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올해 들어 해외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식 치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일본과 중국, 동남아, 미국, 중남미까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외연을 넓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오세아니아까지
해외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제너시스BBQ다. 제너시스BBQ는 2003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에 진출해 현재 전 세계 57개국 7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해외법인 매출이 1100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2년 해외법인 매출(650억원)보다 69.2%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소비자 매출(포스 기준)도 3000억원을 기록했다.
제너시스BBQ는 해외 매장을 더 빠르게 늘리고 있다. 제너시스BBQ가 가장 공들이는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이 대표적이다. 2007년 미국에 처음으로 진출한 제너시스BBQ는 지난해 상반기 오하이오에 진출하며 미국 50개 주 중 절반인 25개 주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해 말 앨라배마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테네시, 네브라스카, 아칸소 등 3개 주에 추가로 진출하면서 29개주로 진출 지역을 확장했다.
미국 외 지역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오세아니아 피지의 바(Ba)주에 피지 2호점을 오픈했다. 2011년 피지 진출 후 두 번째 매장이다. 또 지난해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에 매장을 내며 중남미 공략에 나섰고, 올해 이들 국가에 추가로 매장을 열었다.
굽네치킨도 미국에 집중하고 있다. 굽네치킨은 2014년 홍콩을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마카오,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그러다 2022년 미국에 진출했고 지난해와 올해 매장을 한개씩 추가하며 미국 4호점까지 늘렸다. 현재 해외 10개국에서 4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로
교촌에프앤비가 운영하는 교촌치킨 역시 최근 해외 매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교촌치킨은 2007년 미국에 첫 해외 매장을 내며 해외 개척을 시작했다. 2020년 코스피 상장을 계기로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교촌치킨의 상장 당시 37개였던 해외 매장은 올 1분기 말 기준 71개로 늘었다. 교촌치킨은 현재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대만에 진출해있다.
교촌치킨이 현재 가장 집중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교촌치킨은 상하이, 난징, 창저우 등에 이어 지난해 말 항저우에 첫 매장을 열었다. 이어 올 들어 항저우에 매장 두 곳을 추가하며 중국 내 매장 수를 16개로 늘렸다.
해외 진출 후발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018년 해외 진출을 시작한 bhc는 올해 해외 매장을 큰 폭으로 늘렸다. 현재 미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5개국에서 2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절반인 10곳이 올 상반기에 문을 열었다.
bhc 매장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태국이다. bhc는 올 1월 태국 1호점을 시작으로 상반기에만 6개 매장을 열었다. 미국에서도 매장을 늘리고 있다. bhc는 지난해 LA에 직영점을 내며 미국에 진출했다. 올해는 미국에서 가맹사업 시작하면서 샌디에이고에 가맹 1호점을 열었다. 최근 LA 직영점도 한 곳을 추가했다. bhc는 오는 8월 중 대만에도 첫 매장을 열 예정이다.
맘스터치는 지난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 했다. 지난해 4월 몽골 현지기업과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맺고 몽골에 진출했다. 지난달 5, 6호점을 연달아 내며 몽골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또 지난 4월에는 일본 직영 1호점을 내며 일본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이 매장은 운영 40일 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 매출 1억엔을 달성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맘스터치는 연내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치킨집 3만개 시대
치킨 프랜차이즈의 해외 공략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제너시스BBQ, 교촌치킨처럼 2000년대에 일찌감치 해외 진출에 나섰던 업체들은 해외의 높은 벽에 막혀 쓴맛을 봤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고 한국식 치킨에 대한 선호가 높지 않았다. 또 문화, 정치, 사회적인 이유도 있었다. 현지 외식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나 배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국가도 있었다. 정치·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들의 경우 꾸준한 매출을 내기도 어려웠다. 이 때문에 해외 사업 적자가 누적되면서 해외법인의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꾸준히 해외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는 것은 국내 치킨 시장이 포화상태여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2만9348개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3만개를 넘긴 것이 확실시 된다. 문제는 매장 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장 수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0년 6.3%였다. 하지만 2021년 4.8%, 2022년 2.5%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만큼 출점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bhc의 202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2% 늘었다. 그러나 2022년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6.4%에 그쳤다. 이 수치는 지난해 5.5%로 내려갔다. 교촌치킨 역시 2021년에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4% 성장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1.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14.0% 감소했다. 그나마 제너시스BBQ만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매출액 증가율이 2022년 15.4%에서 2023년 12.8%로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해외 시장 분위기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이 컸다. 치킨이 한식 대표 메뉴로 꼽히면서 해외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양한 양념을 입힌 한국식 치킨이 차별점이자, 강점으로 꼽힌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해외 진출이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식 치킨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해외에서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협의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며 "해외 시장은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매장을 내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