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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플랫폼의 습격' 알리·테무·쉬인, 한국 노리는 까닭

  • 2023.09.29(금) 15:00

한국에 올해 1000억 투자하겠다는 '알리'
떠오르는 '테무'·'쉬인'…중국 쇼핑몰 열풍
국내 커머스들도 '해외 직구' 강화로 맞불

경기도 평택에 사는 직장인 한 모(38) 씨는 최근 틈틈이 중국 쇼핑앱 '알리'를 모니터링한다. 생활용품부터 전자 기기까지 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맛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최근 알리에서 듀얼 모니터 신제품을 세일 행사를 통해 10만원 대에 구매했는데, 국내에선 40만원대인 제품"이라며 "다른 제품들도 알리에서 주문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쇼핑 앱들이 한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중국 알라비바그룹의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 7월 월간 추정 이용자 수는 467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6% 증가했다. 이는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은 4위다. 증감률만 놓고 보면 국내 어느 쇼핑 플랫폼보다 성장세가 빠르다.

조용하지만 '강한' 성장세

국내에서 인기인 중국 쇼핑 플랫폼은 비단 알리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의 쇼핑 앱 '테무'도 있다. 테무는 지난 7월 최대 90% 할인 행사를 내세우며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 쇼핑 분야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중국판 유니클로'라 불리는 패션 쇼핑 앱 '쉬인'도 현재 국내에서 조용히 국내 영향력을 확대 중이다. 

중국 알리 익스프레스 올라와 있는 듀얼 모니터 / 사진= 독자 제공 

중국 쇼핑 앱들이 인기를 끄는 요인은 단연 가격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8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다. '워킹화 4000원', '골프 장갑 7000원', '슬리퍼 100원' 등 초저가 제품들이 올라와 있다. 테무도 마찬가지다.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가정 용품과 의류, 전자제품 등 카테고리 제품들의 소싱 단계를 줄여 '박리다매'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쉬인은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대표주자다. 패스트 패션이란 수시로 바뀌는 유행에 따라 빨리 만들어 빨리 입는 옷을 말한다. 소재보다 디자인을 우선해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쉬인은 SNS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곧바로 의류를 디자인하고 판매한다. 이 때문에 하루에만 1000여 개가 넘는 '저가' 신상품이 웹사이트에 업데이트된다. 

이처럼 중국 쇼핑앱의 전성기는 한국의 경기침체와 맞불린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에 시달리고 있다. 앞선 한모 씨는 "휴대폰케이스부터 이어폰까지 이미 중국 쇼핑몰에서 산 제품들이 많다"며 "급히 필요한 제품이 아니면 대부분 알리 등 중국 쇼핑몰로 주문시켜놓고 기다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미 해외선 중국이 대세

실제로 중국 해외 직구 거래액은 연일 상승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6% (1조635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8%(7778억원)가 중국발 물량이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의 국내 영향력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인이 많이 사용한 쇼핑앱 / 그래픽=비즈워치

이들도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가까워 배송비가 붙어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것이 최대 강점이다. 이미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3월 한국 시장에 1000억원 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에 물류 인프라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 테무도 지난 7월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쉬인도 패션 수요가 높은 한국 진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중국 쇼핑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 중이다. 테무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아마존, 월마트를 제치고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에 등극하기도 했다. 쉬인은 미국에서 5달러 치마, 9달러 청바지를 내세우며 10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알리바바도 중국 내 내수 경기가 어려워지자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국경' 시대가 온다

국내에서도 중국 쇼핑 플랫폼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초국경' 시대가 도래하면 국가 간 배송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등 배송 속도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주요 생필품의 소비처가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해외 직구' 경쟁력을 키우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쿠팡은 빠른 배송과 간편한 통관절차가 강점인 로켓직구에 힘을 주고 있다. 11번가도 미국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해외직구 온라인 플랫폼 큐텐도 이달 경기도 이천에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1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마련했다. 

물론 중국 쇼핑 플랫폼은 아직 한계점도 뚜렷하다. 배송 문제가 가장 크다. 배송에 한 달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최근 해외 직구 물량 증가로 통관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불량·가품도 큰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해외 직구 피해 경험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커지고 있는 반중 정서 등도 잠재적인 변수로 꼽힌다. 

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쇼핑 플랫폼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국내에서도 조용히 영향력을 확대 중"이라며 "고물가 고환율 등 상황까지 겹치며 거래액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업체들의 직구 역량도 커진 데다, 중국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 불신 인식도 적지 않아 확장이 쉽진 않을 것"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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