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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G마켓 인수 3년만에 '메스'를 들다

  • 2024.06.21(금) 07:00

거액에 인수했는데 점유율 줄고 적자 수렁
쿠팡 등 외부 인재 영입해 대대적 개편 나서

/그래픽=비즈워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G마켓 인수 3년만에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신세계그룹은 그간 이커머스 업력이 더 긴 G마켓에 손을 대기보다, SSG닷컴과의 시너지를 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G마켓의 점유율이 감소하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쿠팡, 네이버, 알리바바 등 경쟁사 인재를 적극 영입한 점이 눈길을 끈다.

첫 대표이사 교체

신세계그룹은 지난 19일 G마켓 신임 대표에 정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을 선임했다. 기존 전항일 대표는 2선으로 물러나 자문 역할을 맡는다.

G마켓의 대표이사가 교체된 것은 지난 2021년 1월 이후 3년만이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을 같은해 6월 인수했지만 대표이사는 바꾸지 않았다. 통상 기업이 매각될 때 새로운 주인이 된 모회사가 새로운 경영진을 내려보내는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대신 당시 대표이사였던 전항일 대표에게 계속 G마켓을 맡겨 인수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고 통합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했다.

이후에도 신세계그룹은 G마켓에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실제로 G마켓 내부에서도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되긴 했으나 이베이코리아 때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는 직원이 많았다. 지난해 9월 이뤄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전항일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정형권 G마켓 신임 대표. / 사진=신세계그룹

하지만 지난 3월 정용진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그룹 내부 기조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정 회장은 시기와 상관 없이 성과에 따라 수시 인사를 단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 3월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경질됐고, 이번에는 SSG닷컴과 G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 대표들이 다음 타자가 됐다.

특히 G마켓에서의 변화가 크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대표이사 외에도 주요 핵심 임원들을 '물갈이' 했다. 이들 모두 G마켓 내부 승진자가 아니라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이다. G마켓 CPO(Chief Product Officer, 최고제품책임자)에 해당하는 PX본부장에는 네이버 출신인 김정우 상무를, 테크(Tech)본부장은 쿠팡 출신 오참 상무를 영입했다. 네이버, 쿠팡 등 현재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경쟁사의 인재를 영입한 데서 G마켓을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3.4조 들였는데

G마켓은 신세계그룹의 또다른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6월 G마켓을 인수하면서 무려 3조4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었다. 이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특히 정 회장의 인수 의지가 강했다.

당시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유통업계 강자인 신세계그룹은 이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반면 G마켓은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었다. 특히 2005년부터 15년 연속 흑자 경영을 한 점까지 고려하면 G마켓은 분명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다만 몸값이 문제였다. 업계에서는 G마켓 지분 100%의 가격을 약 5조원으로 추정했다. 신세계그룹은 이 금액이 비싸다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이베이 미국 본사(eBAY INC.)는 더 높은 값을 받기 위해 프로그래시브 딜(경매호가 입찰)을 진행했다. 프로그래시브 딜은 본입찰 참여자들에게 가격 경쟁을 붙이는 방식을 말한다.

/그래픽=비즈워치

G마켓 몸값이 크게 뛰는 상황임에도 정 회장은 인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실제로 인수전 당시 정 회장은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이베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본입찰에서 경쟁자였던 롯데그룹보다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더 써내 최종 승자가 됐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SSG닷컴과 G마켓의 시너지에 집중했다. SSG닷컴의 오픈마켓 서비스를 종료해 사업 영역을 정리하는 한편, G마켓과 SSG닷컴의 통합 멤버십도 내놨다. 하지만 G마켓은 정 회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커머스 시장 중심축이 오픈마켓에서 쿠팡을 중심으로 한 직매입업체로 이동했다. 오픈마켓 시장은 네이버가 사실상 장악하면서 G마켓이 설 자리는 점차 줄었다.

실제로 G마켓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이마트와 G마켓의 기업결합을 승인한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정한 SSG닷컴·G마켓·옥션의 합산 점유율은 15%였다. 그러나  공정위가 지난해 큐텐의 인터파크커머스·위메프 인수 당시 공개한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SSG닷컴·G마켓·옥션의 2022년 합산 점유율은 10.1%에 그쳤다.

게다가 G마켓은 신세계그룹 합류에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에는 654억원, 지난해에는 321억원의 손실을 냈고 지난 1분기에도 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감소하고 있다. G마켓의 매출액은 2022년 1조3637억원에서 지난해 1조1967억원으로 감소했다. 오픈마켓의 매출액은 입점 셀러(판매자)들의 수수료에서 나온다.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은 그만큼 셀러들이 G마켓에서 빠져나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술 고도화·수익성 개선

G마켓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G마켓은 최근 셀러 지원 서비스를 늘리고 기술을 고도화 하는 방식으로 셀러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G마켓과 옥션 셀러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판매자용 매출 분석 서비스 'ESMPLUS 통계'를 열었다. 판매·유입·서비스 점수·키워드·리뷰 등 판매 활동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매에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3월에는 셀러용 판매관리 사이트 'ESM PLUS'를 개편하고 베타서비스를 열었다. 해외 셀러 유치에도 나섰다. 지난 2월 몽골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py)와 양사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3월에는 중국 셀러 대상 사업설명회도 개최했다.

G마켓 EMS PLUS. / 사진=G마켓

이런 움직임은 이번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G마켓은 기존 PX본부에서 테크본부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했다. 개발자 조직을 별도로 만들어 AI 등 기술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G마켓 대표이사가 '재무통'으로 교체된 만큼 당분간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형권 신임 대표는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에서 근무했고 쿠팡에서 재무 임원으로도 일한 재무 전문가다. G마켓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사업구조 개편과 비용 절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G마켓은 한때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는 사업자로 불렸지만 현재는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G마켓을 효율화 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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