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이제 온라인을 넘어 국내 대표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쟁자인 네이버가 직접 상품을 판매·배송하지 않는 중개 플랫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 물건을 배송해 주는 채널로는 비교 대상이 없다. 쿠팡이 하루에 배송하는 물량만 수백만개에 달한다.
이 수백만개의 상품들이 어떻게 한 치 오차 없이 매일 새벽 우리 집 앞에 도착할 수 있는 걸까. 눈 앞에 드러나는 쿠팡친구(쿠팡 배송원)들의 노고에 더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백만 개의 물류를 제어하는 'AI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주문이 없어도 AI는 일한다
쿠팡의 AI 머신 러닝 기술은 소비자가 쿠팡 앱에 접속하기 전부터 바삐 움직인다. 쿠팡의 전체 주문 중 30% 이상이 오후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에 집중된다. 주문을 받은 후 배송을 위해 움직이면 이미 늦는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쿠팡의 AI는 기존 주문 데이터를 분석해 계절과 세일, 지역 등에 따른 패턴을 파악한다. 이후 그 날의 주문량을 예측해 전국 30개 지역에 퍼져 있는 100여 개의 풀필먼트 센터에 보낸다. 오늘 저녁에 주문한 제품을 몇 시간만에 받아볼 수 있는 이유다.
물류센터에 입고됐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 주문으로 이어졌을 때 빠르게 출고할 수 있도록 진열 위치를 조정한다. 여러 상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꺼내올 수 있는 동선을 제시하는 것 역시 AI의 몫이다.
소비자가 주문을 하는 그 순간에도 AI가 개입한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상품 추천 기능이 고객 개개인의 사용 패턴 데이터를 학습,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을 추천한다. 필요한 제품을 검색하고 비교할 필요 없이 최선의 선택을 미리 추천 상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쿠팡의 목표다.
주문 완료와 함께 어떤 상품을 어떻게 출고할지 결정하고 출고된 상품을 어떤 트럭의 어느 자리에 놓을지도 AI가 지정한다. 제품의 크기에 따라 꼭 맞는 크기의 포장을 선택하거나, 포장이 없어도 되는 상품은 아예 포장하지 말라고 지정해 주는 것도 AI의 역할이다.
일 덜어 주는 AI
쿠팡의 AI는 단순히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작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비효율적인 동선을 개선하는 등 업무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직원들이 주문된 물건을 포장하는 과정에서는 피킹로봇(AGV)과 자동포장기(오토배거)가 일손을 돕는다. 피킹로봇은 수십 개의 선반 중 주문한 상품이 있는 선반을 작업대까지 옮겨준다. 통상 작업자가 3시간 걸릴 일을 1시간 만에 처리한다.
작업자는 움직일 필요 없이 여러 물건이 진열된 선반을 들어다 주는 피킹로봇을 통해 필요한 상품을 빠르게 집어낼 수 있다. 직원은 자동포장기에서 나오는 포장백 안에 물건을 넣어주기만 하면 된다.
배송캠프에도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돼 있다. 쿠팡은 배송캠프 내에 자동 분류 시스템인 '오토소터'를 도입했다. 오토소터는 매일 최대 10만개의 상품들을 자동으로 분류해 분류 담당자의 업무량을 줄여준다.
캠프에는 수십대에서 수백대에 이르는 쿠팡카가 배치돼 있다. 쿠팡의 AI는 이미 모든 쿠팡카의 몇 번째 섹션에 어떤 상품을 적재해야 하는지 공간의 위치까지 결정해둔다. 쿠팡카에 실리는 모든 상품의 주소지를 주문과 동시에 분석한 뒤 하차되는 시점을 계산해 섹터를 분류해 준다.
쿠팡카의 이동 동선도 AI가 계산한다. 배송하는 상품 전체의 주소지를 바탕으로 어느 지역을 먼저 가야 하는지 지정해 준다. 해당지역을 처음 담당하는 배송원이나 도로가 익숙하지 않은 직원도 숙달된 직원과 비슷한 수준의 업무 효율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AI 기술은 모든 배송 단계를 최적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이러한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객들이 수백만 개의 제품들을 언제든지 빠르게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