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가 잇따라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과 새벽배송 등 신규 배송 서비스를 내놓으며 CJ대한통운과 손잡은 이커머스들도 새벽배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의 새벽배송 도입으로 경쟁사 대비 앞선 배송 품질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한 쿠팡과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만들어낼지가 관심사다.
우리도 '새벽·익일' 한다
이커머스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잇따라 배송 서비스 강화 계획을 내놨다. 그간 도입하지 못했던 새벽배송·주말배송을 도입하거나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 이달 초 SSG닷컴은 국내외 유명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를 엄선해 자체 프리미엄 식품관인 '미식관'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마포의 프릳츠와 펠트커피, 경기권의 미루꾸, 닥터만 등 커피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로스터리의 원두, 캡슐, 드립백과 압구정 리암스 케이크바, 연남동 코코로카라 파운드케이크, 방배동 메종엠오 진저바나나머핀 등 유명 커피·디저트를 판매한다.
눈에 띄는 건 이 시그니처 메뉴들을 수도권과 충청 지역에서 새벽배송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저녁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이후 주문량은 익일 배송된다. 서울의 '핫플'에 방문하기 어려운 수도권 외곽이나 충청도 거주 소비자들이 솔깃할 만한 서비스다. SSG닷컴은 지난해 말부터 대전시·세종시·아산시 등 충청권역과 광주시·동탄·화성시·하남시 등 경기남부 지역으로 새벽배송을 확장한 바 있다.
네이버 역시 올해부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시간 단위의 배송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네이버배송'을 선보인다. 새벽배송 외에도 당일 배송인 '오늘배송', 익일배송인 '내일배송', 1시간 내외 배송인 '지금배송' 등 수령 시간을 다양화했다.
CJ온스타일도 지난해 말부터 '새벽에 오네(O-NE)' 서비스를 신규 도입했다. 평일 오후 9시 이전 주문 시 다음날 새벽에 바로 받아볼 수 있다. CJ온스타일은 2023년 홈쇼핑 업계 최초로 당일배송·일일배송·일요일배송을 도입한 바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도 지난 10일부터 '오늘 도착'과 '일요일 도착' 서비스를 도입했다.
G마켓은 올해부터 도착배송 서비스인 '스타배송'에 일요일 배송을 추가했다. G마켓, 옥션에서 스타배송 상품을 토요일에 주문하면 다음날인 일요일에 받을 수 있다. G마켓은 우선 14개 카테고리, 약 15만개의 스타배송 상품에 일요일 배송을 적용하고 추후 대상 상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내 뒤에 대한통운 있다
국내 주요 이커머스들이 일제히 강화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CJ대한통운이 있다. CJ대한통운은 올해부터 일요일과 공휴일 등 소위 '빨간날'에도 배송을 진행하는 주 7일제 배송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과 물류 협업을 진행 중인 네이버와 SSG닷컴, G마켓 등도 공휴일 배송이 가능해졌다.
그간 쿠팡과 컬리 등 직매입 업체만 진행하던 새벽배송이 확대된 데도 CJ대한통운의 역할이 컸다. SSG닷컴의 경우 지난 2021년 충청권에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이번에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다시 충청권 새벽배송을 재개했다. SSG닷컴의 오포 물류센터를 새벽배송 거점으로 삼아 CJ대한통운이 각지에 배송하는 식이다.
CJ온스타일의 새벽배송 역시 지난해 오픈한 군포물류센터를 거점으로 CJ대한통운이 최종 배송을 맡는 방식으로 새벽배송을 구현했다. TV라이브 상품 중 뷰티, 건강식품 카테고리 중심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연내 패션·신선상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할 예정이다.
사실상 쿠팡을 제외한 국내 주요 이커머스들의 핵심 배송 역량을 CJ대한통운이 모두 쥐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이커머스 중 CJ대한통운과 물류 협업을 하지 않고 있는 곳은 11번가 정도다. 11번가는 물류를 전량 한진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새벽배송이나 당일배송 서비스 없이 익일배송인 '슈팅배송'만 운영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건당 비용이 한진보다 높은 편"이라며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인 11번가로서는 CJ대한통운과 손잡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쿠팡은요
이커머스 기업들과 CJ대한통운의 모든 움직임은 쿠팡을 잡기 위한 행보다. 쿠팡은 이커머스와 물류 양쪽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30조원을 넘어섰다. 연말까지 40조원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오픈마켓 거래액을 더하면 총 거래액 규모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에 따른 일시적 적자에도 불구하고 연간 흑자가 유력하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네이버쇼핑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잡았다. 택배 시장에서도 쿠팡은 1인자다. 지난 2020년 CJ대한통운의 택배 업계 시장점유율(물량 기준)은 50.1%로 압도적인 업계 1위였다. 하지만 3년 뒤인 2023년엔 33.6%로 간신히 1위를 지켰고 지난해 1분기엔 쿠팡로지스틱스(34.8%)에 밀리며 2위(29%)로 떨어졌다.
문제는 쿠팡의 물류 투자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쿠팡은 지난해 3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로켓배송 지역을 현재 전국 70%에서 88%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신규 설비 투자를 추진 중인 지역만 8곳이 넘는다. CJ대한통운 역시 점유율 하락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풀필먼트 구축에 나섰다. 최근의 서비스 확장은 그 결과물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이커머스·물류 시장이 상품 판매와 물류를 모두 가진 공룡 쿠팡과 CJ대한통운·이커머스 연합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J대한통운이 물류를 맡고 각 이커머스가 차별화된 상품 판매에 나서 쿠팡에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의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이관하기로 한 결정 역시 쿠팡과 같은 방식으로는 쿠팡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전문화'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각 이커머스가 저마다 물류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전국 단위 물류 시스템을 구축한 쿠팡에 맞서기 어렵다"며 "대한통운이 향후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휴일 배송 권역을 얼마나 빠르게 확대해 이커머스에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