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지난 14일 12차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끝끝내 협의를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딛고 마지막 회의에서 어렵사리 합의된 상생안을 도출했는데요.
참석자들은 현재 9.8%인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를 거래액 기준에 따라 2.0~7.8%로 낮추는 데 합의했습니다. 배달비는 건당 최대 500원 오르지만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상생협의체는 이번 상생안이 "영세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수수료 부담 경감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평했죠.
프랜차이즈·배달앱 충돌
하지만 여전히 이번 합의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프랜차이즈업계입니다. 프랜차이즈는 배달, 외식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프랜차이즈가 전체 식당업주들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다수의 업주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상생협의체에 참석한 입점업체 단체 4곳 중 두 곳은 프랜차이즈업계와 긴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하나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로,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등 일부 기타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들을 대표하는 단체입니다.
다른 한 곳은 한국외식산업협회인데요. 단체급식, 주방기기, 유통물류 등 외식 관련 분과들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프랜차이즈와 치킨외식 업계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의 윤홍근 회장이 2011년부터 현재까지 3~6대 상임회장을 지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들 두 협회는 마지막 12차 회의 도중에 퇴장해버리기도 했습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역시 이번 상생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 협회는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들을 회원사로 둔 단체인데요. 이번 상생협의체에 참여하지는 않았으나, 상생협의체 기간 동안 꾸준히 배달앱 업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들 프랜차이즈 관련 협회들의 주장은 비슷합니다. 상생협의체의 상생안이 결국 수수료도 올렸고 배달비까지 올리면서 식당업주들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켰다는 겁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업주) 전체의 80%는 인상 이전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욱 악화된 것"이라며 "배달 매출이 극히 적은 하위 20%에만 수수료율을 낮춰줄 뿐"이라고 지적했고요.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배달앱 수수료 인하 협의에서 오히려 수수료와 배달비까지 인상됐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배달앱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7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이번 상생안을 통해 현행(평균 주문금액 기준) 대비 '중개이용료 및 배달비 총 부담'이 커지는 입점업체는 없다"며 "전체의 절반 업체는 배달비 인상 없이 중개이용료를 낮추는 등 실질적으로 비용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부담 경감
프랜차이즈업계는 업주들의 부담이 늘었다는데 배민은 부담이 늘어난 업주는 없다고 말합니다. 양측의 입장이 상당히 극명하게 갈리는데요. 실제로 업주들의부담은 늘어난 걸까요, 줄어든 걸까요?
배민의 입장문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배민은 "이번 상생안을 통해 현행(평균 주문금액 기준) 대비 '중개이용료 및 배달비 총 부담'이 커지는 입점업체는 없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균 주문금액 기준'이라는 말입니다. 배민이 말하는 평균 주문금액은 건당 2만5000원입니다. 이는 배달시장의 통상적인 평균 주문음식 단가라고 하는데요. 주문금액이 2만5000원일 경우, 배달비 최대치를 적용하더라도 부담금(수수료+배달비)이 늘어나는 업주는 없습니다.
거래액 상위 35%에 해당하는 업주만 현재와 동일한 부담금을 내게 되고 나머지 65%의 업주들은 현재보다 부담금이 줄어들게 됩니다. 하위 20%는 주문건당 무려 1950원을 현재보다 덜 내게 됩니다. 또 주문금액이 늘어날수록 업주의 부담금 인하폭은 더 커집니다. 주문금액이 3만원이라면 상위 35% 업주들도 현재보다 부담금을 100원 덜 냅니다.
하지만 이건 '평균 주문금액'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2만5000원 이상의 배달 주문을 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죠. 주문금액이 2만5000원보다 적어지면 부담금이 늘어나는 업주들이 생겨납니다. 실제로 주문금액 2만원과 최대 배달비를 기준으로 하면 거래액 상위 35%의 업주들은 현재보다 주문건당 1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이들은 1만5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건당 200원을, 10000원을 기준으로는 300원의 부담금을 더 냅니다.
여기서 계산한 수치들은 모두 배달비를 각 구간 내 최대금액으로 적용해 계산됐습니다. 예를 들어 상위 35%는 3400원, 하위 20%는 2900원을 적용했는데요. 이 배달비는 지역별 배달환경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는 만큼 배달비가 이보다 적은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부담이 늘지 않는 업주, 부담이 더 줄어드는 업주들도 존재할 수 있겠죠.
이와 함께 일부 협회는 "사실상 수수료가 인상됐다"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이건 상생협의체 직전에 배민이 수수료를 올렸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서입니다. 배민이 원래 6.8%였던 수수료를 지난 7월 9.8%를 올려놓고 상생협의체에서 최대 7.8%로 낮췄으니 상생협의체 후 오히려 수수료가 올랐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기존 수수료 6.8%와 비교하더라도 상생안 도입 후 많은 업주들의 부담이 경감됩니다. 수수료 6.8%였던 때에는 배달비가 지역별로 달랐는데 서울 기준 최고금액이 3300원이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지난 6월과 상생안 도입 후를 비교하면, 매출 상위 35% 이하의 업주들은 1만원 이상 주문금액에 대한 부담금이 모두 줄어듭니다. 매출 상위 35%만 200원 이상을 더 부담합니다.
복잡한 이해관계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상생안 덕분에 많은 업주들에게 부담금 인하 효과가 돌아가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물론 그 수준이 각 업주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기존과 비교했을 때 낮아진다는 의미일뿐 줄어든 부담금마저 어떤 업주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사실 일부 거래액 상위 업주들에게 약간의 부담금 증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거래액 상위 업주들의 부담금 인상이 건당 100~300원 수준인 데 비해 거래액 하위 업주들은 1000원~3000원 가량을 인하 받게 됩니다.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상생안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실제로 상생협의체 입점단체 측으로 참여한 소상공인연합회는 "유례없는 중개수수료율 대폭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던 영세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도록 상생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도출한 것에 대해 진전을 이룬 부분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거래액 하위 업주들이 '영세업자'가 맞냐는 건데요. 배달앱 내 거래액이 낮다는 건 배달 매출이 적다는 뜻이지, 그 식당의 매출이 적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배달 매출 상위 35% 이상인 입점업체가 매출이 높은 자영업자와 일치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대개 배달매출이 높은 업체는 배달전문 매장으로 영세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두고서는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각 업종별, 브랜드별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치킨, 피자와 같은 경우에는 배달 비중이 크지만 빵, 카페, 패스트푸드 등은 상대적으로 배달 비중이 낮을 수 있습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라고 매출이 높은 것도 아니고,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지점별로 매출 편차가 존재합니다. 그렇다고 배달앱이 식당 하나하나의 매출을 확인해 누가 영세하고 영세하지 않은지를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배달앱 내 거래액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게 최선이었을 수 있습니다.
상생협의체는 애초부터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릅니다. 배달앱, 식당업주, 프랜차이즈 본사, 소상공인, 여기에 이번 상생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배달 라이더들까지 있죠.
또 상생안의 시행 기간도 3년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3년 후에는 각 배달앱들이 다시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배달앱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줄어들었으니 추후 광고비 인상 등으로 충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개입해 카드 수수료처럼 배달앱 수수료에도 아예 상한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복잡한 배달앱 수수료 체계 특성상 상한제 도입이 어렵다는 반박도 제기됩니다.
그래도 이번 상생안은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고 처음으로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많은 업주들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결과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되겠죠. 추후에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합니다. 배민과 쿠팡이츠 역시 앞으로도 상생에 필요한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더 나은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