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밀크티 브랜드 '헤이티(heytea·喜茶)'가 국내에 상륙한다. 헤이티는 현재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등 국가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도 차(茶)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헤이티의 국내 시장 진출로 관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과연 헤이티가 커피가 대세인 국내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헤이티'가 뭐지?
지난 6일 중국의 SNS인 샤오홍슈(小红书)의 헤이티한국 계정에는 '첫 가게 압구정'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헤이티는 'HEYTEA IN Apgujeong'이라는 포스터와 함께 "매장 개업 소식을 가능한 한 모두에게 빨리 공유하겠다"고 공지했다. 앞서 인스타그램, 인터넷 커뮤니티 등 SNS에서는 헤이티 압구정점의 인테리어 장면이 확산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헤이티는 최근 중국에서 급속도로 성장한 차 브랜드다. 2012년 광저우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중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크림치즈차' 등 차를 젊은 사람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 내놓은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중국의 MZ세대 격인 빠링허우(80년생), 지우링허우(90년생) 세대가 주 고객층이다. 몇 시간을 줄 서서 기다려서 먹는다고 할 정도로 인기다. 현재 헤이티의 월 매출은 1억위안(약 185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중국을 다녀온 여행객이 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대부분 차 제품 위에 크림치즈가 올라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 우유, 과일 등을 활용한 음료들이 많다. '로스티드 브라운 보보 밀크'와 '브라운 슈가 보보 밀크티'가 대표 메뉴다. 현대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의 매장 인테리어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신선하고 새롭다
업계에서는 헤이티의 성공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차 시장은 아직 성장 여력이 높은 시장이다. 커피는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차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여지가 남아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디카페인 음료 등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이미 국내에 자리를 잡은 차 브랜드도 많다. '공차'가 대표적이다. 공차는 2012년 한국에 진출한 차 음료 전문 브랜드다. 커피가 장악한 시장에 밀크티로 틈새를 만들었다. 흑당 버블티가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공차 매장 수는 2020년 684개, 2021년 777개, 2022년 864개로 매년 증가세다. 헤이티도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성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차는 MZ세대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다. 생소함에서 오는 호기심이다. 이는 SNS에서 이슈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마라탕과 탕후루 등 중국 음식이 대세로 자리잡은 것도 SNS의 힘이 컸다. 헤이티의 힘은 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데 있다. 중국 젊은층을 사로잡았던 매력이 한국 MZ세대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치열해진 경쟁
다만 헤이티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국내 음료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 수는 9만6575개다. 지난 2018년(4만9000개) 대비 97%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외국 브랜드들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카페들이 논커피 메뉴를 늘리고 있는 것도 헤이티에겐 악재다. 실제로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파스쿠치 등 브랜드는 커피뿐만 아니라 여러 티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티 열풍을 이끌던 밀크티 열풍도 예전 같지 않다. 입맛에 대한 소비자 기준도 크게 올라갔다. 관건은 헤이티가 이들에게 얼마나 차별적인 경험을 줄 수 있느냐다.
물론 국내에서 차와 관련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다류 생산량은 55만1000톤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다. aT 측은 "음료에 대한 소비자 기호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다류 시장은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헤이티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오픈 초기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카페 음료 시장이 고도화된 만큼 이 틈을 파고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반짝 인기로 끝나지 않도록 롱런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얼마나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 등을 잘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