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10월은 잔인한 달
올해 10월은 CJ올리브영에게 '잔인한 달'이 될 전망입니다.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는 올리브영의 과징금 규모를 결정할 계획인데요. 이전까지는 공정위가 올리브영의 '갑질'을 인정할 것인지 아닌지 여부가 이슈였다면, 이번 주 들어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선 보도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리브영이 협력사를 상대로 독점 거래를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업체를 퇴출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쟁 플랫폼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거죠. 실제 지난 7월 쿠팡도 비슷한 취지로 올리브영을 공정위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쿠팡에 입점하려는 업체에 압박을 넣어 입점을 방해했다는 겁니다.
공정위가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과징금 부과를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최대 5000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올리브영의 갑질 행위가 장기간 이어졌다고 판단된다면, 과징금 역시 그 기간에 맞춰 산정될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올리브영의 누적 매출이 대략 12조원에 달하는데, 여기에 과징금 최대치인 6%를 부과하면 5800억원 규모가 된다는 거죠.
공정위가 올리브영을 '뷰티 플랫폼' 독과점 업체로 볼 지도 주요 사안입니다. 독과점 업체로 보느냐 아니냐에 따라 과징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올리브영이 "우리는 독과점 플랫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 역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과 동시에, 과징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공정위의 칼
정말 5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됩니다. 5000억원은 올리브영의 최근 3년 영업이익을 모조리 뱉어내야 하는 수준입니다. 만약 실제로 이정도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면 유통업계 사상 최대 금액이 됩니다. 부담스럽죠.
물론 이보다 더 큰 금액의 과징금을 낸 경우도 있습니다. '퀄컴 사태' 때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1조300억원이 역대 최대 과징금입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시장 규모가 다릅니다. 글로벌 기업인 퀄컴과 올리브영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올리브영에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의 공정위 과징금 사례를 한 번 살펴 볼까요. 쿠팡은 지난 2021년 LG생활건강과의 납품가 분쟁 이슈로 공정위 과징금 33억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 납품 이슈라는 점에서 올리브영 건과 비슷하지만, LG생건은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점은 또 다릅니다.
2019년엔 롯데마트가 판촉비 전가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며 41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유통업계 최대 과징금이었습니다. 지난해엔 GS리테일이 하도급 업체들에 판촉비를 받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약 24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죠. 지난해 4월엔 하림 등 16개 육계 기업들에 총 17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식품업계 사상 최대 과징금입니다.
과연 공정위는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오는 16일 열릴 공정위 국정감사에는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가 기술 흡수를 위한 중소벤처기업 합병 문제, 거래상 지위 남용 문제로 국감장 증인석에 섭니다. 과징금 부과 전 마지막 '결전의 날'이 될 전망입니다. 유통업계의 눈이 여의도로 모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