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상생합의안을 내놓은 배달업계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계가 오는 2월 말부터 상생안을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상생협의체 운영 당시 합의를 반대했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이 수수료 상한제 법제화에 나서고 있어서다.
상생안 가동 카운트다운
20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쿠팡이츠는 설 연휴 전에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새 요금체계를 발표하고 2월 중 시행에 나설 계획이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은 지난해 7월 상생협의체를 출범하고 11월 중순까지 14차례의 회의를 거쳐 합의안을 내놨다.
합의안에 따르면 현재 9.8%인 배민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는 거래액 기준에 따라 2.0~7.8%로 낮아진다. 고정 금액인 배달비는 200~500원 오른다. 영수증에 수수료와 배달비를 따로 안내하고 최혜대우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도 합의했다.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배달료 문제가 상생안을 통해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상생안이 계란을 쌓은 듯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최대 관계자 중 하나인 프랜차이즈 업계가 최종안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의 당시 상생협의체를 구성했던 4개 단체 중 한국외식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회는 최종 회의 중간에 퇴장했다. 이들과 목소리를 함께 내고 있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합의안을 비판했다.
최근 들어서는 상생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정계·학계와 함께 토론회 등을 열며 '입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수수료를 최대 5%로 제한하는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모여 만든 합의안이 사실상 실패작인 만큼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불안한 정세
상생합의안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4개월여 에 걸친 진통 끝에 상생안이 나온 만큼 일단 시행해 보고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보완하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매출 상위 매장보다 하위 매장에 수수료 인하 폭을 키운 것도 소상공인 보호라는 당초 목적에 부합한다는 평가였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경우 이번 상생안으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협의가 수수료 압박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작은 매장들을 살리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류가 바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11월 배달 중개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5일에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배달 앱 수수료 공정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상생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주관했다.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법제화가 중심 내용으로 논의됐다.
현재 민주당이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당인 데다, 계엄·탄핵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은 민주당 의원들이 나선 만큼 중개수수료 문제가 조만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업계 등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대형 치킨 브랜드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상생합의안과 별개로 입점 점주 챙기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일각에서는 우선 상생안을 시행하면서 의견을 계속 받고, 보완할 점은 추후 관계자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몇 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합의안이 나왔는데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표류하게 된다면 앞으로 또다른 협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나온 상생안에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이를 무조건 반대하기만 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소상공인과 소비자"라며 "이를 정부 규제로 해결하려는 건 자기 발목을 스스로 잡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