통이 쉽지 않다. 실제 국내에 수입되는 냉장 삼겹살은 거의 캐나다·미국·멕시코 등 북중미 3국에서 생산한다.
유통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냉장 제품임에도 냉동 못지 않게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쿠팡에서 한돈 냉장 삼겹살은 100g당 2500원 안팎에 팔리고 있는 반면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은 1500원 안팎으로 40%가량 싸다.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캐나다산 돼지고기에 부과되던 8.6%의 할당관세를 0%로 적용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도 수입 삼겹살에 최대 4.5만톤까지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도 캐나다산 '보리 먹인 삼겹살'의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팔라지는 물가 상승률에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가성비 높은 수입 냉장 삼겹살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식재료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성비' 좋은 상품에 주목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냉장 유통 제품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캐나다산 삼겹살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