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열 한 번 모였는데
일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의 '이중가격제' 도입으로 시작된 배달료 논란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번이 벌써 11차 회의입니다. 여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배달 플랫폼과 입점 음식점들은 치열하게 협상을 펼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물론 지켜보는 소비자들까지 피로해질 정도로 긴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11번이나 모이다 보니 조금씩이나마 합의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협의 초반 나왔던 제안들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입니다. 지난 11차 회의에서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제안은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차등 부과, 전통시장 수수료 0% 혜택의 전국 확대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매출 기준 상위 30% 매장에는 수수료 7.8%, 배달비 2400~3400원을 받고요. 하위 20% 매장엔 수수료 2%와 배달비 1900~2900원을 부과하겠다는 안입니다.
앞선 6차 회의에서 제안한 매출 하위 40% 점주에게만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내용보다 크게 발전했습니다. 매출 상위 업체들에게는 기존 9.8%를 유지하겠다는 주장도 꺾었고요. 매출 상위 업체의 기준도 첫 제안인 60%에서 절반인 30%로 줄였습니다.
쿠팡이츠는 어땠을까요. 쿠팡이츠는 앞서 수수료를 일괄 5%로 내리는 대신 쿠팡이츠가 부담하던 배달기사 지급비를 입점 단체와 배달라이더 단체가 협의하라고 요구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이번에는 매출 기준 상위 10%에 9.5%를 부과하고 10~15%마다 수수료를 차등 인하하는 안을 내놨습니다.
대신 이번에도 '조건'이 붙었습니다. 배달비를 기존 1900~2900원에서 2900원으로 고정 인상하고 거래액 상위 50%에는 할증비용을 추가하자는 겁니다.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올리자는 건 배달의민족이 제안한 안과 궤를 같이 합니다.
"쿠팡이츠, 다시 만들어 와"
11차 회의까지 오면서 수정과 재수정을 거듭해 내놓은 상생안에 입점업체와 공익위원들은 만족했을까요?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기껏 수수료율을 낮추는 데 합의했더니 '배달료 인상'을 다시 들고나오니 합의가 되긴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도 배달의민족이 가져온 안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타결이 가능한 수준의 반응이었습니다. 중개수수료를 내리면서 배달비를 올린 점, 상생안 시행에 '쿠팡이츠가 동일한 수준의 상생안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단 걸 문제삼긴 했지만 요율 자체는 만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공익위원들은 배달의민족에 "현재 상생방안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할 것"을 요청했는데요. 상사에게 보고할 서류를 제출해 본 분이라면 이 말의 뜻을 이해하실 수 있겠죠. '최종 확인 후 제출하자'는 의미로 읽힙니다. 배달의민족의 제시안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는 거죠.
반면 쿠팡이츠 안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내렸습니다. "수수료율 인하 수준이 낮고,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배달비를 상승시킨 점이 부족하다"며 "쿠팡이츠의 제안 수준이 배달의민족이 제안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오는 11일까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중재 원칙에 가까운 수준의 상생방안을 새로이 제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앞선 예시처럼 회사에 비유하면 "다시 만들어 와"에 가깝습니다.
대타협 이뤄질까
일단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공익위는 배달의민족 안을 '통과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달의민족의 차등 수수료 제안은 쿠팡보다 2~3%포인트 가까이 낮은 요율입니다. 배달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배민이 요구한 배달비 평균 500원 인상은 기존의 거리할증 평균 요금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사실상 '현행 유지'를 요구한 셈입니다.
반면 쿠팡이츠의 경우 매출 상위 50% 매장까지 배달비 2900원과 할증비용을 적용하자는 의견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평균적인 할증비용 500원을 감안하면 배달비를 3400원으로 맞추자는 말입니다. 공익위가 쿠팡이츠의 제안에 대해 '배달의민족이 제안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한 이유입니다. 공익위가 가이드라인을 준 만큼 쿠팡이츠도 11일에는 배달의민족과 비슷한 수준의 안을 가져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일까요. 요율과 배달비 외 다른 사안들은 대체로 합의에 다다랐습니다. 입점업체가 요구한 '소비자 영수증 표기 개선'은 영수증 하단에 중개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배달비 등을 따로 안내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핵심 사안 중 하나였던 '최혜대우 요구' 역시 중단하거나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방침을 수정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남은 건 이제 쿠팡이츠의 결단 뿐입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사실 거의 똑같은 사업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할 수 있는 걸 쿠팡이츠는 못 할 이유는 없다는 말입니다. 쿠팡이츠가 11일 다른 안을 들고나오지 않는다면 협상은 결렬됩니다. 이 경우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의 갈등은 더 증폭될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의 선택은 뭘까요. 이틀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