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요즈음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제로' 로고가 붙은 제품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제품과 제로 제품이 나란히 놓여있으면 '건강검진 결과가 어땠더라'하고 제로로 손을 뻗게 되죠.
제로 제품들은 칼로리가 0인 음료로 시작해 알코올이 0인 술,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과자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최근에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로 슈거'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당분 섭취를 제한해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 입니다. 특히 젊은 당뇨 환자가 늘어난다는 뉴스에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이 자주 들려올 정도입니다.
그렇다보니 '제로' 하면 무설탕 제품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설탕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제로' 제품들의 인기가 치솟고 있습니다. 과자, 아이스크림에서 단백질 파우더, 심지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탕후루까지 '제로 슈거'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맛도 일반 설탕이 들어간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설탕을 빼면 모두 '좋은' 제품인 걸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소비자가 최소한으로 확인해볼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제로'는 칼로리·당이 제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점은 '무엇이 제로인가'입니다. 단백질이 0이어도, 트랜스지방이 0이어도 '제로'를 사용합니다. '제로 칼로리' 제품들이 제일 먼저 등장하면서 다른 제로 제품들도 '칼로리가 0'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설탕이나 알코올, 트랜스지방 등이 0이라고 해서 칼로리도 0인 것은 아닙니다. 제품 포장지 표기돼있는 어떤 성분, 첨가제가 0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제로 슈거(무설탕)'가 있습니다. 흔히들 '제로 슈거'와 '무가당'을 혼동하곤 합니다. 설탕 무첨가, 무당(無糖) 등 비슷한 말도 있습니다. 이를 구분하려면 당의 종류를 알아야 합니다. 당의 종류는 크게 '설탕', '천연당', '첨가당'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천연당은 우유에 있는 유당처럼 제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당'을 말합니다. 첨가당은 액상과당처럼 '인위적으로 첨가되는 당'을 지칭합니다.
제로 슈거, 즉 무설탕은 말 그대로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대신 설탕의 역할을 할 다른 대체 감미료가 들어갑니다. 설탕만 빠졌을뿐 천연당과 첨가당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설탕 무첨가나 무가당은 인위적으로 당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설탕과 첨가당이 빠진 제품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점은 무설탕이든 무가당이든 모두 당이 '0'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두 천연당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당분 섭취를 제한해야하는 분이라면 꼭 확인해야겠죠.
'제로'가 훨씬 건강할까
제로 슈거 제품들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로 슈거 제품에는 설탕이 빠진 자리에 대체 감미료들이 사용됩니다. 어떤 대체 감미료를 사용했는지 궁금할 때는 제품의 라벨에 있는 '원재료명'을 보면 됩니다. 원재료명에는 그 제품에 가장 많이 사용한 재료들이 차례대로 들어가있습니다. 이곳에서 대체 감미료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대체 감미료들에는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에리스리톨', '말티톨', '스테비아' 등이 있습니다.
수크랄로스와 아스파탐은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 감미료입니다. 설탕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단맛을 냅니다. 수크랄로스는 주로 제로 슈거 탄산음료에 쓰입니다. '코카콜라 제로', '칠성사이다 제로' 등에 사용됩니다. 아스파탐은 소주, 막걸리 등 주류에 주로 사용합니다.
에리스리톨과 말티톨은 당알코올입니다. 당을 알코올로 바꾼 감미료인데요. 에리스리톨은 설탕과 가장 유사한데다, 열량과 혈당지수가 모두 0에 가깝습니다. 대신 가열하면 단맛이 사라집니다. 최근 유행인 제로 슈거 소주들이 에리스리톨을 감미료로 사용합니다. 제로 슈거 소주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아도 함께 사용합니다.
여기서 잠깐. 소주는 애초부터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소주는 설탕 대신 액상과당을 사용합니다. 제로 슈거 소주는 액상과당을 빼고 그 자리에 에리스리톨, 스테비아 등을 사용한 제품입니다. 소주의 칼로리는 당이 아니라 알코올로 결정됩니다. 따라서 제로 슈거 소주라고 해서 기존 소주보다 크게 건강한 제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당알코올로 돌아가 말티톨을 살펴보죠. 말티톨은 과자, 아이스크림 등에 주로 사용됩니다. 말티톨의 단맛은 설탕의 약 75% 수준입니다. 혈당지수도 설탕의 60% 수준이라고 합니다. 칼로리는 설탕의 절반 수준이지만 다른 감미료와 비교하면 높은 편입니다.
문제는 설탕과 같은 수준의 단맛을 내기 위해 말티톨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칼로리도, 혈당지수도 설탕과 비슷해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말티톨을 사용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기존 제품과 칼로리가 비슷합니다.
이들 당알코올은 현행법상 '당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품 패키지의 영양정보에 당알코올로 별도 표기됩니다. 말티톨을 사용하는 롯데웰푸드의 '제로 초콜릿칩 쿠키'의 경우 1봉당 당은 0g이지만 당알코올은 4g이 들어있습니다.
비슷한 제품인 롯데웰푸드의 '칙촉'은 1상자(12봉)의 당류가 58g입니다. 1봉당 약 5g이 채 되지 않습니다. '제로 초콜릿칩 쿠키'와 비슷합니다. 100g당 칼로리도 '제로 초콜릿칩 쿠키'는 460㎉, '칙촉'은 500㎉입니다. 제로의 칼로리가 조금 낮지만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제품의 영양정보에 0이라고 표기된다고 정말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것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현행법상 탄수화물 및 당류는 0.5g 미만이면 0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로 슈거'라고 해도 설탕이 극소량 포함돼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로'에 숨겨진 비밀들을 알아봤습니다. 제로라고 무조건 '없다'고 생각하고 안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느끼는 맛이 모유에 포함된 단맛이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인간은 본능적으로 단맛에 심취한다고하네요. 하지만 단맛도 잘 알고 조절할 수 있다면 분명 유용할 겁니다.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단맛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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