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카드사들의 신사업 진행도 지지부진하다. 사업 영역은 넓어졌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가맹점 수수료수익 감소로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신한 대리운전 일시 중단…아쉬운 성과
신한카드는 지난해 대리운전 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인 신한 판(FAN)에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고 카드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대리운전 서비스는 지난 6월부터 두 달간 중단된 상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위치 정확성을 높이고 로딩 시간을 줄이는 등 업데이트 중이며 오는 8월 다시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데이트 목적이더라도 서비스를 장기간 중단하는 일은 드물다. IT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길어야 2~3일 걸리며 몇 달을 멈춘 건 시스템이나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준비가 허술했던 셈이다. 출범 초반엔 카카오의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와 맞대결 구도일 정도로 화제였다. 대리운전 업체들로부터 결제 수수료 수익을 얻는 한편 신한 판을 활성화시켜 고객을 끌어올 것으로 기대됐다.
예상과 달리 장기간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고객 이탈이 우려된다. 신한카드는 서비스 이용자 수, 거래금액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카카오드라이버가 주요 지표를 알리는 것과 대조된다. 공개를 꺼릴 정도로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얘기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해 잠재수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다소 못 미친다.
◇ 실적 꺾이는데 신 사업 준비 허술
다른 카드사들도 신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부수업무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금지된 업무만 아니면 모두 허용한다는 얘기다. 신 사업 장벽이 낮아졌는데도 삼성, KB국민, BC카드만 부수업무를 신고했으며 올 들어선 한 건도 승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의 준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민 금융감독원 상호여전감독국 팀장은 "충분한 고민 없이 부수업무를 들고 와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승인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수업무를 신고한 3개 카드사들 중 순이익을 올리는 곳이 있긴 하지만 미미하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와 임대료 납부, 중고 휴대폰 판매, PB상품 판매 등에 뛰어들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 사업을 해도 새롭진 않고 자동이체 등 현금 시장을 대체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공략할 수 있는 현금 시장이 얼마 남지 않아 한계가 예상된다는 것. 가맹점 수수료 타격을 입으면서 지난해 8개 카드사들의 순이익이 1조8134억원으로 전년보다 9.9% 줄었는데도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지적이다.