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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보다 햄버거?'…한화갤러리아, 동선이 꼬였다

  • 2024.11.28(목) 07:10

'명품 특화' 갤러리아, 소비 둔화에 역성장
반전 카드 필요한 시점…차별화 전략 중요
신사업 발굴 주력…식음료와 시너지 기대

/그래픽=비즈워치

한화그룹의 유통·호텔 사업을 이끄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를 진두지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명품에 치중된 백화점이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김 부사장은 기존에 주력해온 신사업 발굴·육성은 물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백화점을 살릴 '반전 카드'가 되진 못하고 있다.내실 없는 본업

한화갤러리아가 운영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은 명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한때 명품 시장이 가격과 수요량이 반비례하는 '수요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았던 시기엔 호재였다. 높은 가격에도 탄탄한 수요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처럼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명품 소비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선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명품 판매가 주된 수익원인 갤러리아가 경쟁업계보다 타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한화갤러리아의 실적 대부분은 백화점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따라서 백화점 부진은 곧 한화갤러리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화갤러리아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114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4.4%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곧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졌다. 2022년 7.8% 수준이었던 한화갤러리아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6.5%로 1.3%포인트 하락했다.

적은 점포 수와 명품 카테고리에 강하다는 특성을 살려 백화점 시장 내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기대했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화갤러리아는 현재 명품관을 비롯해 타임월드점, 센터시티점, 광교점, 진주점 등 5개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백화점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 부사장의 호텔 사업도 위기를 맞았다. 올해 3분기 기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25억원, 2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1%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11.6% 줄었다. 국내 첫 아쿠아리움인 '아쿠아플라넷63', 63빌딩 내 60층에 위치했던 '63아트'를 폐점한 영향이 컸다.포트폴리오 다각화

반면 김 부사장이 공들인 식음료(F&B) 사업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다. 파이브가이즈는 지난해 6월 김 부사장이 국내에 들여온 이후 꾸준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성과도 좋다. 한화갤러리아 식음료 부문의 매출 대부분이 파이브가이즈에서 나온다. 덕분에 올해 3분기 식음료 부분의 매출은 지난해 말보다 3배 이상 뛰었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된 셈이다. 김 부사장은 향후 4년 내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5개에서 15개로 늘릴 계획이다.

/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현재 김 부사장은 백화점과 호텔 사업의 성장 둔화를 타개할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최근 김 부사장은 음료 제조 전문업체 '퓨어플러스'를 인수하며 또 다른 F&B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퓨어플러스의 뛰어난 수출, 해외시장 내 견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건강 음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본업인 백화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주력 점포인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을 재단장하고 있다. 기존 이스트관에 있던 에르메스를 웨스트관 1층으로 옮겨 럭셔리 공간을 강화하고, 이스트관에선 기존 브랜드들의 매장 확장과 새로운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게 주요 골자다.

이에 더해 호텔과의 포인트 교차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시너지 창출에도 나섰다. 백화점과 갤러리아몰에서만 쓸 수 있었던 'G포인트'는 한화리조트와 호텔에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H-LIVE Club 포인트'는 백화점과 갤러리아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본업 회복이 최우선

하지만 일각에선 이런 노력들이 본업인 백화점의 수익성 반등을 위한 묘수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이 나선 신사업이 본업과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명품 강화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 등이 우려 요소로 꼽힌다. 이 때문에 김 부사장이 신사업을 본업에 적용하는 등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화점에서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히 '물건을 얼마나 많이 파는지'가 아닌 '고객의 시간을 얼마나 뺏는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등 국내 '빅3' 백화점이 구사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사진=한화갤러리아 제공

이들 대형 백화점 3사는 복합체험형 쇼핑몰 강화로 '락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 주된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경험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김 부사장도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앞세워 브랜드 체험 공간을 선보이고 워터밤 개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오이스터 배' 오픈 등 MZ세대의 취향을 고려한 행보들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에 특화된 갤러리아의 경우 지금처럼 명품 소비가 위축된 시기엔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해결책이 달리 없다"며 "오프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들을 앞세워 고객들이 가고 싶은 백화점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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