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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꽉 잡은 쿠팡, 마지막 퍼즐은 '럭셔리'

  • 2024.03.04(월) 17:22

국내 럭셔리 시장 성장세…쿠팡 비중 '미미'
전체 시장 장악 위해선 럭셔리 시장 필수
'파페치' 인수로 주목…시너지 여부는 미지수

쿠팡이 이젠 고급 화장품·패션 부문에까지 힘을 주고 있다. 쿠팡은 이커머스에서 확고한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전체 유통시장 점유율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직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쿠팡은 통상적으로 백화점 고유 영역으로 분류돼있는 럭셔리 부문에 집중해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겠다는 계산이다.

럭셔리 신사업 낙점

쿠팡은 최근 더후, 오휘, 빌리프, 숨37 등 LG생활건강의 대표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을 '로켓럭셔리'에서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로켓럭셔리에서 판매하는 국내외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수는 에스티로더, 맥, 설화수 등을 포함해 총 20개가 넘게 됐다.

로켓럭셔리는 지난해 7월 쿠팡이 선보인 명품 뷰티 전문 플랫폼이다. 주로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판매한다. 쿠팡은 이미 2019년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를 럭셔리 영역까지 확대한 것이 로켓럭셔리다. 쿠팡은 각 뷰티 브랜드의 한국 본사에서 상품을 직매입해 로켓배송으로 배송한다. 유로멤버십 와우회원에게는 로켓배송과 동일하게 무료 배송 및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말 글로벌 1위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 명품 유통사업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파페치는 지난해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기업이다.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오프화이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한 후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지에 주목하고 있다.

성장 여력 높은 럭셔리 이커머스

쿠팡이 이처럼 럭셔리 패션과 화장품 분야 투자에 나선 것은 이 분야가 쿠팡의 약점이어서다. 쿠팡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신선식품과 공산품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3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요 유통 대기업의 매출액을 모두 추월했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도 20%를 웃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600조원이 넘는 국내 전체 유통시장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다. 쿠팡이 여전히 국내에서 성장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쿠팡의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한국과 대만의 소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매우 낮으며, 이 지역에서 막대한 잠재력을 포착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미래이자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도 “막대한 소매시장 지출이 이뤄지는 한국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자릿수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국내 명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이커머스의 비중이 작다는 점은 쿠팡에게 호재다. 국내 럭셔리 시장은 전통적으로 백화점이 강점을 갖고 있다. 고가 상품의 경우 상품의 신뢰도가 중요한 만큼 여전히 백화점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은 물론 SSG닷컴, 롯데온 등 백화점 기반의 이커머스업체들도 이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 중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명품 시장규모는 지난해 약 22조원으로 성장했지만 이 중 이커머스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다. 이는 국내 온라인 명품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시너지에는 물음표

하지만 쿠팡이 이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럭셔리 화장품의 경우 이미 다수의 이커머스업체들이 진출해 있다. 쿠팡의 '직매입' 모델 역시 대부분의 업체들과 동일하다. 따라서 이렇다 할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 쿠팡의 가장 큰 강점인 '가격 경쟁력'도 럭셔리 화장품 부문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파페치와의 시너지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쿠팡이 애초부터 파페치를 인수한 것이 명품 플랫폼으로의 사업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파페치를 인수한 것은 마침 좋은 가격에 매물로 나왔기 때문"이라며 "당장 명품 플랫폼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기존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계획된 인수'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사진 = 쿠팡

또 다른 문제는 파페치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를 정상화 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파페치는 무리한 사업 확장 탓에 한때 30조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이 약 3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지난해 말 부도 위기를 앞두고 쿠팡에게 인수됐다.

파페치를 둘러싼 잡음도 계속 들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파페치의 일부 투자자들이 "매각가가 헐값"이라며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구찌, 생로랑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업체 케링그룹도 자체 이커머스 확대를 위해 파페치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파페치의 사업 모델을 국내로 가져오거나 혹은 해외에서 사업을 확대하려면 여러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쿠팡은 추가 투자나 당장의 전략에 대해서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파페치의 향후 용도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은 현재 파페치의 경영정상화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쿠팡이 장기적으로 파페치와의 시너지를 고민해야할 시점은 파페치 정상화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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