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삼겹살 OUT"
지난해 3월 3일. '삼겹살 데이'를 맞아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값 삼겹살 행사를 벌였습니다. 당시 두 배 가까이 오른 국내산 삼겹살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판매량이 어마어마했습니다.
하지만 이 행사가 모두를 행복하게 한 건 아닙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지방이 붙어 있는 삼겹살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죠. 가장 윗부분에는 살코기와 지방 비율이 적당한 부위를 올리고 아래에 깔린 부위엔 기름투성이 부위를 올린 경우도 여러 차례 발견됐습니다.
이슈가 확산되자 정부가 나섭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발간하고 삼겹살의 경우 지방 두께가 1㎝를 넘을 경우 제거한 후 판매할 것을 권고합니다. 농림부는 이후 지난 9일에도 한 차례 더 업계에 해당 매뉴얼을 배포했습니다.
그간 소비자들의 항의에도 "그 정도는 정상"이라는 식으로 비계 비율이 높은 삼겹살을 판매해 왔던 업계에 일종의 기준을 세우겠다는 의도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더이상 비곗덩어리 삼겹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좋은 삼겹살의 기준
정부의 이번 메뉴얼 제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1㎝라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와 판매자가 동일한 기준으로 삼겹살의 품질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사실 그동안 삼겹살의 지방량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경험'이 유일한 기준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불만을 갖더라도 "삼겹살은 원래 그렇다"는 식의 대답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지방 두께가 1㎝가 넘으니 과도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국내에서 돼지고기의 수요와 가격 움직임은 삼겹살이 주도합니다. 돼지를 사육하는 양돈 농가들 역시 이에 맞춰 지방이 많이 생기도록 사육하죠.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일률적인 1㎝ 기준을 내세우면 정형공정이나 수율 등으로 인한 가격 이슈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0.9㎝는 괜찮고 1.1㎝는 안된다는 식이 된다면 정형 과정에서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누가봐도 문제가 있는 지방덩어리 삼겹살을 판매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현재 가이드라인은 생산자의 상황을 너무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기준 제시가 수입 삼겹살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양돈 규모가 크고 정육을 마친 후 가져오는 수입 삼겹살의 경우 1㎝ 기준에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과지방 삼겹살을 잡아내려 하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정부가 그런 의지를 보이고, 기준을 제시한 것도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을 바꾸는 게 아닌, 당장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인 방안으로 보이는 건 아쉽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곧 만들어지길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