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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CJ올리브영, 배송 오류 '제로' 비결…'경산센터'에 있었다

  • 2025.01.20(월) 12:00

물류 과정 90% 자동화…스마트 물류센터 구현
물동량 분산 효과…"수요에 신속한 대응 가능"
전국 물류 네트워크 확충…매장 경쟁력 극대화

CJ올리브영 '경산 물류센터' 외관./사진=CJ올리브영 제공

사람 대신 로봇

지난 17일 오전 경상북도 경산시 진량읍에 위치한 CJ올리브영의 세 번째 물류센터. 연면적 1만2000평, 축구장 6개 크기에 달하는 이 센터는 500여 개의 전체 협력사 물량 중 약 20%를 전담하고 있었다. 매일 입고되는 협력사 상품들을 보관하고, 영남·제주·충청·호남권 등 600여 개의 비수도권 매장에 실어 나르는 게 주된 업무다.

3층 입고장에 도착한 상품들은 가장 먼저 작업자의 손을 거쳤다. 전산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재고가 반영되면 자율 이동 로봇(AMR)에 실려 상품의 크기 등에 따라 세 가지 종류의 선반(랙)으로 이동했다. 소규모에 비교적 출고 빈도가 낮은 상품들은 경량고단랙, 식품과 대형상품은 특정 레일 없이도 전·후진 구동이 가능한 모빌랙에 보관됐다.

플로어봇이 에어롭에 보관된 상품을 꺼내고 있다./사진=윤서영 기자 sy@

눈길을 끈 건 경량고단랙에 적용된 로봇 자동화 보관 시스템 '에어롭'이다. 1만2000개의 상품을 보관할 수 있어 낱개 단위의 발주 처리가 많은 올리브영의 업태에 최적화된 설비였다. 에어롭 공간에선 '플로어봇'이 좁은 공간 사이를 지나다니며 작업자의 입출고 선택에 따라 보관, 피킹(상품을 꺼내는 일)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작업자가 상품을 직접 찾는 것과 비교하면 효율성이 4배 이상 높다는 게 올리브영의 설명이다.

디팔레타이저가 박스 단위의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옮기고 있다. 사진=윤서영 기자 sy@

랙에 적재된 상품들을 2층 출고장으로 내려보내는 일은 시간당 약 900개의 박스를 쉴 새 없이 옮기는 '디팔렛타이저' 로봇이 담당하고 있었다. 공기압을 이용해 최대 10개의 박스를 한 번에 들어 올린 후 물류센터 내에 길게 늘어선 컨베이어 벨트에 이송시켰다. 수많은 박스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옮기지 않아도 되는 만큼 작업자들의 업무 능률이 한층 향상된 모습이었다."업무 강도 줄여드립니다"

출고장으로 이동한 각 상품은 박스에 부착된 바코드를 통해 다스(Digital Assorting System·DAS)와 파스(Piece Assorting System·PAS) 라인으로 옮겨질 준비를 했다. 파스는 소량, 다스는 출고가 잦거나 한번에 많은 출고가 이뤄지는 상품이 위주다. 경산센터에 보관된 상품의 60% 이상은 다스를 거쳐 출고된다.

CJ올리브영 경산 물류센터 내에 설치된 박스리프트./사진=윤서영 기자 sy@

다스 라인에선 작업자들을 위한 올리브영의 세심한 배려를 찾아볼 수 있었다. 바로 '박스리프트'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개당 무게가 10kg에 육박하는 다용도 박스(PVC)를 중앙 컨베이어로 이동시켰던 기존 방식이 심각한 노동력 감소로 이어진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작업자가 랙에 상품을 넣은 다음 그 자리에서 PVC를 뒤로 밀어주기만 하면 컨베이어에 실리게 된다. 상품을 어느 곳에 담아야 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각 셀에는 'LED 램프'도 탑재돼 있었다.

작업자들이 피스 피킹 로봇을 통해 매장별로 분류된 상품들을 PVC에 옮겨 담는 모습./사진=윤서영 기자 sy@

일부 상품은 파스 설비에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 다관절로봇 '피스피킹'을 통해 한 차례의 분류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피스피킹로봇은 박스 안에 담긴 2kg 이내의 소규모 상품을 카메라로 식별한 후 하나씩 집어 개별 슈트로 옮기는 역할을 했다. 주목되는 건 파스라인에는 총 354개의 슈트가 있었는데, 슈트마다 하나의 매장이 지정돼 있어 작업자가 매장과 발주 상품을 대조하는 단순 반복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분류된 상품들은 포장을 마친 후 다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해 방면분류 라인에 멈춰섰다. 라인마다 배치된 작업자들은 전산 시스템을 통해 상품이 출고될 매장명과 작업 계획량 대비 진척률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이날 오후 12시 기준 부산전포역점이 발주한 415개의 상품 중 절반 이상이 매장으로 이동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CJ올리브영이 경산 물류센터에 '박스커팅로봇'을 도입했다./사진=윤서영 기자 sy@

작업자들을 위해 설비는 물론 시설 투자도 아낌없이 단행했다. 여름철 무더위를 날리고자 천장에 초대형 팬을 달아놓는가 하면, 박스 테이프를 절단해주는 '박스커팅로봇'을 도입했다. 안전을 위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각각 1명씩 상주하고 있는 보건실, 층마다 마련된 휴게실 등도 눈에 띄었다.회사도, 소비자도 좋다

올리브영은 이번 경산센터 가동으로 국내 물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올리브영은 줄곧 물류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운영 중인 물류센터는 두 곳(안성·양지)이었지만, 안성센터가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매출이 내수 시장에서 나오고 있음에도 국내를 중심으로 하는 물류센터는 양지센터 하나였던 탓에 늘어나는 수요에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CJ올리브영 매장./사진=CJ올리브영 제공

이에 따라 올리브영의 기업 간 거래(B2B) 업무가 이원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수도권 매장 입장에선 더 이상 양지센터를 통해 상품을 끌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큰 이점이 생긴 셈이다. 매장 오픈 전에 상품이 도착할 확률도 전국 기준 90%에서 10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소비자 입장에선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올영세일 기간 동안 매장에 헛걸음할 일도 줄어들 전망이다. 양지센터와 경산센터는 하루 최대 300만개 이상의 상품을 전국 매장으로 내보낼 수 있다. 양지센터 한 곳만 운영하던 기존(200만개)과 비교하면 생산능력(캐파)이 50% 확대됐다. 매장에서는 부족한 재고를 발주할 경우 지리적으로 인접한 물류센터를 통해 하루에서 이틀 안에 공급을 받을 수 있다.

CJ올리브영 '오늘드림' 서비스./사진=CJ올리브영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올리브영이 주력하고 있는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도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드림은 재고 부족으로 종종 서비스 적용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경산센터 구축 이후 물류센터 내 상품 보관율이 최대 80%까지 향상되는 등 안정적인 재고 확보가 가능해졌다. 오늘드림 배송과정은 '물류센터→매장→소비자', '물류센터→도심형 물류 거점(MFC)→소비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기욱 CJ올리브영 B2B 물류팀장은 "경산센터 운영으로 양지센터의 캐파에 여유가 생긴 만큼 100여 개 수준이었던 매일 배송 매장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대형 타운이나 권역별 특정 매장에는 물류센터에서 미리 카테고리별 분류를 거친 뒤 출고를 진행해 직원들이 받은 상품을 매대에 구분·진열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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